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종 코로나 "호전 추이" 주장...전문가 "김정은 영도력 부각해 충성심 고취 활용"

18일 북한 평양 시내 의류 공장 관계자들이 작업 현장을 소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열자들이 연일 수십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통해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력한 내부 통제로 민심 동요를 막고 김 위원장의 영도력을 부각해 현 상황을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이는데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고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이18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초기 위기 대응이 미숙했다고 질책하며 간부들에 대한 강한 문책을 예고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건국 이래 첫 방역 시련의 초기부터 국가의 위기대응 능력의 미숙성, 국가 지도간부들의 비적극적인 태도와 해이성, 비활동성이 사업의 허점과 공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다음달 개최를 예고한 당 전원회의 등을 계기로 관련 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선 현재의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인식과 관리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오늘과 같은 호전 추이가 지속되고 방역 형세가 변하는 데 따라 국가방역정책을 부단히 기동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전반적 방역전선에서 계속 승세를 틀어 쥐고 나갈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현재 방역정책의 ‘정당성과 효율성, 과학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지난 12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처음 인정한 당 정치국 회의에서와 달리 이번엔 모두 마스크를 벗은 채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통보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까지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23만여 명의 발열환자가 발생하고, 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발생한 누적 발열환자는 모두 172만여 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62명입니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발열환자는 지난 15일 39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데 이어 16일 27만여 명, 17일 23만여 명으로 대규모 환자 발생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단 감소 추세로 전환된 셈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외부 출입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봉쇄 중심의 방역대책으론 전파력이 센 신종 코로나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감소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한국의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치료제 공급, 백신 접종, 의료체계 정비 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주민 이동 통제를 풀면 확산세가 다시 거세질 것이라며 북한의 현 방역대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정재훈 교수] “그러니까 통제가 강한 국가에서밖에 적용이 불가능하고 그 다음에 그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엔 사회경제적 피해가 매우 심각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거든요. 그래서 전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북한의 낙후한 의료시스템으로 북한이 발표하고 있는 발열자와 사망자 수치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당 정치국 상임위 회의를 통해 상황 호전을 주장하고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인 것은 민심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봉쇄 중심의 방역정책에 따른 주민들의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봉쇄형 방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진정은 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지금 단순히 한국식으로 계산을 해도 사망자는 최소 수천명이 나와야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북한 일반 주민들의 희생이나 여러 가지 혼돈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보여진다 이렇게 볼 수 있죠.”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 방역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고 연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현재의 방역 비상 상황을 내부통제를 통한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당 정치국 회의에 이어 두 차례의 당 정치국 협의회, 당 상무위원회 등 회의체를 연일 가동하는 한편 평양시내 약국 등 의료현장 방문을 통해 방역대책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달 이어진 대규모 정치행사 때문인데도 김 위원장은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4월 행사가 방점이 뭐냐. 수령 우상화잖아요. 그것 때문에 최다동원을 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건데 그것은 수령의 무오류성과 연관시켜서 책임을 지금처럼 시스템에 돌리는 이런 모순이 나오는 거잖아요. 그리고 코로나가 확산이 된 이런 상황임에도 지금 하는 행태를 보면 김정은이 혼자 위기를 타개하는 그런 그림을 그려가고 전체 인민은 찬양을 하는 우상화, 여기다 중점을 두고 이게 바로 가장 모순적인 측면이죠.”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10년,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이 겹친 지난달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역대 최대 인원을 동원해 평양에서 중앙보고대회와 군중시위, 열병식 등을 잇달아 개최했습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4월 25일 열병식 이후 닷새 뒤인 4월 30일 열병식 ‘바닥대열’에 동원됐던 청년들을 모두 불러 모아 기념사진을 찍자고 지시했고 노동절인 지난 1일 지방에 나가 있던 청년들을 긴급 수송하면서 결국 수만 명이 한자리에 모여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