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진에 ‘충격’ ‘분노’…처형당했을 것”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 = 통일부.

탈북 어민들이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사진이 공개되자 탈북민 사회는 충격과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중국이 아닌 한국 정부에 의해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영국의 탈북민들은 북한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되는 사진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 정착한 티머시 조 씨는 13일 VOA와의 통화에서 사진을 처음 접한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이 포착됐잖아요 카메라에. 북송을 경험한 저희 같은 경우는 이 사진 자체가 트라우마예요. 안 끌려가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옛날에 제가 중국 공안에 안 끌려가겠다고 풀 뿌리든 나무 뿌리든 붙잡고 발버둥치던 모습이 떠올라서…”

조 씨는 차마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되살리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지난 2004년 중국에서 몽골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 당했습니다.

손과 발에 족쇄가 채워진 채 사흘 간 버스에 실려 북한 접경의 중국 투먼으로 보내졌습니다.

조 씨는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인계되는 순간 탈북 어민들의 공포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그 순간 두려움이 굉장해요. 저도 다리를 건너서 북송되는데 바지에 오줌을 다 쌌어요 그때 너무 무서워서. 엄청난 두려움의 극치예요. 자다가도 비명지르며 일어날 정도로. 지금까지 10년 넘었는데도 따라오고 있어요 트라우마가.”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 = 통일부.

한국 통일부는 12일 국회 요구로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을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당시 현장 사진 10장을 공개했습니다.

이들 어민들은 인계 당시 군사 분계선에 북한군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고성을 지르며 주저앉아 필사적으로 저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두현 씨는 13일 VOA에 그동안 중국에 의해 자행된 북한 주민 인권 유린이 한국 정부에 의해 벌어진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두현 씨] “저희가 보통 ‘강제북송’이라 하면 중국 정부에 의해서 이뤄지는 건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남한 조국에 의해서도 발생했다는 것, 이것은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그러면서 북송된 어민들이 현재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두현 씨] “이거는 가면 무조건 처단 대상이에요 그 정도면. (한국에) 간 것도 모자란데 안 돌아오겠다고 발버둥치기까지 하고. 이건 완전히 조국 배반자, 반역자, 배신자. 이 사람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제로(0)’예요.”

또 다른 미국 거주 탈북민 김마태 씨는 이번 사건이 “치떨리는 만행”이라며, 탈북민 사회는 전임 한국 정권에서 이런 사태를 우려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우려했어요. 우리 탈북민들이 정치적 구실로서 도로 북한에 보내질까봐 상당히 우려했어요 전체 탈북민들이. 실제로 벌어졌어요 이렇게.”

김 씨는 이번 강제 북송으로 인해 탈북을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이 움츠러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북한에서는 그들이 돌아온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가면 이렇게(북송) 되는구나’ 생각하지 않을까요.”

탈북민들은 북송된 어민들이 흉악범이라는 전임 한국 정부의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북한 어선 귀순 당시 해당 어민들이 “상관의 가혹행위에 앙심을 품고, 선장과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두현 씨는 “체제와 권위에 대한 복종이 몸에 밴 북한 사회에서 상관에게 불만이 있어 16명이나 죽였다는 것은 날조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의구심에 사비를 들여 어민들이 출항한 함경북도 김책 시에 중개인을 보내고 수소문했지만, 주민 16명이나 죽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두현 씨] “이 정도 사건이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어요 그 지역에. 북한 역사에 흉악 범죄도 이런 흉악 범죄가 없거든요. 그런데 지역에 갔다온 브로커 마다 “그게 뭔 소리냐” 오히려 저한테 되물어요.”

또한 탈북민들은 설령 북송된 탈북 어민들이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북송할 게 아니라 한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