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음력설...노인 위한 로봇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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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음력설을 맞아 아시아계 이민 사회에서는 뿌리와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곤 합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2월 1일은 음력설입니다. 미국에선 양력을 쓰기 때문에 음력설은 당연히 명절이 아닌데요. 하지만 아시아계 이민자 사회에서는 이 음력설을 맞아 자신들의 뿌리와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곤 하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 내 많은 아시아 이민자 커뮤니티가 음력설 행사를 취소하거나, 현장 행사를 화상으로 대체했는데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선 음력 설맞이 행사가 예정대로 열린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음력설 맞이 풍경 ”

[현장음: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이자, 아시아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차이나타운입니다.

차이나타운은 말 그대로 중국인 이민자들의 집성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중국 문화와 음식, 중국계 주민들로 북적이는 차이나타운에 가면 마치 중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은 매년 음력설 행사를 거창하게 진행해 왔는데요. 지난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행사를 취소했지만, 올해는 시가행진 등을 비롯한 현장 행사를 재개한다고 합니다.

[녹취: 윌리엄 지]

차이나타운 음력설 시가행진 대변인인 윌리엄 지 씨는 올해는 차이나타운 시가행진 재개를 조심스럽게 추진했다며, 현장 행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돼 무척 흥분된다고 했습니다.

현장 행사 재개 소식을 그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바로 용춤 무용단의 단장인 토니 쉬 씨입니다. 용춤이란 대나무와 천으로 화려한 용 모양을 만들어 사람이 속에 들어가 춤을 추는 걸 말하는데요. 안에 들어간 사람이 긴 나무 막대를 위아래로 휘저으면 마치 용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모습이 표현되죠.

[녹취: 토니 쉬]

쉬 씨는 미국인들이 1월 1일에 새해를 맞아 불꽃놀이를 하듯, 중국인들에겐 이 용춤이 음력설의 전통이라고 했는데요. 중국인들은 용춤이 지역 사회에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죠.

용춤 무용단 역시 차이나타운 설날 시가행진에 동참하는데요. 시가행진에 동참하는 공연진은 백신 접종을 해야 하고, 마스크도 착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올해는 호랑이의 해로 호랑이의 기운과 함께 역동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면 좋겠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특히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일부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최대 명절로 여겨지는 음력설도 조용히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녹취: 셔윈 원]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셔윈 원 씨는 음력설을 어떻게 보낼까 가족들과 의논하다가 그냥 6개월 후에 만나서 축하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음력설은 차이나타운의 식당과 상점도 대목을 맞지만, 올해는 팬데믹으로 인해 예년만 못하다고 합니다.

[녹취: 조지 첸]

차이나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지 첸 씨는 올해는 예약 취소율이 약 90%에 달한다고 했는데요. 예년엔 설날 모임으로 식당이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고 했습니다.

첸 씨는 하지만 계속 식당 문을 열 계획이라며, 식당을 찾는 손님은 별로 없더라도, 설날을 맞아 배달 주문은 몰려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코로나팬데믹에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이중고를 겪는 곳도 있는데요.

[녹취: 레베카 청]

중국산 의례품이나 장식품 등을 취급하는 잡화상을 운영하는 레베카 청 씨는 이전보다 선적 배송이 너무 늦어져서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전통 음식이나 물품이 부족한 상황이긴 하지만,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차이나타운도 올해 예정대로 음력설 시가행진를 진행하는데요. 차이나타운 인근의 사원도 음력 새해를 맞아 복을 빌러 오는 방문객들을 맞을 채비에 나섰습니다.

음력설은 한국이나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최대 명절인데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베트남타운, ‘리틀 사이공’ 역시 힘이 넘치고 용맹스러운 호랑이의 해를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고요. 미 동부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베트남타운인 ‘에덴센터’ 역시 설날을 앞두고 명절 분위기가 넘칩니다. 하지만, 워싱턴 D.C.의 차이나타운은 코로나 확산 위험으로 시가행진를 비롯한 현장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화상으로 설날 행사를 진행하게 됐죠.

한편, 음력설을 맞아 한국의 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들도 열리는데요. 워싱턴 주재 한국문화원은 한복 전시와 패션쇼를 열고요. 로스엔젤레스(LA) 주재 한국문화원은 한국어학당 수강생을 초청해 떡과 한과 등 설음식을 선물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노인들을 위한 반려동물 로봇”

요양 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외로움이라고 하죠.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불안과 우울 증세까지 겪는다고 하는데요. 이런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한 요양 시설에 반려동물들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살아있는 진짜 동물이 아니라 의료용으로 제작된 동물 로봇인데요. 언뜻 봐선 로봇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진짜 개, 고양이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녹취: 매리]

한 할머니는 옴비라는 이름의 로봇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너무나 사랑스럽지 않냐고 했는데요.

‘라운트리 가든 요양원’은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들을 위해 로봇 고양이와 개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귀엽게 생긴 동물 로봇들은 단순히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줄 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녹취: 패트리샤 페레스]

라운트리 가든의 패트리샤 페레스 원장은 기억력 감퇴를 겪고 있는 노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로봇 동물들은 노인들에게 위로를 준다고 했는데요. 일부 환자들은 시력까지 잃은 상황에서 동물들을 쓰다듬음으로써 동물 인지를 하고 촉각을 통한 자극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새로 시설에 온 노인들의 경우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하는데, 생활 환경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약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또 바로 로봇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요양원에 있는 동물들은 색깔도 종류도 다양한데요. 갈색 고양이, 검은 고양이, 털북숭이 강아지도 있고요. 다들 소리도 내고, 팔다리도 움직이고 눈도 깜빡이고, 고개도 움직이다 보니 일부 노인들은 이들 로봇을 진짜 동물처럼 여긴다고 했습니다.

[녹취: 카르멘]

이 할머니 역시 강아지를 무릎에 올려놓고는 우피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며, 행복해했습니다.

[녹취: 리비 앤더슨]

캘리포니아주의 장기 요양 시설을 관리하는 LTC 프로그램의 리비 앤더슨 국장은 진짜 동물을 만약 요양 시설에 데려온다면 손이 많이 갈 거라고 했습니다. 동물들을 먹어야 하고, 동물 병원에도 데려가야 하고, 배변 훈련도 시켜야 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로봇 동물은 그런 수고가 필요 없다며, 노인들과 교감은 하되 훨씬 관리가 쉬운, 좋은 대체재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렌지카운티 당국은 노인 요양 시설을 위해 이런 로봇 개와 고양이 200마리를 구매했다고 하네요.

[녹취: 패트리샤 페레스]

페레스 원장은 동물들이 옴으로써 마치 집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 상당수가 집에서 동물을 키웠기 때문에 로봇 동물들은 이곳에 노인들에게 편안함과 기쁨 그리고 집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준다는 겁니다.

라운트리 가든 요양원은 일주일에 3번, 한두 시간 정도 촉감 치료 시간을 갖는다고 하는데요. 노인들은 이제 이 시간에 동물들과 교감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