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장기간 억류돼 있는 한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이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자국민의 석방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각국의 반인도 범죄를 다뤘던 국제 법조계의 저명 인사들이 북한에서 길게는 9년째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한국 정부에 이들의 석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근 한국인 북한 억류 사태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한국 정부에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필레이 전 인권최고대표] “It’s the responsibility of every state to look after its nationals wherever they are. And so there is a duty on South Korea to make every effort not to relent the effort in securing the release of their citizens. And you’re quite right in pointing out that every government rushes to do that. They rush to rescue their own, because they are governing for the people in South Korea. They’re not separate from the people. So if one of their citizen is being held here, I think that is extremely disappointing that South Korea has not made greater efforts to get them out through negotiations.”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자국민이 어디에 있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책임”이라며 “한국 정부는 자국민의 석방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그런 노력을 늦추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모든 정부는 자국민 석방을 위해 서두른다”며 “한국 정부도 국민들과 별도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자국민들을 위해 통치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한국이 협상을 통해 그들을 빼내기 위해 더욱 노력을 많이 기울이지 않은 데 대해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서베를린의 검사와 판사를 지내고 독일 통일 뒤에는 베를린 법무부 국무 부장관을 지낸 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는 한국인 억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동서독간 정치범 거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숌버그 전 판사는 VOA에 “그들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서 그렇게 오랜 시간 자유를 박탈 당했는지 사건을 알지 못하기에 개입이 적절한 지 여부에 대해 조언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독일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것은 법이나 무법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그들이 불법 억류됐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상대 측이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데려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숌버그 전 판사] “But thinking about the situation in Germany, it was not a question of law or lawlessness that simply persons, whether there was a reason to believe that they were illegally detained of liberty, that they simply were bought from the other side. And this happened in thousands of cases later on.”
숌버그 전 판사는 이같이 돈을 지불하고 서독으로 데려온 사례가 수천 건이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감자를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교환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계속 이어져온 것”이라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의 자유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동독 정권은 1961년 베를린 장벽과 동서독 장벽을 세운 이래 주민의 이주를 막았고 탈주자에 대한 발포 명령까지 내렸습니다.
이에 서독 정부는 비밀리에 동독 정권에 몸값을 지불하고 정치범을 구출하는 정책을 취했는데, 1962년부터 1989년까지 34억 6,400만 마르크를 지불해 정치범 3만여 명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등 68개국이 서명한 ‘자의적 구금 반대 선언’ 1주년을 맞아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 핀란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불가리아, 스웨덴 등 많은 서명국들이 VOA에 이들의 인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은 길게는 9년째 억류 중입니다.
2013년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 2014년 체포된 김국기 선교사와 최춘길 선교사 모두 무기노동교화형 선고를 받고 억류돼 있습니다.
이들 3명의 선교사 외에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씨도 북한에 억류돼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