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이 제도에 참가하는 나라에는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22일 밝혔습니다.
옐비라 나비울리나 총재는 이날 러시아의 기준금리를 연 8%로 1.5%p 추가 인하하는 결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국가들에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기름값 더 오를 것"
나비울리나 총재는 "원유 가격 상한제가 어떤 형태로든 도입되면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한제 참가국에 공급하지 않는 물량에 관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은 우리와 협력할 준비가 된 다른 나라들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도 지난 20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이 말하는 상한 가격이 원유를 생산하는 비용보다 낮다면 러시아는 그 원유의 세계시장 공급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대러시아 제재 일환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말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추가 제재의 일환입니다.
같이 보기: 미, 러시아 연방보안국·미그기 제작사 등 제재...G7, 식량 안보 45억 달러 투입미국 고위 관리는 이에 관해 "석유 가격 상승에 따른 러시아의 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때 가격 상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현지 매체에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서 "제3국, 민간 등과의 협의를 통해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방 국가들이 담합의 일종인 '카르텔'을 형성해 일정 가격 이상의 원유는 사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가격 상한을 통해 러시아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보지 못하게 막고, 에너지 시장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취지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현장에서 결산 회견을 통해 "궁극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책에 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산 석유 가격상한제 도입 등을 거론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우크라이나 패배 않을 것, 8억 달러 추가 지원"...러시아군, 흑해 요충지 '스네이크 섬' 철수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5월 한 달 동안에만 석유 수출로 200억 달러 매출을 올렸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원유 수출량은 줄었지만, 국제유가가 치솟아 러시아의 원유 매출액이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 합의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 항구에 묶여 있는 곡물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22일 우크라이나, 러시아,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유엔이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서명식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주재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식료품 값 상승을 비롯한 세계 식량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중단 사태가 해결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셈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보리를 비롯한 곡물의 주요 수출국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오데사항 등지에 묶여있는 곡물은 2천만t이 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준비 완료돼 있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전날(21일) "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대로 발효된다면 엄청난 수의 선박이 우크라이나 항구를 드나들 수 있다"고 취재진에 밝히고, "이미 준비는 완료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흑해 항구가 다시 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합의문에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류 거점인 오데사항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22일 터키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또 운송선이 오데사항 기뢰 부설 해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함정이 항로를 인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우려하는 무기 밀반입·반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터키 측이 선박을 검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스탄불에 담당기관 설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터키 대표단은 지난 13일 이스탄불에서 4자 협상을 열고 '흑해 항로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북한과 전격 단교..."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조정센터 터키에 설립"모든 당사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운영될 조정센터에서는 곡물과 관련 화물의 출발항과 도착항을 통제하고, 수송 경로에서의 안전을 보장하는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같은 원칙을 토대로 4자 대표단은 이번 주 협상을 재개해 세부사항을 검토했고, 22일 최종 합의문에 서명한 것입니다.
◼︎ 미국 "러시아 실천이 중요"
미국은 이번 합의를 일단 환영하면서도 러시아가 실천할 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진 21일 브리핑에서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한 뒤 "우리는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책임을 지게끔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애초 이런 상황(러시아군의 항구 봉쇄)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는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 결정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 글로벌 식량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가격과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입니다.
러시아군이 흑해와 아조우해(아조프해)의 항구들을 봉쇄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등을 막고 있는 것이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미국과 서방 측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이 항구에 설치한 기뢰들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선행 조치를 요구해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