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서 2022 동계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오는 20일까지, 세계 곳곳에서 온 선수들은 15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루게 되는데요. 동계 올림픽 종목들을 보면, 하계 올림픽보다는 좀 낯선 이름의 경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스키처럼 다들 잘 아는 종목도 있지만, 루지나 봅슬레이 등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운동은 아닌데요. 컬링이라는 종목 역시 사람들이 많이 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점차 미국인들 사이에서 알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빙판 위의 체스, 컬링"
[현장음: 포토맥 컬링 클럽]
워싱턴 D.C.의 한 빙상 경기장. 선수들이 빙판 위를 빗자루로 열심히 쓸어 갑니다. 청소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얼음판을 닦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운동은 바로 컬링입니다.
컬링은 약 20kg의 ‘스톤(stone)’이라고 하는 돌을 ‘하우스(house)’라고 하는 1.83m 원 중심에 가깝게 보내면 이기는 경기인데요.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브룸(broom)’이라 불리는 빗자루로 얼음 면을 ‘스위핑(Sweeping)’, 그러니까 쓸어가면서 스톤의 진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죠.
컬링은 지난 1998년 동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2018년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경기가 추가됐는데요. 미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부 컬링 결승에서 우승하며 미국 역사상 첫 컬링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캐서린 구리아노바]
러시아 이민가정 출신으로 미국 컬링 전 국가대표인 캐서린 구리아노바 씨는 워싱턴 D.C. 인근 ‘포토맥 컬링 클럽’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데요. 구리아노바 씨는 13살이었던 지난 2014년 동계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우연히 컬링 경기를 시청하게 됐고, 재미있는 운동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토맥 컬링 클럽에 가입 신청을 하고 입문자들을 위한 특별 수업을 들었다고 하는데요. 한 2시간 동안 기초를 배우고 난 후에는 코치의 지도 없이 참가자들끼리 스스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이민을 온 구리아노바 씨 부모님은 구리아노바 씨가 어릴 때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쳤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구리아노바 씨의 마음을 빼앗은 건 컬링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캐서린 구리아노바]
컬링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매우 전략적인 운동이라는 건데요. 많은 운동이 전략을 필요로 하지만 컬링은 특히 더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컬링을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부르기도 하죠.
지난 2019년, 구리아노바 씨는 세계 컬링 혼성 챔피언십에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구리아노바 씨가 처음 컬링을 접했던 포토맥 컬링 클럽에선 누구나 컬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데요.
[녹취: 일라이 클로슨]
포토맥 컬링 클럽의 일라이 클로슨 코치는 컬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요소는 빗자루로 스위핑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하는 위치로 돌을 쓸어가기 위해선 선수들끼리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또 돌을 쓸지, 안 쓸지, 순간적인 판단도 내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쓰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이 되면 최대한 빨리 빗자루를 움직여 스톤을 이동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포토맥 컬링 클럽 코치들은 컬링을 배우는 선수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또 컬링이 미국에서 번성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릭 클로슨]
에릭 클로슨 코치는 포토맥 컬링 클럽은 워싱턴 D.C. 인근 지역에서 컬링을 알리고 또 컬링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데요. 현재 클럽에 소속된 선수 300여 명은 이곳에서 컬링이라는 운동을 경험하고 배우며 실력을 쌓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컬링협회에는 미 전역의 135개 컬링 클럽이 소속돼 있는데요. 회원 수는 1만3천 명가량 됩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최고의 실력을 갖춘 8명의 선수가 지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있는데요. 컬링 클럽 회원들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도 미국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얻기를 기대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비대면 시대, 로봇이 배달하는 호텔 룸서비스"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특히 대면 업무가 많은 서비스 부문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호텔들의 경우 직원이 부족하다 보니 투숙객들을 위한 룸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는데요. 일부 호텔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녹취: 레디슨 호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래디슨 호텔’. 이곳에서 일하는 ‘릴레이 로봇’은 직원들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녹취: 알렉스 마르티네스]
알렉스 마르티네스 총괄 매니저는 투숙객 가운데는 룸서비스로 받아야 할 물품이 있을 때, 호텔 직원과 직접 대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좋아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했는데요.
래디슨 호텔에선 투숙객들을 위한 이불이나 수건, 간식 등을 배달하는 기본적인 호텔 룸서비스는 이제 호텔 직원이 아닌 릴레이 로봇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녹취: 스티븐 커슨스]
배송 로봇 전문기업 ‘사비오크(Savioke)’ 사의 스티븐 커슨스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배달하면 사람을 귀찮게 하는 일이 없다고 했는데요. 호텔 투숙객 중에는 룸서비스를 시킬지, 직접 본인이 가지러 갈지 고민하는 때도 있고, 또 서비스가 너무 늦으면 “직원들이 아주 바쁜가 보네, 더 기다려야겠네” 이런 생각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로봇이 배달을 가면 5분 정도면 바로 서비스가 도착하는 신속함이 있고 팁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룸서비스가 배달 왔다고 해서 옷을 챙겨입고 직원을 맞을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커슨스 CEO는 호텔 로봇이 운영하는 데 있어 난관도 있었다는데요. 바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문제였다고 합니다.
[녹취: 스티븐 커슨스]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회사 직원들이 와서 같이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가장 돈과 시간이 많이 든 부분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로봇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는데요.
로봇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서 엘리베이터 앞에 로봇이 서면 사람의 팔처럼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봉이 나와서 문을 열고 또 원하는 층수를 누를 수 있고요. 바닥에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되죠. 일단 호텔 방 앞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룸서비스를 신청한 투숙객의 휴대폰에 알림 메시지가 뜬다고 합니다.
[녹취: 스티븐 커슨스]
커슨스 CEO는 로봇의 또 다른 장점은 직원들처럼 교대 근무가 필요 없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24시간 언제든 대기하고 있고, 주말이든 언제든 필요하면 언제든 부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투숙객들도 호텔 로봇을 좋아하지만, 직원들 역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호텔 로봇을 반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호텔 로봇뿐 아니라 순찰 로봇도 운용되고 있는데요. 로스앤젤레스 공원들에선 경찰 로봇이 순찰을 도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로봇 개발자들은 로봇의 활용도가 높아지곤 있지만,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인간의 활동에 편리함을 주기 위해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보건 위기 상황에서 로봇 활용은 더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