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새로운 국제특별법정을 설립하기에 매우 적절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독일의 경우에 비춰볼 때 북한의 인권 침해 사건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베를린의 검사와 판사를 지내고 독일 통일 뒤에는 베를린 법무부 국무 부장관을 지낸 숌버그 전 판사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국제변호사협회(IBA)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북한 인권 공청회에 판사로 참석합니다. 숌버그 전 판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루는 국제 모의재판에 판사로 참여하십니다. 이번 모의재판은 북한의 구금 시설을 집중적으로 다룰 텐데요, 직접 고문을 자행하는 하급 관리들 외에 고위급에 대한 책임 규명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숌버그 전 판사) 우리가 이번에 구금 시설을 다루는 것은 짧은 시간에 특정 주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금시설들의 인권 상황은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의 인권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하급 관리들에게만 책임을 묻게 되지 않습니다. 동독이 무너진 이후 독일에서, 또 내가 판사로 있었던 구 유고슬라비아 형사재판소의 경우, 우리는 하급 관리들에 대한 조사로 시작했지만 증거에 입각해 계속 상급자들을 찾아내면서 마침내 정치적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그것이 국제 법정들의 공통점이고 올바른 추진 방법입니다.
기자) 숌버그 판사님은 동서독 통일 이후 베를린 법무부 국무 부장관 (Undersecretary of State at the Senate Justice Department)을 지내셨는데요. 서독은 1961년 중앙기록보존소, ‘잘츠키터 보존소’를 세워 동독의 모든 인권 침해를 기록했습니다. 동독의 인권 유린자들에 책임을 묻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습니까?
숌버그 전 판사) 잘츠키터 보존소의 역할이 과대평가 돼서는 안되지만 과소평가 돼서도 안됩니다. 제가 통일 후 (동∙서) 베를린 전역의 법무부 국무 부장관이 됐을 때 제 역할 중 하나는 범죄에 대한 공정하고 효과적인 기소를 책임지는 것이었습니다. 잘츠키터 보존소는 범죄의 단서를 제공해줬습니다. 이것에 근거해 추가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었죠. 제가 볼 때 잘츠키터 보존소의 증언과 증거의 90%는 적절한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사의 시작점이 됐고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사건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통일 전 동베를린에서 철조망을 넘어 서독으로 탈출하려는 주민들을 사살한 것은 분명 범죄였고, 우리는 수사를 해야 했습니다. 당시 철조망에 배치된 하급관리들이 실질적으로 사살을 자행했죠. 하지만 기소를 하고 청문회를 열고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특히 하급 관리들에게 가벼운 형을 내리면서, 우리는 증언을 누적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 상급자로 올라가면서 동독 내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마침내 최고지도부인 당 정치국까지 책임을 묻게 됐습니다.
기자) 한국에서도 2016년 북한인권법 통과로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립됐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와 같은 민간단체들도 탈북자들의 증언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어떻게 보시나요?
숌버그 전 판사)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되지만 분명 도움이 됩니다. 우리의 두뇌는 매우 약해서 잊게 마련이고, 특히 부정적인 기억은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기록을 보존하는 것은 의무이죠. 나중에 실제 재판정에서 범죄에 대한 수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소를 위해서는 정확히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났는지를 묘사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인권 침해 사건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은 ICC 당사국이 아니고 유엔 안보리를 통하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습니까?
숌버그 전 판사) 맞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안보리를 통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유엔의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도 안보리가 적절한 해법을 내지 못하면 유엔총회에서 표결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유엔이 한 나라의 거부권 행사로 마비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저는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국제사회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ICC회부 외에 언제나 가장 좋은 방법은 한 국가에 대한 국제특별법정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그 시기가 통일 직전도 괜찮지만 통일 이후가 더 낫습니다. 모든 증거가 즉각 파괴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자행되는 반인도범죄에 대해서도 국제특별법정이 설립될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십니까?
숌버그 전 판사) 최소한이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또 이번 공청회를 통해서도 범죄 행위들이 드러나겠죠. 특별법정은 (남북한) 양측에 열린 재판이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서독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독의 범죄 행위에 협조하고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동독에 무기도 팔고요. 북한 인권 침해는 새로운 국제특별법정을 설립하기에 매우 명백히 적절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판사를 지내셨습니다. 북한의 인권 침해를 조사하는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숌버그 전 판사) 기술적인 문제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교훈은 분명한 틀을 가지고 사건을 끌고 가라는 것입니다. 모든 중범죄와 경범죄의 가능성을 수집하려 시도하지 말고 전국적 차원에서 가장 심각한 사건들, 증거가 분명한 가장 명백한 사건들에 집중하고 다른 범죄들은 제쳐 두라는 것입니다.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의 경우 수백만 건의 문서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료는 통제 가능한 선에서 제한돼야 합니다. 또한 (남북한) 통일 이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하급 관리들은 사면하라고 조언합니다. 가장 크고 심각한 범죄에 집중하라는 것이 제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기자) 북한을 하나의 큰 ‘감옥 국가’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숌버그 전 판사) 북한은 주민들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게 합니다. 구금 시설들과의 공통점이죠. 동독도 시민들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입니다. 모든 북한 주민들이 현 상황에 만족한다는 인상을 주더라도 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민들은 인권을 누려야 합니다. 남북한 모두에 형사 사법 정의를 구현하고 평화를 이루며 근본적인 인권을 돌려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 판사로부터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한 반인도범죄 공청회와 인권 유린 범죄를 처벌한 독일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