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국제 인권단체들이 잇따라 한국 대선 후보들에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특히 대선 후보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향후 외교 정책의 핵심 의제로 다룰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8일 다음 달 실시될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에게 ‘7대 인권 의제’를 제시하며 북한 인권 증진을 약속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전 세계 1천만 명의 개인과 단체의 후원으로 인권 증진을 위해 연간 3억 3천만 달러(2020년 기준)를 지출하는 이 단체는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Rathe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not spoken out about North Korea's human rights issues. The attitude of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n engaging with North Korea contradicts the recent international trend of putting the agenda for human rights as a top priority.”
“북한을 포용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인권 의제를 최우선으로 삼는 최근의 국제 흐름과 배치된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유엔총회가 17년 연속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지난 3년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고 합의 채택만 나중에 지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인권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에 관련 외교 의제에서 우선순위로 포함되지 않았다”며 현 정부가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예로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Under international law, South Korea should not be deporting North Koreans back to their country where they would face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In November 2019, the South Korean government forcibly sent two North Korean men who entered South Korean territorial waters because they were suspected of being criminals who committed serious crimes.”
국제법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 사람들을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면할 수 있는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되지만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에 한국 영해로 진입한 북한 남성 2명을 중범죄자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북송했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한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통해 북한 남성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권리를 부인했을 뿐 아니라 강제송환 금지 원칙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떠나는데 실패했거나 강제북송에 직면한 북한인들이 고문과 다른 잔인하고 비인간적 또는 모멸적인 처우, 심지어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어려워졌고 북한 내 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 지도부의 백신 수용 거부로 북한은 자국민에게 백신 접종 권리를 주지 않는 전 세계 두 나라 중 하나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배경을 설명하며 한국의 대선 후보들에게 3가지 북한 인권 증진 분야에 서약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인권 문제가 향후 한국의 한반도 외교 활동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앰네스티] “Ensure human rights issues are treated as central and crucial topics in South Korea’s future diplomatic activities on the Korean Peninsula. Ensure relevant domestic laws and regulations are amended and supplemented to prevent forced repatriation of North Koreans who arrived in South Korea to countries where fear of persecution exists”
또 한국에 입국한 북한 주민들을 박해 우려가 있는 국가로 강제 송환하지 못하도록 관련 국내 법규를 개정·보완하고 정쟁과 관계없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증진하기 위해 북한·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자산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 가운데 하나로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옹호하는 휴먼라이츠워치도 한국의 주요 대통령 후보들에게 인권 관련 공개 질의서를 보내 북한 인권 증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었습니다.
이 단체는 특히 한국의 북한인권법이 명시한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지명 관련 구체적 단계와 일정 제시, 유엔에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와 후보 자신의 대북 인권 정책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이 단체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VOA에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을 안보 긴장 완화 논의를 위해 맞바꿀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이것은 편협한 관점”으로 “북한 인권 증진이 평화 의제와 상반된다는 관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로스 HRW 사무총장] “Sadly, he has viewed human rights as something that needs to be traded off in order to discuss reducing security tensions…but that is a too narrow perspective… I think this view that promoting human rights in North Korea is somehow contrary to the peace agenda, is just fundamentally mistaken.”
미국의 북한자유연합과 인권 관련 전문가들도 앞서 VOA에 차기 한국 대통령은 반드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과 정보 자유, 중국 내 탈북민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3월 9일 실시될 한국 대선에 맞춰 오는 24일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주요 정당 후보들의 답변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