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대들 탈북민 초청 강연…“핵·미사일보다 인류애와 인권 중요”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가 지난 29일 영국의 명문대학인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연했다. 사진 제공: 박지현.

영국의 탈북민들이 세계적인 명문대와 유명 국제 행사에 연사로 초청돼 북한의 현대판 노예 해방을 위해 인류애를 보여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이 지독한 세뇌와 엄청난 공포정치로 스스로 변화를 추구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을 지키는 핵·미사일보다 주민들의 인권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박지현 씨] “If you are a freeman, reach out to the people in the dark tunnel. It’s not politics. It’s simply humanity, and let’s not forget! That’s the 21st century holocaust. It’s North Korea,”

“당신이 자유인이라면 어두운 터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세요.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순전히 인류애에 관한 겁니다. 잊지 맙시다. 21세기 홀로코스트가 벌어지는 곳! 바로 북한입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가 지난 29일 영국의 명문대학인 옥스퍼드대학 강연에서 호소한 마지막 말입니다.

세계적인 강연 행사인 TEDx가 이날 개최한 ‘옥스퍼드 콘퍼런스 2022’의 주요 강사 중 한 명으로 초청된 박 대표는 청중에게 “북한 인권을 정치적 사안이 아닌 인류애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TEDx-옥스퍼드 콘퍼런스 행사 주최 측은 올해의 주제를 경계(한계)를 넘어-Beyond Frontiers’로 정하고 물리적 장벽과 정신적 걸림돌 등의 한계를 극복한 12명의 연사를 초청했다며, 박 대표는 강제 결혼과 인신매매, 강제북송에 따른 투옥의 역경을 극복하고 북한 내 반인도(사회)적 범죄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박 대표는 31일 VOA에, 인류가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고 결의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범죄가 21세기에 북한에서 지속되는 현실을 알리며 인류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I’m angry at you! 너무 당신들에게 화가 난다고 얘기했습니다. 우리가 이런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왜 우리를 돕지 않았느냐?지금 2022년인데 이런 피해자들이 또 우리에게 호소한다고. 다들 어디 있는가?”

유엔이 “북한 정치범수용소(관리소) 수감자들에게 가해지는 참상은 20세기 전체주의국가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참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고, 북한 전체가 사실상 감옥, 주민들은 현대판 노예로 살지만, 국제사회는 다시 이런 참상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책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관리소에 대해 이같이 지적하며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심각성과 규모, 그리고 본질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결론 낸 바 있습니다.

박 대표는 자신을 비롯해 북한인들은 생후부터 “Why-왜”라는 질문을 하지 못한다며, 그런 지독한 정치적 세뇌와 공포정치 때문에 주민들이 옛 나치 정권에 희생된 6백만 명의 유대인들처럼 스스로 자유를 쟁취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강연에서 이런 반인도적 범죄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인류애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고, 많은 관객이 이에 호응해 줘서 무척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끝나고 내려오니까 사람들이 자기들의 심장을 찔렀다고! 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줘서 고맙다고! 자책감도 있지만 본인들의 눈을 뜨게 해줘서 정말 좋았다고. 그 질문 받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또 그 안에 대학생이 많잖아요. (끝나고 저녁 만찬 시간에) 자기들이 몰랐던 부분이 너무너무 많았다고.”

이날 강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좌석당 22파운드~89파운드, 미화로 30달러~120달러에 달하는 입장료가 모두 매진돼 행사장 750여 석이 꽉 찰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고 주최 측은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오는 18일에는 런던정경대학(LSE), 21일에는 본머스 대학(BU)에서 계속 강연할 예정이라며, 김씨 정권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인민을 수십 년째 굶주리게 하는 정치적 의도와 기만 술책, 최근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모두 최고존엄의 허상을 보호하려는 것일 뿐 주민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의회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는 탈북민 출신 티머시 조 씨도 여러 대학 강연과 국제 행사를 통해 북한의 인권 실상과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을 적극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씨는 31일 VOA에, 과거 영국과 유럽의 기독교 복음과 세계선교운동을 주도했던 케임브리지대학의 기독교 유니언의 초청으로 오는 11일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해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측은 조 씨에게 보낸 초청장에서 북한 꽃제비 출신 조 씨의 과거 증언이 매우 강력했다며, 조 씨가 추구한 희망과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복음의 아름다움과 능력이 학생들에게 조명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조 씨는 김씨 정권의 권력이 아무리 생명을 위협해도 인간의 사랑을 짓밟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그 어떤 총칼이나 힘의 권력, 감옥을 지어서 아무리 다 넣으며 위협해도 우리의 사랑, 인류애를 절대로 통제할 수 없고 짓밟을 수 없으며 죽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제가 그 힘든 상황일 때 곳곳에서 기적처럼 나타나서 살려주고 구출해주고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권력이 아니라 인간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게 바로 북한 사람들의 원천이 될 겁니다. 감옥의 문을 부수고 다 해방을 맞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은 핵미사일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사랑입니다.”

유년 시절 부모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 뒤 배반자의 자녀로 낙인 찍혀 학교도 못 간 채 꽃제비 생활을 하고, 중국에서 북송됐을 때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김정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랑의 손길이었다”는 겁니다.

조 씨는 케임브리지대를 비롯해 노팅엄 대학과 임페리얼 대학에서 계속 강연하며, 4월에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의 초청을 받아 북한 인권 상황과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에 관해 연설할 예정입니다.

영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비판적 개입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에 유럽 최초로 북한의 국가보위성 7국과 사회안전성 교화국 등 2곳에 대해 인권 제재를 부과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에 관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티머시 조 씨는 북한에서 아무런 기회를 얻지 못했던 자신이 영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방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와 영국인들의 따뜻한 인류애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이 사명을 갖고 북한인들에게 메신저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원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지금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이 안 보입니다. 희망이 안 보이니까 어두운 철창 안에서 있는데, 이 문을 열어야 하는데 내부 속에서 자기들 힘으로 열 수가 없어요. 우리(탈북민)는 그분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나름 갖고 있잖아요. 이 부분을 보강해서 어떻게 하면 북한의 문을 열 수 있는지,에이전트의 역할, 플랫폼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영국 지방선거에서 맨체스터 수도권 지역의 보수당 소속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박 대표와 조 씨는 올해 5월 실시될 선거에 재도전할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지금도 고통 속에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유를 먼저 찾은 모든 탈북민의 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이 삶을 다 같이 원래 북한 주민들도 누려야 하는 보편적인 삶인데, 우리 북한 주민들만 누리지 못하고 사는 데 대한 미안함! 그리고 저희가 누리는 이 자유가 큰 용기로 인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미안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사명이니까 해야 하고요…저희 목소리 아끼지 않고 모든 사람이 저희 목소리를 원할 때 언제든지 준비가 될 수 있도록 더 준비할 겁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