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북한 출신 국회의원들이 서울을 방문 중인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북한 반인도 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고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다음 달 3·1절에는 과거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을 선언한 것처럼 북한의 세습 독재 종식과 인권 회복을 선포하는 ‘북한 주민 독립염원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7월 말 6년 임기를 마치는 아르헨티나 출신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서울을 방문 중인 가운데 18일 국회에서 북한 출신 의원들을 만났습니다.
한국 국회인권포럼과 아시아인권연맹 초청으로 국회를 찾은 것인데,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낸 한국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퀸타나 보고관에게 “북한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특히 다음 주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할 퀸타나 보고관에게 세 가지 사안을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유엔이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는 개탄스러운 현실”, “차기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 “한국 정부가 국내 북한인권 민간단체 활동을 통제하고 제약하며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중지시킨 것을 재개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꼭 언급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아울러 특별보고관의 한국 국회 방문 정례화,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석방 촉구 서한 발송, 러시아에서 북송 위기에 처한 북한 적공국 소속 최금철 소좌에 대한 처형과 강제송환 중단을 요청하는 긴급 서한을 발송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또 전시·전후 납북자 문제 해결과 유엔 안보리 내 북한 인권 문제의 지속적 논의, 그리고 퀸타나 보고관이 임기를 마친 뒤 모국인 아르헨티나 법원에 북한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에 대한 고소와 고발 활동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신체장애를 딛고 국회의원이 된 뒤 북한 인권 옹호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는 지성호 의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 억류 중인 6명의 한국 국민 송환과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유엔 차원의 공조를 거듭 촉구했다”며 “최근 북한의 인권 상황은 악화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 세계가 입을 모아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이라는 미명 아래 3년 연속 유엔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지 의원은 퀸타나 보고관이 간담회에서 ‘인권’이란 주제에서는 한국 사회가 분열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며 자신은 이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영상을 통해 다음 달 3·1절 103주년 기념일을 맞아 ‘북한 주민 독립염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3·1절에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을 선언한 것처럼 이날 대표단이 북한의 독립을 선언해 “세습 독재의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유산이 끊어졌음을 선포”하고 “북한 주민들이 박탈당한 인류 보편의 자유와 인권의 회복을 선언하겠다”는 겁니다.
[녹취: 지성호 의원] “북한에서 태어난 것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것이 긍지스로운 세상, 탈북민이란 것이 자랑스러운 세상, 저들을 보면서 통일해도 되겠구나…우리가 그들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그들을 위한 작은 행함을 할 때 많은 사람이 함께 할 것이고 전 세계도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응원해줄 겁니다.”
한편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유엔이 인권과 관련해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북한 지도부의 국경 봉쇄로 주민들이 겪는 자유 제약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특히 이날 의원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석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3월로 예정된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적극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한국 국회인권포럼 대표인 하태경 의원이 전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퀸타나 보고관은 다음 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해 마지막 보고를 할 여정이며, 후임자는 오는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지명돼 8월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