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2020년 북한 측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 의해 사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들의 진상 규명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탈북민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8일 서울유엔인권사무소에서 서해상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의 피해자인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와 유족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김 변호사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퀸타나 보고관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유족들의 진상 규명 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기윤 변호사] “이 사건 관련해서 유족에게 알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유족의 일련의 지금까지 해온 투쟁 과정에 대해서 지지를 보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족 측에 따르면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이유로 고인을 숨지게 한 것은 국제 인권법상 문제가 돼 북한의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필요하고 유족에게 배상할 책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유족들의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정보 공개 청구와 관련해 자신이 한국 국회에 정보를 공개하라고 정식 권고할 수는 없지만 국회에도 자신의 생각이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족 측은 한국의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열람이 제한된 정보를 공개하라며 국회 의결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보호기간을 정해둔 대통령 지정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나 관할 고등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에선 이 사건이 발생한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갖고 있어 해당 정보 열람을 위한 국회 의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 변호사는 “퀸타나 보고관이 국회 의결을 기다리는 것 외에도 국제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며 “예를 들어 유엔 약식처형 실무그룹에 공식서한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짧은 시간 동안 의견을 주고받아 제한이 있었지만 퀸타나 보고관의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북한의 만행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되고, 또 과거 정부가 알 권리를 닫아버린 심각한 문제를 피력했기 때문에 유엔에서도 이 부분에 관한 의견을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또 오는 9월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초청으로 미국 의회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미국 측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이 사건 관련해서 유족에게 알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유족의 일련의 지금까지 해온 투쟁 과정에 대해서 지지를 보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래진 씨는 퀸타나 보고관과의 면담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발생 당시 ‘자진월북’ 판단을 내린 중간 수사결과와 관련이 있는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관계자 4명을 고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고발 기자회견에서 “월북 발표가 청와대의 월북 조작인지를 밝히기 위해 고발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는 지난 2020년 9월 북한 측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북한 군은 이 씨의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한국 해경은 이 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군 당국과 정보당국이 감청한 첩보와 그의 채무 등을 근거로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첫 회의를 갖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 사건을 정치공세에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태스크포스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국방부와 해경이 사건 발생 당시 월북이었다고 판단한 입장을 번복하면서 새로운 정보나 정황은 제시하지 않았고 월북 의도가 없었다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한국의 대북인권단체들과도 면담을 갖고 탈북민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면담에 참석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에 따르면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의 실태를 가장 잘 아는 건 탈북민들이고, 이들이 무사히 한국에 입국해야 유엔의 북한인권 조사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탈북민들이 가장 주된 정보원이다 그 얘기는 제가 하고 그런데 본인도 그에 동의한다, 맞다, 탈북민 인터뷰 정보가 자기 일에 가장 중요하다, 탈북민들이 오는 것을 막으면 안된다 그렇게 말한 분위기가 전달된 거죠.”
대북인권단체들은 또 퀸타나 보고관에게 “북한 주민들이 해상으로 탈북을 시도한 경우 역대 한국 정부가 북송시킨 뒤 은폐한 경우가 수백 건”이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단체들은 국군포로 생존자, 민간인 납북피해자와 그들의 자녀에 대해 정부 차원의 현황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단체들의 얘기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윤석열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는데, 그때 납북자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이런 사항들을 조치해달라고 구두로 권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29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고 김기웅 통일부 차관과 이도훈 외교부 2차관 등을 만날 예정입니다.
지난 2016년 8월 임기를 시작한 퀸타나 보고관은 오는 8월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합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04년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에 따라 설치됐고 북한인권 상황을 조사 연구해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