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이 긴장 고조 신호가 될 수 있지만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정도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의 제레미 죽 아시아 국가 등급 국장이 말했습니다. 죽 국장은 7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당장 일어날 수 있는 도발이나 협상 가능성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며, 한국의 신용등급을 좌우하는 것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7일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마이너스)로, 등급 전망은 ‘안정(stable)’으로 유지했는데요. 그리고 3일 후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습니다. 2018년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 최장거리 미사일이었는데요. 이것이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까?
죽 국장) 한국의 경우 기본 등급이 AA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AA 등급 나라보다 구조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습니다. 그 위험을 반영하기 위해 한 단계를 낮춰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기본 등급 AA에서 한 단계 낮춰진 AA-(마이너스)입니다. 그 마이너스가 북한과 관련된 위험을 반영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북한과 한국 간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 가능성도 들어가 있습니다. 북한이 매번 새로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등급을 조정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갈등이나 역내 긴장의 단계가 더 심각해지면 등급을 낮출 수는 있겠죠.
기자) 북한이 어떤 일을 벌일 때마다 매번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느 수준의 일이 벌어지면 등급이 바뀌는 겁니까?
죽 국장) 북한과의 관계에는 많은 변동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7년 ‘화염과 분노’ 단계에 있었죠. 당시 등급을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과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하던 시기에도 등급이 조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큰 변동성이 있죠. 따라서 미사일 시험만 볼 게 아니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그것이 등급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군사적 공격이 벌어진다면 등급 조정과 관련해 유심히 지켜볼 일입니다. 미사일 시험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신호는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등급을 조정할 정도이냐 하는 것은 더 기다려 봐야 하죠.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대화가 진행 중일 때에도 국가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당시에는 변화가 임박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까?
죽 국장) 당시 대화가 한반도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인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은 볼 수 없었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고 대화를 한 것은 명백히 긍정적인 신호였습니다. 2017년에 향하고 있던 방향보다 좋았던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비핵화 사안과 관련해 근본적인 합의가 있다는 신호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저희는 중기적으로 긴장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었는 지를 살펴 봅니다.
기자)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을 벌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또 상황 전개가 빨라질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지요?
죽 국장) 긴장의 방향을 지켜볼 겁니다. 어느 정도의 심각한 긴장 고조로 이어지는 것인지를 말이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재개한다면 긴장은 고조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잠재적인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그것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험들의 상당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벌이는 것으로 저희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재 문제를 놓고 협상을 재개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이런 미사일 시험을 북한이 다시 관여하고 미국과 한국의 최우선 사안이 되려고 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이런 경우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바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바뀌지 않는 건 마찬가지이겠군요?
죽 국장) 그렇습니다. 기다려 봐야 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것이 긴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말이죠. ‘종전선언’과 같은 것이 그런 방향으로 향하는 첫 단계는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경제 교류나 제재 완화, 비핵화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훨씬 더 많이 나아가야 합니다.
기자) 한국의 신용등급을 정하는데 있어서 북한이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고 정해진 게 있습니까?
죽 국장) 수치로 표현되는 정확한 비율은 없습니다. 앞서도 설명드렸지만 저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습니다. 한국의 자체적인 경제적 변수를 봤을 때에는 AA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때문에 AA-(마이너스)로 낮춘 것이죠. 신용등급에 있어서 북한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위험이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지 수치로 구체적으로 나오는 건 없습니다.
기자)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stable)’으로 유지가 됐습니다. 이 전망은 ‘긍정적(positive)’으로 또 ‘부정적(negative)’으로 바뀔 수 있는데요. 이런 조정에도 지정학적 상황이 반영되는 것인가요?
죽 국장) 네. 지정학적 요소는 전망을 하는 데도 핵심 요소입니다. 이 전망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반도 상황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좌우됩니다. 그에 따라 긍정적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한다면, 향후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데 부정적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부정적 전망이란 그런 뜻입니다. 전망이라는 것은 향후 2년을 내다봤을 때 신용등급이 어떻게 갈 것인가를 가늠해 보는 겁니다.
기자)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 차이가 더 커진다면, 이것이 한국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칩니까?
죽 국장) 저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마이너스)로 판단한 배경에는 한반도가 잠재적으로 어느 시점에 통일됐을 때 공적 자금이 어느 정도 들어갈 것이냐 하는 것도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에게 중요한 재정적 비용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과 북한 간에 상당한 경제적 차이가 있죠. 북한이 식량 부족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그 차이가 더 커질 가능성도 고려를 해야 하겠죠.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잠재적 통일 비용은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을 한국의 장기적 재정과 지속성을 논할 때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봤을 때 현재로서는 통일은 멀어 보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국가 신용등급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잠재적 통일도 염두에 두신다는 말씀이군요?
죽 국장) 네. 현재 한국의 신용등급에 그런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이너스에 들어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장기적인 사안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안은 한국의 무역 수지나 국가채무비율 등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이 되겠죠. 다만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적인 요소로 본다는 뜻입니다
기자) 다음달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데요. 이 선거를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바라보고 계신지요?
죽 국장)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각 대통령 후보의 재정 정책입니다. 이것이 당장 한국 정부의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지정학적 요소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는 북한에 대해서 더 강경한 입장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물론 지켜볼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제레미 죽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부터 북한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