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뉴스] 김정은 친서 “기만·도발 정당화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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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에 바로 위협을 가하는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퇴임을 앞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았습니다. 매우 기만적이란 비판이 나오는데, 추가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으면서 한국 윤석열 새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견제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에 바로 위협을 가하는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퇴임을 앞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았습니다. 매우 기만적이란 비판이 나오는데, 추가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으면서 한국 윤석열 새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견제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이튿날인 21일 답신을 보내왔다고 한국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이 같은 친서 교환 사실을 알리면서 문 대통령은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며 미북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답신에서 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선언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최근 주민들에 대한 사상 통제를 부쩍 더 강화하는 북한 정권은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이 소식을 실었고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는 친서 교환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평화 제스처를 취한 것은 추가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형석 / 전 한국 통일부 차관

“자기들은 이미 계획이 있을 거에요. 추가적인 국방력 강화 계획이라든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 거기에 대한 명분 쌓기용일 수도 있겠다, 자기들은 이런 입장인데 미국과 한국이 먼저 대결적 행동을 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이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국방력 강화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한 자위권 목적으로 남북 관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기존의 기만 전술을 지속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정권이 전술핵무기 개발을 노골화하면서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국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 협박까지 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이 적절했느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 정권의 7차 핵실험 준비 정황이 계속 포착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 인사’를 보낸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며 핵실험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냈어야 의미 있는 친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윤석열 차기 정부를 향한 간접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편으로 대미 대남 압박 멈추지 않겠지만 그러나 본인들도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는, 윤석열 정부와 긴장 국면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그런 의중을 내보인 측면도 있다고 보여지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도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이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에 간접적으로 압박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미사일을 쏴 놓고 문 대통령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는 김정은의 말은 매우 기만적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