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24일째인 19일,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시내 중심부까지 밀고 들어가면서 교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마리우폴 시 당국은 "러시아군 전차가 시내에 진입해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이날 밝히고 "주민 대피소에 공격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마리우폴 도심에서는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친러시아 반군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습니다.
미군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날(19일) "마리우폴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조만간 함락될 수 있다는 전망을 VOA에 내놨습니다.
러시아군이 앞서 장악한 남부 거점 도시 헤르손에 이어 마리우폴까지 점령할 경우,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에서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까지 연결해,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완전히 차지하게 됩니다.
북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향한 지상 진격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공습을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전날(18일) 러시아 지상군이 진입 시도 중인 크이우 방향 주요 경로 2곳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크이우를 남북으로 나누는 드니프로 강 좌우 양쪽에 있는 방어선을 강화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았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이 크이우 북동쪽 브로바리와 남동쪽 보리스필 주변에서 공세를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공습에 맞선 방공시스템 구축 등 세 번째 방어선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구축하고 있다는 방공시스템이 어떤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 추가 군수·안보 지원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 "어려운 전쟁될 것"...젤렌스키, 미 의회에 지원 확대 호소◼︎ 러시아 '극초음속 무기 사용' 발표
러시아 측은 핵탄두 탑재 가능한 극초음속 무기 Kh-47M2 '킨잘'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파괴했다고 19일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킨잘 미사일을 사용해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 내 델라틴에서 우크라이나군 미사일과 항공기용 탄약이 저장된 대규모 지하 시설을 타격해 파괴했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킨잘에 관해, "음속의 10배로 비행하며 기존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이상적인 무기"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이 직접 시험 발사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러시아 측이 킨잘로 타격했다고 발표한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은 우크라이나 남서부에서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루마니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입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와 별개로, 지대함 미사일 체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인근의 우크라이나군 시설인 무선전자정보센터를 파괴했다고도 이날(19일) 발표했습니다.
◼︎ 푸틴, 침공 정당성 주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언급하며, 돈바스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학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 병합 8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이같이 연설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현장 무대에 올라 5분 동안 연설하면서 "크림(크름)반도를 치욕스러운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했습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 주민들도 독립을 추진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대학살을 자행했다고 푸틴 대통령은 이날(18일) 연설에서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특별군사작전의 핵심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제노사이드(대학살)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돈바스는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곳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을 탄압한다는 주장을 펴왔고, 이번 전면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18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무장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하면서, 돈바스에서 잔학 행위를 한 '전범'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모스크바 경찰은 이날 콘서트에 약 20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습니다.
◼︎ 젤렌스키 "이제 만나서 대화할 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러시아 측에 대화와 협상을 촉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완결성과 정의를 복원할 시점"이라며, "이제 만나서 대화할 때"이라고 러시아 측에 강조했습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러시아 측 손실은 수십년이 지나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겪고 있는 손해를 줄일 유일한 기회"라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근 며칠에 걸쳐 화상으로 정전협상 4차 회담을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진전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다른 평가
한편, 정전협상 진행 상황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다른 평가가 나왔습니다.
러시아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18일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불가입 문제는 협상의 핵심 조항들 가운데 하나이고, 양측이 최대한 입장을 좁힌 조항이기도 하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 문제에선 양측이 합의로 가는 중간 정도 지점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가 오로지 기존 요구 사항을 반복하고 있다"고 이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는 언론에 입장 발표를 통해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정전과 완전 철군, 그리고 확고한 방식을 통한 강력한 안전 보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