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31일 러시아 반도체, 컴퓨터·전자, 조달 분야 기업과 개인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미크론(Mikron)' 등 기업 21개와 관계자 13명을 제재 명단에 포함한다고 밝혔습니다.
미크론은 러시아 초소형전자부품 50% 이상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회사는 러시아가 이전 제재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미르 결제 카드 시스템'이라는 국가 결제망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을 만들기 위해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곳이라고 재무부는 설명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범했을 뿐 아니라 무고한 시민을 공격했다"고 제재 사유를 밝히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기계'에 대한 제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방위 분야에 불법 물품과 기술 조달 활동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세르탈'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 대외정보국 지시 수행
또한 러시아 대외정보국(RIS) 지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조달 관련 단체 '세르니야'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 단체가 러시아 군·정보 당국의 조달을 돕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르니야를 도운 '로빈트레이드', '마조리', '포톤프로', '인벤션브리지' 등도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소프트웨어·통신기술 기업인 'AO NII-벡토르'도 포함됐습니다. 또한 컴퓨터 하드웨어 기업으로 러시아 방위산업에 기여해 온 것으로 평가되는 'T플랫폼'도 제재 목록에 올랐습니다.
이 밖에 이들 기업 이사회 소속 인사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추가 제재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했습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날(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만간 러시아 방위산업과 우주항공, 해운 분야에 관한 제재를 상무부가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영역에 관련된 러시아와 벨라루스 개인·기관과 기업 등 120 곳이 제재 명단에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개인과 기관은 200 곳을 넘어서게 된다고 베딩필드 국장은 밝혔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협상 재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정전협상이 1일 화상으로 속개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다브드 아라하미야(데이비드 브론) 의회 다수당 대표(집권 '국민의 종' 소속)는 3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와의) 협상이 금요일인 다음 달 1일 온라인을 통해 재개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이스탄불 협상(5차 회담)에서 우리는 두 나라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5차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는 이 밖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제3국이 관여하는 안전 보장을 러시아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에 관해 러시아 대표단은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와 북동부 접경 체르니히우 등지에서 군사행동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러시아 군사행동 축소 발표에 "지켜보겠다"...정전협상 5차 회담 '중대 진전'■ '첼시 구단주' 정전협상 참가
또한 아라하미야 대표는 이날(3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정전협상 실무 진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라하미야 대표는 아브라모비치가 "외교적 언어가 아닌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비공식 대화 채널을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로 교섭 과정을 진행해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팀 '첼시' 구단주로 유명했던 인물로서, 러시아 정전협상 대표단 분과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특권층)'의 대표적 인물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입니다.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습니다.
이같은 인맥을 바탕으로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를 오가면서 협상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9일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의 5차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재자로 나선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를 보류해 달라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본인과 측근, 주요 당국자, 그리고 '올리가르히'들을 잇따라 제재하면서도 아브라모비치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랐고, 최근 EPL 이사회가 첼시 구단주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첼시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매각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을 위해 쓰겠다고 아브라모비치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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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 도시' 마리우폴 휴전
31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휴전이 진행됐습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포위·고립작전 장기화로 주민 피해가 급증하는 곳입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 일대에서 한시적 휴전과 함께 '인도주의 통로' 운영계획을 공표했습니다.
공격을 멈추는 동안 주민들이 마리우폴을 떠난 뒤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베르디얀스크항구를 거쳐 자포리자로 이동하는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같은 방침을 국제적십자위원회를 통해 수령했습니다. 즉시 우크라이나 당국은 마리우폴 주민들을 태울 버스 45대를 외부에서 투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지 시간 오전 10시에 통로가 개방됐습니다. 이후 마리우폴을 나선 주민들이 적십자 표지를 부착한 버스 편으로 자포리자에 도착 속속 도착했고, 현지에 마련된 임시 시설로 이동했습니다.
이같은 주민 이동 과정에 국제 적십자위원회가 적극 관여했습니다.
인도주의 통로를 3시간동안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이동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 당국에 따르면 현재 마리우폴에서는 17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전기와 생필품 등 공급 없이 고립돼 지내고 있습니다.
■ 동부 병력 배치 증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31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일대에 병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크이우에서 패퇴를 겪은 러시아가 전략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맞춰 동부지역 방어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군의 공격 목표는 군사시설에 한정돼 있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주거지역과 식료품점, 병원은 물론, 공항과 모든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있다"고 이날 소셜미디어에 적었습니다.
■ 러시아 국방부 '병력 재편성' 확인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크이우 진입로 등지에 배치했던 병력을 동부 지역 돈바스 일대로 이동 중이라고 30일 밝혔습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특별군사작전' 단계상 크이우와 체르니히우 등에서의 모든 주요 과제를 이행했다면서, 다음 단계 수행을 위해 주력 부대 이동 등 구조적 재편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29일) 현안 점검 화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반적으로 1단계 주요 과제는 완료됐다"고 밝히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이제는 돈바스 해방이라는 작전의 주요 목표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목표들을 달성할 때까지 특별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에는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각각 분리 독립을 선언한 바 있으나,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 뒤, 해당 지역 주민들을 우크라이나 정부의 탄압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24일 전면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