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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 전파 억제 주장 ‘비현실적’…과학 기반 방역체계 도입해야”


23일 북한 평양 거리에 방역 포스터가 걸려있다. Kyodo via REUTERS.
23일 북한 평양 거리에 방역 포스터가 걸려있다. Kyodo via REUTERS.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 억제되고 있다는 북한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봉쇄 조치만으로 전염병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과학을 기반으로 한 방역 체계 도입을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23일 신종 코로나 전파 상황을 억제했다는 북한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I would think that this announcement might seem a little premature notably with lack of test data, but the authorities may want to sound optimistic.”

소바쥬 전 소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기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 전파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북한의 발언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은 코로나 발병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 낙관적으로 들리길 원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의료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상황에서 백신 도입 대신 고립을 택한 북한 당국이 코로나 문제를 해결해야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다고 보고 정치적 측면에서 코로나 방역 성과를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전파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 억제되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국가비상방역 사업이 ‘긍정적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전국적인 코로나 전파 상황이 점차 억제돼 완쾌자 수가 날로 늘어나고 사망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한 겁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이 지난 12일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인정한 지 9일 만입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23일 공개한 방역 포스터. KCNA via REUTERS.
북한 관영매체가 23일 공개한 방역 포스터. KCNA via REUTERS.

마틴 맥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유럽 공중 보건학 교수는 23일 VOA에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는 신종 코로나 변이에 따른 사망률이 증가하는 등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맥키 교수] “Once coronavirus gets in a population with a low level of immunity, in this case because of the absence of vaccination, it is likely to have extremely severe consequences. Here we can draw on the experience of what happened in Hong Kong and Shanghai.”

맥키 교수는 홍콩과 상하이 사례를 지적하며 백신 접종률이 낮은 노인 인구에 코로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 백신 접종자가 전무하고 코로나 검진 시스템이 열악하며 전체적인 보건 의료 시스템 역량이 부족한 북한이 단시간 내에 이미 확산한 코로나 전염병을 억제하는 것은 무리라고 맥키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이 코로나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정치적 목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기본적인 항생제 등 치료제, 의약품이 충분하지 않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오랫동안 약초 요법을 선전해 왔다는 겁니다.

게다가 만성적 식량난을 겪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코로나 방역 협력을 수용하지 않는 것도 코로나 발병 상황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맥키 교수는 말했습니다.

코로나 전파 상황이 안정됐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봐 왔듯 며칠 동안 발병 건수가 감소하다 나중에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분석관] “We have also seen similar instances in other countries, where we would see a decline in the number of cases for several days, only to see a huge uptick later. So this recent trend is not one that should be taken with so much optimism. Not to mention, there are questions about the reliability and accountability of North Korea’s reporting of the virus.”

특히 북한의 코로나 발병 보고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이 든다며, 최근 북한의 추이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전염병 발병 시 국경 봉쇄는 국민들이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의료 및 경제적 지원 제공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효과적이라며, 하지만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는 주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발병 사태를 종식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과학에 기반한 방역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7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등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쓰지 않고 있는데 대해 걱정스럽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북한 내 코로나 발병에 대해 전염을 잡지 못하는 곳에서는 항상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위험이 높다며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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