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단체들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한국 관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보고서에서 전임 정부의 북한 관련 조치에 대해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대북전단금지법과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탈북 어민 강제북송 등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내년 1월 26일 한국에 대한 제4주기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임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14일 접수를 마감한 한국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CSO)의 보고서를 보면 대북전단금지법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문제 등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 제기됐습니다.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달 초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제정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한국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와 아이디어를 보내는 탈북민,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한국 UPR 보고서] “The amendment imposes strict limitations on North Korean escapees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that work to send information and ideas from South Korea to the North Korean people.”
이어 표현의 자유, 평화적 집회, 인권 옹호, 북한 인권을 담당하는 유엔의 특별보고관 4명이 “이 법의 모호한 표현, 일부 시민사회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표현과 합법적 활동에 대한 불균형한 처벌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법을 위반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미화로 2만 5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북한 내부의 정보 접근에 미칠 영향 등을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우려했다는 겁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 UPR 보고서] “The Partial Amendment to the Development of Inter-Korean Relations Act, which took effect in March 2021, prohibits the distribution of leaflets and goods in the border area betwee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Amnesty has expressed concern that the law could unduly limit freedom of expression, pointing to the ambiguity of language on what prohibited acts consist of and the possibility of severe punishment.”
이 단체는 지난 2021년 발효된 대북전단금지법이 “남북 접경지역에서 전단과 물품의 살포를 금지한다”며 “앰네스티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으며, 금지행위 구성에 관한 언어의 모호성과 엄중한 처벌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한국에 입국하는 난민에 관한 국제 강제송환금지원칙(농르풀망) 준수도 강조했지만, 탈북민을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북한인권시민연합(NKHR)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공동보고서에서 최근 논란이 증폭된 탈북 어민 강제북송 등 국제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배, 북한인권법 이행 문제 등을 제기했습니다.
두 단체는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난 2014년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다수의 사람을 처형하고 있음을 지적했다며 그런 북한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탈북 어민들을 송환한 것은 국제법과 국내법을 모두 위반하는 것이라며 북송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보고서 공동 작성자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20일 VOA에, 한국 정부가 탈북민의 망명(귀순) 의사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도록 사법부가 이를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권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확인이 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아예 법으로 규정하라, 지금은 명확한 법 규정이 없으니까요. 국정원의 발표는 믿기 힘드니까 사법 기관, 즉 판사 앞에서 법으로 확인하라, 귀화(귀순)를 밝히든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든 판사 앞에서 서면으로 하라고 법으로 규정하자는 얘기고요.”
단체들은 또 탈북민이 한국에 도착한 뒤 받는 합동신문조사를 국정원이 아닌 법무부가 담당하도록 변경해 정권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문제를 없애고 변호권도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한국 헌법재판소가 최근 사형제 존폐에 관한 심의를 재개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측은 대부분 흉악범을 포함해 모든 사형제 폐지를 적극 지지했었다며, “이런 분들이 탈북 어민들은 흉악범이라며 사형이 뻔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사형제 폐지라는 것은 예를 들어 한국에서 30~40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도 사형에 처하면 안 된다는 논리잖아요. 문재인 대통령도 그런 맥락에서 언급한 건데. 그런 논리의 연장선상이라면 탈북 어민들은 북한으로 보내면 처형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을 알면서 사형이 기다리는 북한으로 보낸다는 게 전혀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사형제는 흉악범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다 실증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이 사안에 관한 입장문에서 탈북 어민 송환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협의해 법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