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구 “탈북민 접근 보장, 책임 규명 노력 촉구”

일세 브란스 케리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가 21일 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언했다.

유엔 인권기구가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49차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에서 회원국들에 국내 탈북민들과 자유롭게 접촉하고 인권 유린 책임을 규명할 수 있게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세 브란스 케리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는 21일 49차 유엔 인권이사회 구두 보고에서 북한 내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규명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케리스 부대표] “Our Office has continued to lay foundations for future accountability with respect to violations of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including by gathering, analyzing and preserving information on human rights violations in the country, some of which may rise to the level of international crimes.”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향후 책임 규명을 위해 지속적으로 토대를 마련했으며, 그 일환으로 국제 범죄에 이를 수 있는 사례를 비롯해 북한의 인권 침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 분석, 보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탈북민 면담을 통해 특정 인권 침해 행위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며,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제한 조치로 탈북민 규모가 급감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63명에 그쳐 1천 명 가량이 입국한 2019년과 대조적이란 지적입니다.

케리스 부대표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정보 수집 위임권한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회원국들은 특히 최근 입국한 해당국 내 탈북민에 대해 완전하고 방해 받지 않는 형태의 접근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케리스 부대표] “I urge relevant Member States with escapees on their territory to ensure full and unhindered access for OHCHR to them, in particular recent arrivals, to allow us to effectively fulfil our mandate to gather information.”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유엔 인권기구의 탈북민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는 유엔 난민기구(UNHCR)에 한해 제한적 접근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남북 협력을 우선시하는 현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여 동안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의 탈북민 조사에 제한적으로 협조했다고 지적한 바 있어 한국 정부에도 완전한 협력을 촉구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케리스 부대표는 이어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민들이 고문과 다른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거듭 상기”하면서 “회원국들은 국제 인권법, 난민법 의무에 따라 탈북민들을 송환 위험으로부터 전적으로 보호하고 안전한 통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인권기구가 정보와 증거 저장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정의(justice)와 책임을 증진하는 데 있어 시민사회단체들의 중대한 역할을 인지하고 이들 단체에 관련 국제법과 면담, 증거보존기법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에서 반인도 범죄가 지속된다고 판단할 합당한 근거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며, 북한 정부는 “모든 인권 침해를 종식하기 위한 제도 개혁을 약속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의지가 없을 경우,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나 임시 국제재판소 또는 기타 비슷한 메커니즘 설립 등을 통해 책임 규명 방안을 모색하는 게 국제공동체의 의무”라며 유엔 회원국들에 다른 지원 방안도 모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녹취: 케리스 부대표] “Member States should also consider supporting complementary approaches at national levels, including criminal proceedings 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standards under accepted principles of extraterritorial and universal jurisdiction, and relevant civil litigation.”

“역외관할권과 보편관할권 원칙에 따라 국제 기준에 부합되게 진행되는 형사 소송 절차와 관련 민사 소송 등 국가 차원의 보완 조치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케리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는 “한반도가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인권 침해 행위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의 진실, 정의, 책임 규명에 대한 권리가 충분하고 시의적절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이를 우선시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행동을 취할 것을 이사회에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의회 의장은 케리스 부대표 발언에 이어 북한에 5분간의 발언권 기회를 줬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개별화해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관련 회의에 더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상호대화에 불참하거나 발언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이번 보고는 관련 보고를 정기적으로 할 것을 권고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는 이날 VOA에 올해는 구두로 보고했으며, 내년에는 정식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