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최근 입대 지원자에게 최대 5만 달러의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한국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사병 월급을 2천 달러 가까이 올리겠다고 공약하는 등 군인들에 대한 복지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군인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현대판 노예처럼 군 복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육군은 지난 12일 6년 복무를 자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최대 5만 달러의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육군 모병관들이 학교를 방문하지 못해 홍보가 제한적인 데다 치열한 구인경쟁 등으로 입대를 자원하는 청년들이 줄어 신병 모집을 위해 인센티브를 전례없이 높인 겁니다.
미 육군은 지난 2019년 6만 8천여 명에 달했던 신병이 지난해에는 5만 7천여 명으로 줄었다며, 상여금과 별도로 특수 훈련을 받는 병사들에게 최대 3만 4천 달러를 추가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육군에 따르면 갓 입대한 초병의 연봉(E-1)은 2만 1천 달러. 여기에 특수 훈련비 등 각종 수당 등을 합하면 액수는 훨씬 더 많습니다.
장교 역시 주택 보조금과 여러 수당 등을 제외한 순수 연봉이 대위(0-3) 계급의 경우 5만 5천 달러~8만 1천 달러에 달합니다.
북한에서 11살 때 가족과 탈출해 지난 2011년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지난해 미 공군에 자원입대한 전진형 씨는 25일 VOA에, 미군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진형 씨] “미군 생활 참 좋죠. 저희가 실질적으로 보면 매달 월급이(군에서 제공하는 의료 보험, 각종 수당, 혜택 등 합하면 3천~5천 달러 정도 받는다고 봐야 합니다. 하나의 직업이니까 사람으로서 대우를 잘해주죠. 저희 아버지는 제가 군 생활 하는 얘기 들으면 제가 천국에 있다고 그러시죠.”
북한 특수부대 출신인 아버지는 장교도 아닌 사병이 혼자 방을 쓰고 매일 뷔페식 음식을 먹으며 대학에 지원할 경우 군에서 학비까지 제공하는 복지 혜택에 많이 놀란다는 설명입니다.
미국과 달리 북한처럼 징병제인 한국 역시 최근 사병 월급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북한의 상급병사에 해당하는 병장 월급은 67만 원, 미화로 560달러로 갓 부대에 배치받은 초급(하급) 병사에 해당하는 이등병도 월급으로 420달러(51만 원)를 받습니다.
게다가 오는 3월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공약으로 사병 월급을 미화 1천 670달러(200만 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히거나 제대할 때 사회지원금으로 8천 300 달러를(1천 만원) 지급하겠다고 밝혀 군인들에 대한 대우는 더 개선될 전망입니다.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다투는 제1야당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는 집권 즉시 월급 1천 670달러,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월급을 같은 액수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후보] “우리 병사들도 젊은 시기 자신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고…부모에게도 안정적으로,”
[녹취: 이재명 후보] “국가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애쓰는 장병들에게는 그 헌신에 걸맞게 대우해야 마땅합니다.”
사병들의 월급이 인상되면 매달 수천 달러에 달하는 부사관과 장교들의 월급도 더 오를 것으로 한국 언론들은 전망합니다.
북한군에 복무했던 탈북민들은 이렇게 군인들을 예우하는 문화를 볼 때마다 북한 군인들과 너무 비교돼 가슴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북한 엘리트 출신으로 2005년부터 북한군에 4년 가까이 복무했었던 미국 '원코리아네트워크'의 이현승 워싱턴 지국장은 26일 VOA에 “참담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한국 육군 사병의 복무 기간인 18개월의 거의 7배에 달하는 10년을 복무하면서도 월급은 아이스크림 한 개 값에 달하는 몇백 원에 불과하며 거의 매일 건설 현장 등에 동원돼 노예처럼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이현승 씨] “사실 참담합니다. 북한 군인들이 거의 뭐 강제노동, 강제 복역이나 같습니다. 10년 동안 복무한다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죠. 젊어서 17살 때부터 27살까지 제일 황금기 같은 시간을 조국에 헌신한다고 하면서 바치는데, 저는 정말 이곳 미군이 부럽습니다. 미군이 좋은 장비를 갖고 훈련하고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이…”
이 씨는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에 과거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교관으로 파병됐던 대위나 소좌(소령)급 군관(장교)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계급의 현지인 장교가 수천 달러의 월급을 받는 것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월급이 1달러도 채 되지 않아 군량미나 보급품을 불법으로 빼돌려야 하고, 부인과 가족이 장사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북한 직업군인들 상황이 안쓰럽다는 겁니다.
한국에 망명한 뒤 지난 2010년 타계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과거 워싱턴을 방문해 가진 강연에서 북한 군인들을 현대판 노예에 비유했었습니다.
[녹취: 황장엽 전 비서] “군대는 원한의 뼈에 사무쳐 있습니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10년, 13년씩 나가서 김정일을 위해 죽는 연습하다가 끝나게 되면 또 탄광 등에 보내 또 그 생활 하게 하고. 일생을 망치게 한다고. 이보다 더 큰 인권 유린이 없어요.”
북한군 장교 출신인 한국의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26일 VOA에, 북한 당국은 과거 “자본주의 국가 군대는 돈을 위해 군사 복무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에 이긴다”고 가르쳤다며, 그러나 지금은 “많은 군인들이 자괴감이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나는 무엇 때문에 10년의 청춘을 바쳐야 하나? 자괴감이 당연히 들죠. 그런데 북한 시스템을 놓고 보면 자괴감만 들지 그걸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무조건 군에 갔다 와야 자기 진로가 열리니까요.”
북한 지도부는 지난 연말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의 성과 중 하나로 ‘노동당의 군대’로 일컫는 ‘당군’을 강화한 것을 꼽으며 “불멸의 업적”이라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물가에 맞는 군인들의 월급 인상이나 복지 향상, 병영 환경이 개선됐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제3국 내 대북 소식통은 2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의 주장이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개나 소나 다 입당한다’ , ‘당 대열의 순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을 과거처럼 바로 입당시키지 않고 10여 년을 더 다른 곳에서 혹사 시켜 많은 제대 군인들이 억울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소식통] “청춘을 조국을 위해 바친 대가가 너무 비참하죠.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 어이가 없고 손맥이 저절로 풀리죠. 야 정말 한국 가서 군인하고프다란 생각도 들죠.”
미 공군에 복무하는 전진형 씨의 모친 매리 씨는 VOA에, “북한에서는 자녀가 군대 가면 부모도 군에 복무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민군대 생활이 너무 열악해 영양실조나 병으로 고통이 커서 부모가 부대장에게 자녀 잘 봐 달라고 뇌물을 고이거나 생활비를 보내야 한다”는 겁니다.
이현승 지국장 등 북한군 출신 탈북민들은 겉으로는 군인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국가 재원을 무기 개발에만 투입하고 군인들을 박대하는 김씨 정권의 기만과 세뇌에서 북한 군인들이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인간 총폭탄이 되어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할 게 아니라 넓은 세상을 보며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설계하길 바란다”는 겁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