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극단적인 팬데믹 대응에 따른 전례 없는 봉쇄와 고립으로 북한이 “새로운 암흑시대”를 맞고 있다고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가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어떤 뚜렷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며 좌절감을 나타냈지만, 이럴수록 북한 주민들의 역량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는 이번 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의 극단적인 코로나 팬데믹 대응이 주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내부 이동에 대한 규제 강화에서부터 지금도 진행 중인 국경 봉쇄 등으로 북한은 바깥세상으로부터 훨씬 더 고립됐고 경제는 파탄 났다는 겁니다.
[링크 연례 보고서] “The North Korean government’s extreme response to the pandemic impacted the people in significant ways – from increased restrictions on internal movement to ongoing shutdowns of the border. The country became even more isolated from the outside world and the economy was devastated.”
탈북민 구출과 재정착 지원을 핵심 사업으로 펼쳐 온 이 단체는 특히 극단적인 북중 국경봉쇄와 전례 없는 수준의 규제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탈북뿐 아니라 중국을 경유해 이동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하나 송 대표는 “인신매매돼 중국에서 강제결혼으로 팔려 가 수년째 사는 탈북 여성들은 탈출할 길이 없어 이전보다 훨씬 더 갇힌 상황이며, 일부는 봉쇄 기간에 중국인 남편으로부터 훨씬 더 심한 박대를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 송 대표] “Because of the extreme border lockdowns and the unprecedented levels of restrictions, it became nearly impossible for North Koreans to not only escape their country, but also to travel through China. And North Korean women in China, who had been there for years after being trafficked and sold into forced marriages, were even more trapped than before with no way to escape. Some faced worse treatment from their Chinese husbands during the lockdowns,”
송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북 활동가들은 지금의 이 시기를 “북한의 새로운 암흑시대”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 송 대표] “Activists are now calling this the “New Dark Age of North Korea” as the North Korean people are facing even more hardship than before and we know less than ever about what’s going on inside.”
이런 최악의 상황은 이 단체가 새 보고서에서 공개한 탈북민 구출과 지원 현황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링크는 지난해 구출한 탈북민이 단 1명에 불과했으며, 동남아시아에서 3명의 수속을 별도로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300명, 2019년 200명 등 이 단체가 지난 10여 년 동안 탈북민 1천여 명을 구출해 한국과 미국 내 정착을 도왔던 전례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변화입니다.
링크는 그러나 이런 상당한 제약 속에서 한국과 미국 내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역량 구축, 인재 양성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지난해 420만 달러를 모금해 한국과 미국에 각각 정착한 탈북민 188명과 40명에게 다양한 지원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탈북 학생 71명에게 전문적인 멘토링을 통한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해외에서 탈출을 못 한 채 지내는 탈북 난민 303명에게도 다양한 지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북한 정권의 과도한 국경 봉쇄 등 코로나 대응 조치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특히 이날 VOA에, 북한 지도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코로나 관련 규제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충분히 먹을 식량조차 없는 주민들의 피폐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시험 등 전쟁 무력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DPRK government continues to the rattle the saber of war with nuclear and missile tests despite the impoverishment of the North Korean people, who have suffered tremendously under Covid-related restrictions and hardly have enough food to eat. What this shows is how little the government cares for the lives of its own people, and systematic rights violations being perpetrated under the Kim Jong-un regime.”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는 김정은 정권에서 정부가 자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돌보지 않고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 상황에 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이런 기회를 통해 중국에 탈북민 강제 북송을 즉각 중단하고 그들의 권리가 존중되는 제3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President Yoon should use that opportunity to call on Beijing to immediately cease sending North Koreans in China back into harm’s way in the DPRK, and permit them to travel safely to a third country where their rights will be respected. These fleeing North Koreans should be considered as refugees sur place, and Seoul should demand that Beijing treat them with humanitarian consideration and in compliance with China’s obligations under the UN Refugees Convention that it has ratified
“탈북민들은 현장 난민으로 간주돼야 하며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탈북민에 대한 인도적 배려와 중국이 비준한 유엔난민협약 의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앞서 중국에 적어도 1천 170명의 북한 국적자가 구금돼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범죄자가 아닌 불법 입국으로 체포된 탈북민들이라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하며 국내 봉쇄를 유지하는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에 호의적인 정책을 구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올해 1분기 국내 입국 탈북민이 남성 2명과 여성 9명 등 11명이라고 밝혀 지난 20여 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미국 역시 지난해 11월, 22개월 만에 일가족 3명 등 탈북 난민 4명이 입국한 후 올해 입국자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들과 관계자들은 북한이 암흑시대를 맞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특히 탈북민들은 최악 중 최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내 탈북 난민들이 2년 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4월에 148명에게 생활비와 병원비, 전화비 등 157만 원, 미화 1천 260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북중 국경지역의 밀수는 물론 인신매매조차 완전히 멈춘 상태라며, 특히 중국은 북한 내 코로나 확산으로 탈북민을 “바이러스를 옮기는 세균덩어리”로 취급해 유입을 강력히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이전에는 북한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전력으로 차단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거꾸로 중국 정부가 북한에서 코로나가 넘어올까 봐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탈북자들을 그냥 탈북자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옮기는 세균덩어리로 취급합니다.”
아울러 최근 통화한 “북한 연선(국경) 지역 주민들은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교해 피부로 느끼는 고통이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며, 당시에는 쉽게 도강해 중국으로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암흑의 상황”이라고 김 목사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사람은 지금이 어렵더라도 희망을 갖고 살잖아요. 그런데 그 기대와 희망이 북한 주민들에게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과거 ‘고난의 행군’ 때는 중국으로라도 도망을 가고 어떤 방법이라도 찾았는데, 지금은 그런 방법조차 없는 너무 고통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일 VOA에, “지금은 특히 북한에 암울한 시기”라며 “어떤 쉬운 해법도, 어떤 쉬운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is is a particularly grim time for North Korea. And I don't see any easy solutions, any easy way out. Also I don't see that there's going to be anything that's going to change that. I think it's just a very difficult time for people who want to leave North Korea because of how tight things are,”
또한 형편이 너무 좋지 않아 북한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에게도 매우 어려운 시기로, 이런 상황을 바꿀 어떤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또 북한 내부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전략과 해법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탈북자들로부터 매우 제한된 부분이라도 일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보에 접근조차 할 수 없어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매우 힘든 시기”란 겁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s a very tough time. And it's difficult about knowing what's going on because in the past with defectors, we were able to get some information from defectors even if it was for very limited parts of the country because people weren't allowed to travel around a lot. Now we don't have access to that information. It's much more difficult knowing what's going on. And it's just it's a very difficult time.”
킹 전 특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등 산적한 나라 안팎의 현안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사안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고, 중국 정부도 국내 봉쇄 등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이로운 정책을 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특사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조속히 임명해 인권과 인도적 지원에 대한 긴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나 송 링크 대표는 새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과 자신들 모두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단체의 ‘LiNK Labs’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은 외부 정보와 기술을 제공해 주민들 스스로 북한을 변화시키도록 힘을 실어줄 새로운 전략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잊히지 않도록 가장 어두운 시기에 북한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어두운 시간은 동트기 직전(“The darkest hour is just before dawn)”이라는 속담을 인용해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