[기획: 바이든 1년 대북정책] 1.“대화 의지 국제사회 각인…북한 거부로 실질적 성과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대외 정책 방향에 관해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로 취임 1년을 맞았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데 성공했지만 북한의 거부로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는 안보와 인권 분야에서 지난 1년간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살펴보는 특집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대북 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를 전해드립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19일 VOA에 바이든 정부가 출범 직후 바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접근했지만 거듭 거부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n its first weeks in office it reached out to N Korea through several channels but was repeatedly rejected and I’m sure that’s been a source of great frustration.”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의 거듭된 거부로 인해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 매우 불만스러운 첫 해를 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2월부터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4월 말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고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으며 북한과 전제조건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대화 의지’ 북한과 국제사회에 각인”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9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정부가 거듭 북한에 대화 제의를 한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So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be given credit for making clear that it’s prepared to pursue diplomacy with N Korea in order to resolve concerns about N Korea’s nuclear and missile program. And of course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said publicly and privately that it’s willing to resume those talks without precondition.”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분명히 밝힌 데 대해 점수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바이든 정부는 공개적 또 비공개적 자리에서 전제조건 없이 대북 대화를 재개할 의향이 있다는 점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바이든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며, 미북 외교에 진전이 없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확실히 밝힌 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Also making it very clear to N Korea and to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been serious about dialogue. That message has been very effectively communicated but once again the problem is the other sid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계속 진지하다는 점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매우 분명히 알렸다”며 “그 메시지는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됐지만, 문제는 또 다시 상대편 (북한)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지난해 10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동맹 공조 강화… 한국과도 이견 표출 안 돼”

이 밖에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 성과는 한국, 일본과 정책 공조를 강화한 점이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외교 관계를 심화했으며, 긴밀히 조율된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더욱 자주 협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Biden administration have deepend and more frequently engaged diplomatically in consultations designed to produce a very closely coordinated policy... So you’re pointing to a difference which is not unusual, but it was a difference that may have existed internally but certainly was not acknowledge publicly in any direct fashion.”

스나이더 국장은 ‘종전선언’ 등의 문제에서 미한 간 입장 차이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부적으로는 미한 간 이견이 있었을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직접적으로 이견이 인정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협상 교착 상태… 북한 미사일 발사 계속”

한편 지난 1년간 바이든 정부 대북 정책에서 가장 부정적인 요소이자 실패한 부분은 “북한과 아무런 대화가 없었고 비핵화에서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 most negative would be that there hasn’t been any dialogue with N Korea and there hasn’t been any progress in denuclearization and therefore it must be a failure. But the lack of dialogue is because of Pyongyang’s unwillingness to have any kind of engagement either with Washington or Seoul.”

클링너 연구원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대화 중단은 북한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미국, 한국 모두와 어떠한 관여도 않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킬 정책도구를 찾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실패로 꼽았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the biggest failure is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does not have a mechanism by which to address continued N Korean testing… It has not been effective in deterring N Korea’s military development. So that means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to come up with an approach that goes beyond sanctions.”

스나이더 국장은 “대북 제재는 북한의 군사 개발을 멈추는데 효과가 없었다”며 “제재를 넘어선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현재 새롭게 입안하고 있는 전략계획지침(Strategic planning guidance)과 작전계획(OPLAN)을 활용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첫 해에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Biden essentially ignored N Korea for an entire year and only issued sanctions in December 2021. And really sent the wrong message to Kim Jong Un about missile tests. I think Kim took the message that perhaps Biden was OK with them.”

루지에로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거의 1년이나 외면하다 2021년 12월에서야 첫 대북제재를 단행했다”며 “이는 미사일 발사를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생각을 김정은이 갖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기 위해 기존 대북 제재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정기적으로 밝히는 북한의 제재 회피 실태를 참고해 추가 제재 명단을 작성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올해, 미북간 긴장 고조될 듯”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 담당 국장은 “올해 (미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현대화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미 몇 번 목격한 미사일 실험이 계속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특히 2월 베이징 올림픽과 3월 한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 더욱 도발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 don’t really see all that many different options that the administration can pursue other than what they’re doing, which is to contain, shore up deterrence, focus on threat reduction, focus on de-escalation, conflict management, while being open to negotiations and having a strategy for a long game.”

테리 국장은 북한이 앞으로 새로운 무기 실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며 바이든 정부가 지금껏 해왔던 데로 “억제하고, 억지력을 강화하며, 위협과 긴장을 완화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가운데 장기적 전략을 짜면서 협상에도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끝내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바이든 정부가 지금까지 취한 대북 회유책과 외교 중심적인 접근법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제재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에 더욱 구체적으로 미국의 협상 자세를 밝힐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중국을 통하거나 뉴욕 채널 등을 활용해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초기 협상에서는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제재 완화 등 상호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