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생화학무기 '엄중 대응' 경고...러시아 이틀 연속 "극초음속 무기 사용"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시내 상가 폭격 현장에 구조대원이 접근하고 있다. 현지 시간 21일 새벽 소방당국이 공개한 사진.

러시아가 극초음속 무기까지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은 교착 상태인 전세를 바꿔보려는 시도라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0일 밝혔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CBS 주간 시사프로그램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이런 움직임이 상황을 뒤집을 '게임체인저'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지상군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군대를 약화시켰고, 우리가 제공한 장비와 무기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굳은 결의가 한 몫했다"면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을 돕는 외국 용병에 관해선 "내가 아는 한, 용병이 실제 전장에 나타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관해,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엄중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러시아 이틀 연속 "극초음속 무기 사용"

러시아 측은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사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20일) "킨잘 미사일을 발사해 니콜라예프(므콜라이우) 지역의 코스텐티니우카 정착지 인근에 있는 군 연료·윤활유 저장소를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은 전날(19일) 발표에서도 "18일 킨잘 미사일로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과 항공기용 탄약이 저장된 대규모 지하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러시아 공군 병사가 지난달 19일 개량형 미그-31K 전투기에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점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쳐)

킨잘 운용 능력을 갖춘 개량형 미그-31K 전투기 10대가 러시아 남부 군관구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같이 보기: 마리우폴 함락 위기....러시아 "극초음속 무기 우크라이나 타격"

◼︎ "방공시스템 무력화"

Kh-47M2 킨잘은 러시아가 개발한 극초음속 항공탄도 공대지 미사일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킨잘의 사거리가 200km 이상이고, 속도는 마하 10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모든 비행 단계에서 회피 기동을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킨잘에 관해, "기존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이상적인 무기"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이 직접 시험 발사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 중국에 '러시아 지원 말라' 거듭 경고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 당국자가 중국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거듭 내놨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0일 CNN 주간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온(State of the Union)'에 나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그들(중국)은 현 시점에서 어디로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뉴욕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어서,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해야 하며, 방어해서는 안 되는 것을 방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제재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사태 해법에 관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인정하지만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우려'도 해소돼야 하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을 '침공'이라고 부르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반러시아 게시물들도 검열해왔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이 무기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공급하거나, 서방 제재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경제적 원조를 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통화에서 러시아를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시진핑에 '러시아 지원 말라' 직접 경고..."결과와 대가 치를 것"

◼︎ '함락 위기' 마리우폴 4만명 탈출 행렬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주부터 4만 명 가까운 주민들이 탈출했다고 시의회가 20일 발표했습니다.

19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이 간선도로에 줄지어 서있다. (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러시아군 침공 25일째인 이날, 마리우폴 시의회는 시민 3만9천426명이 자가용 차량이나 버스 등으로 최근 약 1주일 사이 빠져나갔다고 발표했습니다.

탈출 행렬의 1차 목적지는 북서쪽으로 150㎞ 가량 떨어진 자포리자로 확인됐습니다.

자포리자에 있는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를 지난달 말 러시아군이 장악했지만, 이외 자포리자 주요 지역은 우크라이나 측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마리우폴 인구 50만 명 중 15만 명이 이달 초 러시아군의 포위가 시작된 직후 대거 이동해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 등지로 대피했습니다. 르비우에는 이웃나라 폴란드로 넘어가는 경로가 확보돼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탈출해 철도 편으로 20일 르비우에 도착한 피란민(왼쪽)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남은 주민 35만 명 중 20만 명도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러시아군 포격 등으로 차단됐고, 시내 주요 시설에 대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포위로 구호물자 등 진입이 저지돼 식량·식수와 난방 등 부족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포위·고립돼온 마리우폴에서는 현재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반군 병력이 도심까지 진출해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마리우폴 방어선이 무너져 함락 위기를 맞은 상태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습니다.

◼︎ 학교 시설 등 무차별 폭격

이런 가운데, 주민들이 대피 중인 학교 시설에 폭격이 단행됐다고 마리우폴 시의회는 밝혔습니다.

시의회는 전날(19일) "주민 약 400명이 대피한 예술학교 건물을 러시아군이 폭격했다"고 발표하고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 아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친러시아 반군 전차가 활동하고 있다.

친러시아 반군 활동지역인 도네츠크주 최남단의 마리우폴은 개전 초반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공세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쉽게 함락되지 않자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 장소 등에 무차별 포격을 퍼부으면서 '전쟁 범죄'를 벌이는 것으로 서방 측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9일 마리우폴 시내 어린이·산부인과 병원이 공습으로 파괴되면서 인명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지난 16일에도 주민들이 대피 중이던 극장 건물이 공습으로 파괴된 바 있습니다.

극장 공습 현장에서 130여 명을 구조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힌 가운데, 아직 수 백 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돼있다고 시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추가 구조작업은 러시아군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노란 바탕) 주요 전략 요충지 개요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시민 수천명을 러시아 영토로 끌고 갔다고 마리우폴 시 의회 측은 19일 주장했습니다.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지난주 마리우폴의 리보베레즈니 지역 주민과 스포츠클럽 건물 등지에 대피해 있던 수천명을 체포해 러시아로 강제 이송했다"고 이날 발표하고 "캠프로 데려가 소지품 검사를 한 뒤, 일부를 러시아로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젤렌스키 "몇세기 기억될 테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공세가 전쟁 범죄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이 평화로운 도시에 점령자들(러시아군)이 한 짓은 몇 세기 동안 기억될 테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와의 정전협상에 관해 "쉽고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협상 진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근 며칠에 걸쳐 화상으로 정전협상 4차 회담을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진전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대표단장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20일, 러시아측에 입장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포돌랴크 고문은 이날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궁극적으로 패배할 이유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하고, "군사와 외교, 제재와 협상 등 모든 전선에서" 러시아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포돌랴크 고문은 지난 18일 "러시아가 (협상에서) 오로지 기존 요구 사항을 반복하는 가운데, 언론에 입장 발표를 통해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같은날(18일) 언론에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불가입 문제는 양측이 최대한 입장을 좁힌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 문제에선 합의로 가는 중간 정도 지점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관해, 우크라이나 측 포돌랴크 고문은 "정전과 (러시아군의) 완전 철군, 그리고 확고한 방식을 통한 강력한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이 협상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