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020년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이 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유족들의 알 권리가 국가안보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20년 북한 측 서해상에서 발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 정부가 이 씨의 권리를 침해하고 살해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정부가 피살 당시의 정보를 공개할 책임, 가해자를 처벌할 책임, 유족들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는 지난 2020년 9월 북한 측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북한 군은 이 씨의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문재인 한국 정부는 북한 측에 공동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지금껏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 사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북한에서 얼마나 극단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 증명해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피해자 유가족의 알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So the family definitely deserves a concrete explanation of what happened.”
퀸타나 보고관은 “피해자의 유가족은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이들은 자신의 가족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다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이 있기 때문에 안보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피력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지난 2020년 한국 정부에 이 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 새 정부에도 공식 서한을 보내면 새로운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여러 정당은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 만큼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사안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선 “한국 정부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존중했어야 했고 한국 내에서 필요한 사법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These two persons who were repatriated on whatever grounds in N.Korea will suffer serious human rights abuses.”
퀸타나 보고관은 “어떤 근거에 의해서든 강제 북송된 두 북한 어민은 북한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들을 즉시 북송하지 말고 필요한 자국 내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불법 이민자든 공식 난민이든 만약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고문 등 가혹행위에 직면할 위험이 있을 경우 송환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특히 탈북민들이 강제송환돼선 안되는 이유는 강제송환 시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망명 의사를 밝혔으나 당시 문재인 한국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입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와 함께 북한 내 신종 코로나 상황의 불투명성과 식량 부족 상황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확진자 검사시스템이 없고 확진자 수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관영매체의 발표 외에는 사망자와 확진자 수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의 약 40%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며 국경 폐쇄와 봉쇄 조치, 가뭄, 홍수 등과 겹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피력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일부 완화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안보리 제재에 대한 문제 제기는 특별보고관의 권한 밖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제재가 일반 주민의 사회적, 경제적인 권리 향유에 부정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재고해야 할 국제법상 의무 사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 think that this is a time to really have a serious discussion between the parties about maintaining the moratorium and then negotiating lifting of sanctions”
퀸타나 보고관은 “모든 당사국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을 진행하면 한반도는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임기를 시작한 퀸타나 보고관은 오는 8월 퇴임을 앞두고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한국에 머물며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과 대북인권단체 면담, 한국 외교부와 통일부 당국자와의 만남 등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004년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에 따라 설치됐으며, 북한인권 상황을 조사 연구해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