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제재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고질적인 방해가 공식 조치를 또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러의 제재 위반 사례를 지적하며, 이를 겨냥한 미국의 조치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4일 비공개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데 따른 것입니다.
안보리는 올해 들어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안보리 차원의 공식 조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201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 미사일이며 바이든 행정부도 여러 차례 대응 조치를 예고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북 제제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인 반대 속에 이번에도 공식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 행동에 대해서는 지속적이며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으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제재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계속된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외교적 과정과 다자간 관여에 전념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 “I think the US remains committed to the diplomatic process and multilateral engagement, despite Russia and China’s continued attempts to undermine the sanctions regime.”
아놀드 연구원은 특히 “러시아와 중국 모두 제재 체제에 찬성했지만 이제는 이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유지하고 갱신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재 회피 증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상당 부분이 러시아, 중국과의 국경에서 일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의도적인 방해 노력과 무관하게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회의를 지속적으로 소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We must always continue to call out north Korean violations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the danger north Korea poses to peace, security,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in the region…”
이를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과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보,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지속적이고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안보리 회의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공모, 북한의 불량 정권을 지원하기 위한 이들의 악의적인 활동을 폭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20일 개최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인 5명을 유엔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제동을 걸어 보류됐습니다.
또 러시아는 2월 안보리 순회의장국으로서 4일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을 고통에 빠뜨린다며 추가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고질적인 방해에 더해 러시아가 의장국으로서 진전을 저지할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 president of the council that they would have even more opportunity to resist progress by the council… So especially now in the year when the U.S. doesn't have a representative on the panel of experts.”
클링너 연구원은 이와 함께 현재 전문가패널에서 미국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미국 측의 입장을 반영할 기회가 더욱 줄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한편 2013~2108년 사이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로 활동했던 닐 와츠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방문 연구원은 전문가패널의 권고사항을 기반으로 관련 조치를 계속 추진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와츠 연구원] “They haven't been anyone designated or organization designated since about 2017. Since at least 2018 there are substantial numbers of recommendations that could be taken up by the member states on the UN Security Council and the question
2017년 이후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 지정된 제재 대상자가 없었지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회원국들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당한 권고 사항들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와츠 연구원은 특히 이런 권고 조치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대북 결의를 근거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재 제안 자체만으로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응해 미국이 이들을 겨냥한 독자제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은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한 유엔의 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해 북한과 협력하는 기업, 개인, 은행을 계속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지애로 전 국장] “If Beijing and Moscow do not support UN action to address Pyongyang’s sanctions evasion, then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continue to sanction entities, individuals, and banks, including in China and Russia, that are working with North Korea.”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재량을 적극 활용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미국의 제재 관련 법률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이 생존을 위해 의존하는 러시아와 중국 은행, 항구, 선박, 공장 등을 겨냥해 사용할 수 있는 많은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것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President Biden has a large kit of tools he could use against the Russian and Chinese banks, ports, ships, and factories that Kim Jong-un depends on for his survival. Russia and China have concluded he won't use them.”
스탠튼 변호사는 김정은 정권의 생존은 경화, 대부분 미국 달러에 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런 자금이 중국 공장, 러시아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송금, 중국과 러시아 항구를 통한 석탄과 철 밀수를 통해 이뤄지고, 또 이들 은행을 통해 자금세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며, 미국에는 이런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 도구들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