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대중음악 K팝과 연계해 조명하는 특별한 행사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열립니다. 한국의 K팝 스타들보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아태연구소 한국학 프로그램이 개설 20주년을 맞아 K팝을 통해 북한 인권을 조명하는 특별 행사를 오는 5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아태연구소 소장이자 한국학 프로그램 총괄자인 신기욱 교수는 19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며, 대부분의 미국인이 ‘한국’ 하면 떠오르는 주제 두 가지를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교수] “미국 내 관심 있는 주제가 무엇인가 보니 북한 인권과 K팝 이렇게 두 개거든요. 미국 내 대중이 관심 갖는 주제를 한국학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생각하는 전략 회의 비슷한 그런 취지입니다.”
신 교수는 현재 K팝은 위상이 높아진 국제적 사안이지만 북한 인권은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K팝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을 북한 인권 문제로 옮기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H.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전직 고위 인사,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 등K팝 스타와 관련자들을 대거 초청해 한반도 안보와 북한 인권, 미북 관계, 한국의 소프트 파워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 토론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탐구해 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K팝 스타들이 국제적 사안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교수] “K팝 팬들의 요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K팝 스타들이 보수적이죠. 목소리를 내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에는 문제 제기를 안하는데, 이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으면 이제는 목소리를 내도 되지 않을까 그래야 글로벌한 스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신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 문제에 비해 경시되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K팝 스타들이 목소리를 내 준다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교수]”북한 인권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데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있는 팝스타들이 북한 인권 문제는 안 하잖아요. 적어도 K팝 스타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이것이 아니겠나? 어쨌거나 한국의 문제고 또 인권은 보편적 이슈이니까요.”
신 교수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위상이 높아진 K팝이 전 세계에서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K팝 스타들이 침묵을 깨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에 관여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얀마 등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많은 국가 국민들이 사회연결망서비스에 K팝 스타들의 이름을 올리며 한국어로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또 ‘블랙핑크’와 ‘BTS’ 등의 K팝 스타들의 노래가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행진과 지난 2020년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졌을 정도라고 신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신 교수는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북한 정권도 K팝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K팝을을 듣다가 잡히는 개인들에 대한 처형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K팝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신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가 K팝 스타들이 관심을 가질 중요한 대의명분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아이돌보다 ‘그들의 형제’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