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협상했던 미국의 전직 외교 관리들은 북한의 최선희 신임 외무상을 미북 협상에 능숙한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와 발언을 앞세워 온 인물을 외무상에 기용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을 고려한 것이지만 핵보유국 주장을 강하게 펼치면서 향후 외교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핵 문제와 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선희 신임 북한 외무상은 협상 전략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최선희는 김정은과 중요한 의사소통 창구를 갖고 정책 계획과 협상 전략에 매우 강력한 위치에 있었다면서, 전부터 공개적으로 적대적 대미 발언을 해 온 강경한 최 외무상의 발탁은 미국과의 외교 성과에 관심이 없다는 신호라고 지적했습니다.
존 볼튼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이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어떠한 외교적 성과에도 관심이 없다는 신호입니다. 또 (ICBM 같은 미국 본토 공격) 무기 역량을 갖추기 위한 마지막 기술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최선희를 상대해 여러 차례 미북 협상에 참여한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최 외무상은 명료하고 영어를 잘 구사하며, 미북관계와 남북관계, 비핵화 등 핵 관련 의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협상 재개를 고려해 최선희를 임명했다면 그는 협상에 능하면서도 북한의 핵 보유 정당화를 위해 일할 이른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
“최 외무상은 6자회담, 미북 양자회담, 미국 한국 북한 간 3자회담 등 어떤 협상에도 최적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북한 정권을 위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해야 한다면 그 또한 능숙하게 해낼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임명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과의 비공식 회담에서 최 외무상과 협상했던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최 외무상은 유연성을 전혀 보이지 않는 매우 강경한 인물로 인간미가 없어 보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많은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한 것은 미국의 대화 제안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징조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이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 대화 재개를 위한 좋은 징조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미국과 협상 경험이 많은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한 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지원을 수용하거나 이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존 볼튼 전 보좌관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경우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마주 앉는 것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어떤 전략적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경제적 이득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얻고 나면 약속을 저버릴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