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데이비드 커리 ‘오픈 도어즈 USA’ 회장] “북한 기독교 박해 악화…‘최고 존엄’보다 신앙의 자유가 우선”

데이비드 커리 오픈 도어즈 USA 회장이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9 세계 기독교 감시 목록’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지적했다.

북한 지도부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도입을 통해 40만 명에 달하는 북한 기독교인들을 더욱 탄압하고 있다고 국제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 USA’의 데이비드 커리 회장이 말했습니다. 커리 회장은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앙의 자유 가치 등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가 북한 지도자의 최고존엄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박해받는 북한 기독교인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커리 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발표한 ‘2022 세계 기독교 감시 목록’에서 지난 20년간 최악의 박해국으로 지목한 북한을 2위, 아프가니스탄을 1위로 조정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기독교 박해는 사상 최대로 악화했다고 평가하면서 순위를 바꾼 이유는 뭔가요?

커리 회장) “말씀하신 대로 올해 감시목록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 1위에 올랐습니다. 아프간 정부 탈레반이 기독교인들을 탄압하면서 폭력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도 기독교인들을 지속해서 박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는 개선이 없었고 오히려 박해 지수가 전년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새로 도입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때문입니다. 이 법은 성경과 (한국 드라마) 등 외국 문화 접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성경을 가장 위험한 책으로 여겨 유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성경책과 기독교인을 북한의 주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북한에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삶에 매우 헌신적이며 조국인 북한과 그들의 문화를 사랑합니다. 다만 북한의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자유롭게 찬양하고 예배하길 원합니다. 그들은 성경책을 자유롭게 읽으며 신앙생활을 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지도부가 2년 가까이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어서 내부 접근이 매우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북한 내 지하교인들의 상황을 파악하셨나요?

커리 회장) 그런 상황이 확실히 맞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죠. 우리는 북한의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자료를 수집하는 요원들, 그리고 전문가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를 병행해 점수를 계산합니다. 자세한 경로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우리가 북한에 관해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검증할 수 없는 것은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령 기독교인들이 더 많이 살해됐거나 정치범수용소에서 숨진 기독교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구 결과는 북한의 기독교 상황이 유난히 어렵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오랫동안 세계 최악의 박해국을 유지했고, 올해 역시 박해 지수가 더 오른 겁니다.

기자) 북한 정권은 기독교를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는 미 제국주의의 침략 수단이자 스파이라고 비난합니다.

커리 회장) 사실이 아닙니다. 기독교는 지금의 이스라엘에서 사셨던 예수님의 삶에서 탄생한 신앙입니다. 예수님의 지혜는 인생의 지침이자 구약을 포함해 엄연한 역사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서구 사상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 예수님의 부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 곳곳에 기독교인들에 대해 많은 반감이 있고 심지어 이곳 미국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기독교 정부가 아닙니다. 세속적인 정부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간첩이 아닙니다. 기독교인들은 각자 자신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 신앙에 따라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깁니다. 그들은 성경을 읽기를 원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며 원수 등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라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또 성경으로부터 건강한 결혼생활과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방법 등 삶에 필요한 지혜와 힘을 얻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신자들도 같은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북한 고난의 행군 이후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지원한 민간인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이었습니다. 또 미국의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는 많은 사람도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에 과거 억류됐거나 지금도 억류돼 있는 한국인들 역시 대부분 기독교인입니다.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 주민들을 돕나요?

커리 회장) 예수님 안에 있는 믿음이 우리를 더욱더 너그럽게 만들고 다른 이들을 돌보는 일에 더욱 민감하길 저는 바랍니다. 세상 사람들은 분명히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인들의 활동을 목격해 왔습니다. 다양한 가톨릭 병원과 학교들, 개신교인들이 세운 학교와 복지, 자선 기관, 식량 지원 등이 그런 것이죠. 약자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돌보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저는 세상의 기독교인들이 북한의 식량난과 종교자유 문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북한의 정치 체제에 대한 게 아니라 우리 인간 개개인의 종교 자유에 관한 겁니다.

기자) 북한의 수도 평양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던 곳인데, 오픈 도어즈가 올해 발표한 기독교인 규모를 보니까 북한 전체에 기독교인은 40만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유가 뭔가요?

커리 회장) 북한 지도부가 선전하고 가르치는 사상의 힘인 것 같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세습 정권이 북한의 모든 것을 통제하길 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이념을 위협이자 도전으로 봅니다.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기독교는 하나님과 나와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합니다만, 북한에는 다른 점을 시사한다는 겁니다. 바로 김정은보다 더 강력한 이가 있고 그분이 예수님으로 불리는 하나님이란 것이죠. 이것이 김정은 가족에게는 그들의 통치 사상과 체제를 위협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가 지속해서 옹호하고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양심의 자유입니다.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권리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기독교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성경을 읽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근본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 1년을 맞았는데 대북 인권 정책에 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커리 회장) 여러 평가가 혼재된 것 같습니다. 중국에 관해서는 위구르족 이슬람교도와 기독교 탄압에 일부 강력한 성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일부 폭력 사태는 외면하는 등 다른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아직 제대로 된 전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에는 아직 기독교 선교사 3명을 비롯해 한국 국적자 6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나 기독교인들 모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커리 회장) 맞습니다. 저는 그래서 인권과 인질 석방 같은 문제들을 핵·안보 사안과 병행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 등 여러 무기 체계에 대해 허세를 부리거나 비밀리에 이를 개발할 수 있고, 또 개발을 중단하거나 금지하는 것처럼 합의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들이 합의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파악하려면 궁극적으로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등 인질들의 석방, 정치범들을 돌보는 일과 국제적십자사의 정치범수용소 방문 조사 등 녹록하지 않은 질문을 핵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다면, 북한 정권이 비핵화와 개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단기간에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북한 정권은 외부 세계가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고 수용소 환경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동의하지 않으리란 것을 우리 대부분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북한 정권이 비핵화나 개방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30일, 60일, 90일 안에 이런 방법으로 증명될 수 있다는 것이죠.

기자)유엔의 인권 전문가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침묵하는 한국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지속해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도 종교자유 등 인권에 관심이 매우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커리 회장)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예수님 안에서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하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기독교인을 40~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주 심각한 억압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그들의 필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오픈 도어즈 홈페이지를 보면 북한 내 기독교인들을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이 활발합니다. 북한과 관련해 주로 어떤 지원 활동을 하나요?

커리 회장) 우리는 (보안과 보호를 위해) 결코 활동을 공개적으로 공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게 가장 어려운 지역 내 박해받는 기독교인들과 항상 함께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는 겁니다. 우리는 그들을 지원하고 재원을 공급하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 최선을 다할 겁니다.

기자) 올해 발표한 ‘2022 세계 기독교 감시 목록’에서 북한 내 기독교 박해 상황이 사상 최악이라고 지적했는데, 새해를 맞아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커리 회장)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은 절대 잊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여러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계신 여러분과 함께 천국에 있거나 이 지구상에서 여러분이 자유로워지는 순간까지 여러분을 대변해 외치는 것을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겁니다.

최근 ‘2022 세계 기독교 감시 목록’ 연례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기독교 박해 상황에 대해 거듭 우려를 나타낸 오픈 도어즈 USA 데이비드 커리 회장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