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지난 9일 실시된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직면할 첫 도전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될 전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윤 후보는 전체 투표의 48.56%, 1천639만여 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윤 당선인은 선거일 다음날 서울의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당선 인사를 하면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당선인]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입니다.”
북한도 11일 관영매체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보도했습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에서 3월 9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고 한 문장으로 전했습니다. `노동신문’도 6면에 같은 내용을 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당선인이 곧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군사용 정찰위성,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능력 제고 등을 지시했습니다.
이어 12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국가방위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올 1월에 단거리, 중거리,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7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또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나자 2월 25일과 3월 5일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발사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이 단순한 중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시스템을 시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위 관리는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를 앞두고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하려는 신형 ICBM을 ‘화성-17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길이 24-26m, 무게 100t의 화성-17형 ICBM을 공개했지만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월 9일 평양의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면서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하여…”
이어 김 위원장은 10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정찰위성 발사에 대비해 시설을 확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일성 주석의 110주년 생일인 ‘태양절’ (4월15일)을 전후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신호라고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April is good time, nothing to hold back from North Korea ICBM test..”
북한이 마지막으로 위성을 발사한 것은 2016년 2월 7일입니다.
당시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서해상으로 발사해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지구궤도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당시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강력 규탄하고 2월 10일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과 대북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이 또다시 ICBM을 발사할 경우 위기 국면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우선 정찰위성 발사는 탄두와 대기권 재진입 여부를 제외하고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기술적으로 거의 같습니다.
따라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일뿐 아니라 북한이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유지해온 ICBM 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이 공식 파기된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는 남북관계는 물론 미-북 관계의 안전판입니다.
이 것이 파기될 경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임기 내내 공을 들였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미-북 관계도 2018년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하더라도 유엔 안보리를 통해 이를 규탄하거나 제재할 수 없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2일 열린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국제사회 141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한 가운데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러시아 등 5개국만 반대표를 던진 겁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러시아를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ICBM을 발사해도 안보리가 이를 규탄하거나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한국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유명환 전 장관] “북한으로서는 핵, 미사일을 완성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100% 활용하려 하겠죠.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쏠려 있고, 북한이 도발을 해도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쉽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죠.”
북한이 4월에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경우 이 사건은 5월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처를 상당히 강조해왔습니다. 윤 후보가 지난 1월11일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윤석열 후보] “핵을 탑재했다고 하면 수도권에 도달해 대량살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입니다.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제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또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자체 구매해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보면 5월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초기 대북정책은 주로 북한의 ICBM 위협 대처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동창리에서 ICBM을 쏠 경우 현 정부도 차기 신정부도 북한에 강경하게 돌아설 것이고 정세는 더 경색될 것입니다.”
최근의 동향은 북한이 ICBM 발사라는 레드라인, 금지선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ICBM을 발사할지, 이에 대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 그리고 새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