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IISS 보고서 “중국 ‘대북 영향력’ 확대…미한, ‘유연한 관여’ 모색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해 인민대회당에서 환영행사를 열었다.

미중, 미러 긴장으로 변화하는 지정학적 정세에 따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이 유인책을 포함한 좀 더 유연한 관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역내 안보평가 2022’ 보고서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의 대북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중국의 영향력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젊고 외국 교육을 받은 새로운 지도자가 북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초기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경제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개혁은 거의 실종된 가운데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2022년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단행함으로써 4년 넘게 유지된 ‘핵실험·ICBM 유예’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는 미국 본토의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ICBM과 기존 미사일 방어에 도전을 제기하는 더욱 새로워진 무기들이 추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고조되는 미-중, 미러 긴장관계가 냉전 이후의 지정학적 경제적 질서를 더욱 위협할 것이고, 평양은 이런 상황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에 대한 유엔의 ‘명목상의 단일대오’마저 더는 가능하지 않다”면서 “북한에 대한 강대국들의 연대 붕괴는 북한에게 더 많은 행동의 자유를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북 관여 의지도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이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민주당이 다가오는 중간선거(11월)에서 패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관여할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또 한국의 새 정부도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지정학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대북 관여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평화 프로세스가 여전히 가능하며 다만 소생이 필요한 것처럼 일했지만, 실제로 평화 프로세스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혹은 그 이전에) 죽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편한 진실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이용하고 이후 버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추구했던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미지근했고 평양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으며 오직 중국만 관심을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은 “덜 이상주의적이고 더욱 현실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서 더욱 대외적인 문제를 다뤄야 하는 상황”이라며 “억지력을 제외하곤 북한 문제는 더 이상 우선순위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선 다소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한편 ‘미한동맹에 대해선 명확한 열망’을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한국은 긴밀한 경제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과 매우 신중해야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기'에 대한 수사는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고,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한 3자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앞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많은 카드를 쥐게 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모두 ‘대화 상대’로서 소외될 수 있으며 북한의 미래는 점점 더 중국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이 ‘전면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간헐적인 협상이나 대북 제재 강화 모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무기고를 구축하는 것을 중단시키지 못했고, 북한 주민들의 번영과 자유 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진단입니다.

특히 “북한의 WMD 실험, 이후 ‘비난과 제재’라는 오랫동안 반복된 패턴은 더 많은 WMD 시험만을 불러온 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도전하기를 원한다면 더욱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하면서 북한에 더 유연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접근 방식이 불쾌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도 “서방국가와 다른 관련국들이 북한 미래에 대해 어떤 영향력이라도 행사하고자 한다면 대안을 발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