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저항하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대피가 진행됐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마리우폴에서의 작전 임무가 끝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쿠바에 대한 송금과 여행 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소수민족 위구르족 거주 지역의 수감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항전 중이던 병사들이 구조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17일,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에서 저항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대피 작업이 전날(16일)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우폴의 해방을 선언하고 봉쇄를 명령한 지 약 한 달 만입니다.
진행자) 아조우스탈에 남아 있던 병사들이 모두 빠져나온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약 260명이 나왔습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그 가운데 다친 병사 53명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노보아조우스크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른 211명은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올레니우카로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피한 군인들이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거나 친러시아 반군 지역으로 이동했으면, 이들의 미래는 장차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AP 통신은 이들이 전쟁포로 지위를 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은 모두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 협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마리우폴에서의 군사 작전 종료를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마리우폴 수비대는 임무를 완수했으며, 제철소 내 지휘관들에게 병사들의 목숨을 구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어 제철소 내 병사들의 대피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몇 명이 남아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민간인 대피는 앞서 이뤄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제철소 안에는 군인 가족과 제철소 직원 등 1천여 명의 민간인도 함께 갇혀 있었는데요.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중재 노력으로 지난달 말부터 몇 차례에 걸쳐 대피 작업이 이뤄졌고요. 희망자는 모두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마리우폴 제철소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처럼 여겨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러시아군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지리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주 공격 표적이었는데요.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아조우연대 대원들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대부분을 장악하자 제철소 안으로 들어가 80일 넘게 저항해왔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항복(surrender)’이라는 표현을 꺼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마리우폴의 군사작전 종료 선언은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패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반면 북부에 있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전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6일 우크라이나 방위군 127여단 227 대대가 러시아 국경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북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 소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도 나토 가입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스웨덴은 나토의 일원이 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나토에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안데르손 총리는 이는 역사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라면서 이제 한 시대를 접고 새로운 시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전날(15일)에는 핀란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지난 13일 공동 성명을 통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 의지를 천명했는데요. 1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 정부도 나토 가입 의사를 공표함에 따라 두 나라는 조만간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이제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러시아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16일 모스크바에서는 구소련권 국가들의 군사∙안보 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가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는 자체는 러시아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들 나라에 나토의 군사 자산이 배치된다면 그에 합당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CSTO는 종종 나토에 비견되는 러시아 주도의 군사 동맹체입니다.
진행자) 어떤 대응을 할 거라는 건가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어떤 대응이 나올지는 조성되는 위협에 따라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토가 본질적으로 단 한 나라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이 말한 ‘단 한 나라’는 미국을 의미한다는 관측입니다. 한편 군사 자산만 배치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의 동진은 절대 불가라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걸음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문제는 좀 진전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헝가리의 반대가 심해 별 진전을 거두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EU 외무장관들은 16일,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처를 포함한 6차 제재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사안이 너무 복잡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데 앞으로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이나 송금 규제 조처가 완화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가 16일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려졌던 쿠바 여행과 송금 제한 등의 조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쿠바 국민들이 전례 없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미국의 정책은 쿠바인들이 압제와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미래를 창조하도록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규제 완화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완화되나요?
기자) 네. 송금의 경우, 그동안 분기마다 1인당 1천 달러로 액수가 제한돼 있었는데요. 이 한도 액수가 사라집니다. 또 가족이나 친인척에게만 송금할 수 있었던 규제도 해제되면서 쿠바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가능해졌습니다.
진행자) 쿠바 여행도 더 자유로워지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쿠바 사이의 민항기 운항 증편이 허용됐고요. 쿠바 수도 아바나 이외 다른 지역에 내려졌던 비행 금지도 해제됐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은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영사 업무도 재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달 초, 미 국무부는 약 4년 만에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비자 발급 업무를 재개했는데요. 아직까지는 가이아나 대사관에서 더 많은 영사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쿠바인들의 미국 비자 신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동안은 왜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처리를 못했던 거죠?
기자) 지난 2016년부터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과 가족들에게 두통과 이명, 청력 이상, 구토 등의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이 보고됐는데요. 이에 당시 트럼프 정부는 2017년 9월, 필수 인력만 남기고 직원과 가족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였고요. 그러면서 비자 발급 업무도 중단됐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정부의 완화 조처에 쿠바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작은 한 걸음이라고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196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쿠바에 대한 미국의 핵심 제재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치권의 반응도 살펴볼까요?
기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16일 성명을 내고, 쿠바 정부는 지난해 시위 후 많은 쿠바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번 조처는 쿠바 정권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 쿠바 전역에서 심각한 경제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쿠바 공산 혁명 이후 최대 반정부 시위라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쿠바 정부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시위자들을 대거 체포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쿠바 정부는 또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도 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에서 위구르족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수감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북서부에 있는 신장 자치구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신장 자치구는 20여 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뉘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코나셰허군(Konasheher County)’이 전 세계에서 수감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 통신이 단독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수감자가 얼마나 많다는 거죠?
기자) 테러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수감중인 사람이 주민 25명 가운데 1명꼴이라고 합니다. 신장 자치구의 남동부에 있는 코나셰허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으로 약 26만7천 명이 살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1만 명 이상이 교도소로 보내진 것으로 집계됐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 사실은 어떻게 확인됐습니까?
기자) 네. AP 통신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명단과 혐의 내용, 형량 등이 적힌 자료를 입수해 전문가들의 분석과 현지에서 나온 주민들의 증언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명단은 현재 노르웨이에 망명해 있는 위구르족 어학자 압둘웰리 아유프 씨가 AP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코나셰허의 수감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했는데, 중국 전체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게 2013년 자료밖에 없는데요. 당시와 비교하면 30배가 넘습니다. 또 전 세계에서 수감자가 가장 많은 나라의 하나인 미국보다도 10배가 넘는 건데요. 즉 한 농촌 마을의 수감률이 나라 전체 수감률보다 훨씬 높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수감자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그런 것도 파악됐습니까?
기자) 네. AP 통신이 분석한 명단에는 살인이나 절도 같은 전형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들어 있지 않고요. 테러와 관련된 공격적 행위나 종교적 극단주의, 시비 걸기와 도발 등 전통적으로 정치적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할 때 쓰는 모호한 범죄에 집중돼 있습니다. AP 통신은 따라서 실제 수감자 수는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진행자) 현지 출신 주민들의 증언도 들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증언 사례 하나만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역시 현재 노르웨이에서 살고 있는 미흐리굴 무사 씨는 명단 속에서 사촌인 로지카리 토흐티 씨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토흐티 씨는 종교적 극단주의자로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돼 있었는데요. 무사 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토흐티 씨는 다른 친척들과 달리 종교와는 무관한 인물로, 매우 유순하고 가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은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신장 자치구 대변인은 징역 등 모든 형벌 조처는 중국의 사법 제도를 따르고 있으며, 위구르족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특정 종교나 인종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선에 대해 잘못하거나, 악을 풀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의 시각은 좀 다르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와 미국 등 국제 사회는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주로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과 카자흐족 등 소수민족들을 집단 구금, 감시, 고문 등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관련 인물과 기관 등에 제재도 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이달 말 신장 지역을 방문하고 현지를 직접 둘러볼 계획입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신장 지역을 찾은 건 지난 2005년이 마지막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AP와 Reuters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