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확장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막을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미한 양국이 앞으로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하는 등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백악관은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방문에서 ‘확장억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8일 한국의 신임 이종섭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확장억지를 통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국가안보실도 18일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지력 강화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확장억지란 미국의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핵 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국도 핵무기탑재 투발수단 등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입니다. 미국의 3대 핵전력, 핵무기 탑재 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미사일 방어망을 모두 동원해 동맹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도발 고조 맞서 전략자산 자주 전개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도 더욱 자주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19일 VOA에 B-52, B-1 장거리 폭격기의 잦은 한반도 전개를 예상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We may see an increase in strategic assets, things like B52 bombers, B1 bombers. I think if we continue to see this torrid rate of North Korean missile testing, we may actually see an increase in the number of strategic assets that come to the peninsula and the amount of time they spend there and the number of deployments that are made.”
벡톨 교수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 실험 열기를 이어 나가면 한반도에 전략자산 전개의 규모, 횟수, 배치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북한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략자산 전개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엄 연구원] “I go back to the period in 2013 when North Korea conducted its third nuclear test and also conducted a satellite launch in December 2012 and the U.S. South Korea alliance responded with a significant increase in strategic assets in the exercises including a B2 mission from continential U.S., B52 missions from Guam, carrier strike group presence near the peninsula, a static diplay of F16 fighters, Thaad deployment in Guam, we did all these things and it’s not clear that it deterred North Korea from conducting additional tests.”
엄 연구원은 2012년 12월 북한의 위성 발사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한 연합훈련에 B-2, B-52 장거리 폭격기를 동원하고 핵추진 항공모함을 출동시켰고 F16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고정적으로 포착됐지만 북한의 추가 실험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확장억지 역량 과시…강력한 대북 경고
다른 군사 전문가들도 전략자산 전개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막지는 못하지만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확장억지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맥스웰 연구원] “I think the alliance really wants to demonstrate that they feel that they are committed to extended deterrence. This is about strategic reassurance, reassuring our allies and strategic resolve demonstrated to Kim Jong Un and the world that we have the resolve, the will to do what is necessary to defend South Korea against North Korean use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맥스웰 연구원은 “(전략자산 전개는) 전략적 보증의 문제”라면서 “동맹을 안심시키고 김정은과 전 세계에 대해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VOA에 “북한의 핵실험 여부는 북한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만, 우리는 핵무기 사용에 대응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상기시킬 수 있다”며, 현재 확장억지에 대해 미한 간 논의가 진행 중인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We can certainly remind them that we have the capability to respond to any use of that weaponry. And that’s the reason we have some of these discussions. Every time North Korea is starting to invest more to build more nuclear weapons, and every time China’s letting them do so and not doing much to stop them, and Russia too, we’re reminding all of those countries that we’re going to keep strengthening our ability to respond and stop these threats.”
크로닌 석좌는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좌시할 때마다, 미국과 한국은 이들 세 나라에 대해 핵 위협에 대응하고 중단시킬 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미국 내 부정적 기류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에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하거나 전술핵을 배치하는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한국에 대해 억지를 확장할 필요는 있지만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we need to extend the deterrence but that does not mean we put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because we have nuclear weapons on submarines which are in the area and obviously we have bombers and land based missile we could use. Thes missiles we have, they can go thousands of miles so it’s not just a question of being there. You can be literally any place. The last thing we want to do is to put nuclear weapons in another country, because then that would be much more provocative.”
코브 전 차관보는 “핵잠수함이 인근 지역에 있고, 폭격기와 지상발사 미사일도 있으며 미사일은 수천 마일을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다른 나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인데, 너무 도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도 미국이 한국에 핵을 배치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과거만큼 미국이 전략 자산이 많지도 않고, 미국에 그러한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맹 사이에는 항상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trapment)에 대한 갈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So it’s the old entrapment and abandonment problem of alliance politics. That is we fear we may be entrapped by our smaller ally and our smaller ally feels like they’ll be abandoned by their big foreign distant partner.”
미국은 작은 동맹으로 인해 분쟁에 휩쓸려 들어가는데 대한 걱정이 있고, 작은 동맹은 미국의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크로닌 석좌는 따라서 미국과 한국이 공동의 이익을 반영하는 계획을 세워야 하며, 특히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확장 억지 대화 확대∙ 상향조정 돼야
크로닌 석좌는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같은 확장 억지에 대한 대화가 확대되고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잠재적 공격에 대해 전략 무기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기적으로 계획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핵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이 미한일도 함께 확장 억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맥스웰 연구원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재가동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With this group meeting on a routine basis, then there’s always exchange of information and one of the most important things that they can do is conduct tabletop exercises, where they can go through different scenarios and determine how to respond. And that kind of pre-crisis coordination done on a routine basis, that makes sure that both sides understand what are the capabilities, what are the intentions, what are the political constraints that exist. So when crises office, both sides have a realistic understanding of the capabilities and the drivers that will influence the deployment of any assets or any actions.”
맥스웰 연구원은 “미한이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특히 ‘탁상 훈련’(tabletop exercises)을 통해 여러 다른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위기 상황 발생 전에 조율하는 것은 양측이 능력과 의도,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실제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현실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