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피로감’ 드러난 미 의회 대북청문회…‘제한적 핵보유 허용’ 주장도

스티브 샤봇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은 올해 처음 열린 의회 대북정책 점검 청문회에서 오랫동안 진전이 없는 북한 문제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면서도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북한의 제한적인 핵보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2일 열린 미 의회의 올해 첫 북한 청문회에서는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을 적극 동참시키려는 의원들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미국은 대북제재 부문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북한을 돕는 중국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제재를 적극 가해야 한다는 제안이 초당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샤봇 의원은 “중국은 북한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지렛대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그 지렛대를 이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샤봇 의원] “China doesn't have complete control over North Korea, but they do have a lot of leverage. We need to get China to use that leverage…There are several ways to at least try to do that. Enforcing U.S. law means sanctioning China's financial institutions that do business with North Korea. That would most assuredly get their attention, but it's something that both Republican and Democratic administrations have been reluctant to do.”

샤봇 의원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어도 시도는 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 등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제재’ 카드를 제시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할 경우 “그것은 분명히 중국의 관심을 끌 것”이라는 것입니다.

샤봇 의원은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한 세컨더리 제재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꺼려온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앤디 바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2019년 말 세컨더리 제재를 의무화하기 위해 의회가 제정한 대북제재 강화법인 이른바 ‘웜비어법’을 주도한 민주당의 앤디 바 하원의원은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실태와 기대에 못 미치는 효과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녹취:바 의원] “Despite the sanctions, these Chinese firms are helping North Korea circumvent US sanctions. Dr. Park, what type of firms are these that are helping prop up the North Korean economy? Are we talking about Chinese banks? Are they really firms that do not have financial ties to the United States? I thought that this this legislation was going to force Chinese banks to make a choice-- either do business with North Korea or do business with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Is that choice not taking place? Are we not imposing those secondary sanctions? What's going on?

바 의원은 “(세컨더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북한의 미국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이 실제로 중국 은행들인지, 맞는다면 미국과 금융 관계로 얽혀 있는 은행들인지 물었습니다.

이어 “이 법(웜비어법)이 중국 은행들에 북한과 거래하거나 국제 금융시스템과 거래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요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 선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세컨더리 제재를 부과하고 있지 않은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브래드 셔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미국이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하기 위해선 중국 은행 제재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녹취:셔먼 의원] “We could sanction their individual banks, but they could always just have their smaller banks who don't do business with the United States be their sole economic link to North Korea. So what we need to do is propose a tariff on all Chinese goods if the Chinese don't change their behavior.”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우리가 (중국의) 개별 은행을 제재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항상 미국과 거래하지 않는 작은 은행들을 북한과의 유일한 경제적 연결고리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모든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셔먼 의원은 주장했습니다.

앤 와그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의지를 계속 신뢰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녹취:와그너 의원] “The world's most authoritarian regimes are growing ever more closely aligned and more are displaying an unprecedented willingness to overtly act, attack global peace and stability… Do you believe that China and Russia can no longer be counted on to enforce the sanctions regime against North Korea? And what is the path forward on sanctions implementation and enforcement?”

공화당의 앤 와그너 하원의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독재적인 정권들은 점점 더 긴밀하게 연계돼 가고 있으며, 더 많은 정권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공격하려는 전례 없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체제를 집행할 것이라고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믿느냐”, “제재 이행과 집행에 있어 앞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민주당의 크리시 훌라한 하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미국이 대외 관계에서 제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 않은 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는 북한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피로감도 초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샤봇 의원은 “현실을 인정하자”면서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미국과 한국의 여러 대통령을 괴롭혀 왔고, 우리가 무엇을 시도했건 간에 제대로 된 일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샤봇 의원] “Let's face it. North Korea has bedeviled multiple American and Korean presidents for decades now…it seems that no matter what we've tried it, it's come to not, certainly not very much.”

셔먼 의원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수십 년 동안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하되, 덜 기대하고 작은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셔먼 의원] “We need to do more and we need to expect less and settle for less, and less would be if Kim retained a small number of nuclear weapons under very strict monitoring, enough to deter an invasion.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강력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한 북한의 일부 핵무기 보유’와 같은 합의에 만족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샤봇 의원은 북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북한을 돕는 중국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등 제재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고, 아울러 한국과의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고 미한일 3국 공조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샤봇 의원] “So where do we go from here? … First, we should tighten sanctions enforcement in my view. We should also resume joint military exercises with South Korea. Further, we must work together to shore up the US, Korea, Japan alliance…we could reopen talks about basing additional missile defense systems in Japan and South Korea, something China does not want to see happen.”

또한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며 “그것은 중국이 원치 않는 일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