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미국인 2명이 숨졌다고 미 국무부가 23일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미국인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습니다.
국무부는 이날(23일) 성명을 통해, 최근 미국인 2명이 돈바스에서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신원이나 사망 경위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현재 유족과 연락하고 있다고만 설명했습니다.
이들 미국인 사망자 2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시베르스크에 주둔한 우크라이나 육군에서 특수작전부대원으로 활동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8일 도네츠크 최전선에서 매복한 러시아 전차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인 1명이 먼저 공격으로 쓰러지자 다른 미국인과 캐나다 국적자 1명, 스웨덴 국적자 1명이 응급 구호 조치에 나섰고, 2번째 공격이 이어지면서 4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에는 미 해병대 출신 미국인 윌리 조셉 캔슬 씨가 우크라이나에서 교전 중에 사망했으며 5월에도 미 육군 퇴역 군인으로 알려진 스티븐 자비엘스키 씨가 지뢰로 인해 숨졌습니다.
같이 보기: 미 해병대 출신 의용군 우크라이나서 전사...미, 80여 년만에 '무기대여법' 재가동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미국인 알렉산더 드루크 씨와 앤디 후인 씨가 러시아군에게 포로로 잡혔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국영매체, 미군 출신 포로 2명 영상 공개..."우크라이나 돕던 한국인 의용군 4명 사망"붙잡힌 미국인에 관해서는 "현지에서 교전 중 러시아군이나 친러시아 무장세력에 붙잡혔을 가능성이 있는 미국인들에 관해 우크라이나·러시아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국무부 대변인이 23일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2일 발표에서 의용군을 '불법 용병'으로 지칭하면서, 이달 기준 우크라이나 편에서 참전한 용병이 2천741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젤렌스키, 휴전 거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휴전은 러시아군에 휴식을 제공할 뿐이라며, 러시아군 점령지를 모두 되찾기 전에는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 후에도 지정학적 확장 정책을 추구한 옛 소련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외교적으로 양보하라는 국제 사회 일각의 요구를 비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보는 (에너지·식량 등) 글로벌 시장을 다소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러시아 군의 일시적 휴식을 준 뒤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휴전 논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경험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민스크 협정 실패 교훈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침공 당시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민스크 협정을 체결하며 휴전한 바 있습니다.
두 차례 걸쳐 이뤄진 민스크 협정은 '즉각 휴전과 러시아 병력 철수',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돈바스 재건' 등을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세력이 집결해 내전이 확대됐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이 선포됐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이들 지역을 '해방'하고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단행했습니다.
◼︎ 푸틴 '구렁이'에 비유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유고래와 구렁이는 2~3년 이내에 2개 지역을 더 점령한 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 100%"라면서 "그들은 계속 더 멀리 가려할 것"이라고 이번 인터뷰에서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를 '향유고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렁이'에 각각 비유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구렁이는 비단뱀처럼 입을 열었고, 그 앞에 놓인 우리는 단순한 토끼일 뿐이라 생각됐지만 우리는 토끼까 아니었다"며 "그가 우리를 삼킬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삼키려 했다가 (오히려 입이) 찢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 5차회담 책임 공방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월29일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정전협상 5차회담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우크라이나 때문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관해 "완벽한 헛소리"라고 반박했습니다.
5차회담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양측의 대화에 진전이 더 이상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차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우크라이나가 지키려하지 않았다고 지난 20일 이란 방문 도중 주장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군사 목표, 우크라이나 동부에 국한되지 않아" 확전 시사...백악관, 러-이란 결속 평가 절하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5차 회담 이후 진전이 없었던 것은 러시아군이 지속적인 공세 때문이라며, "(협상 중에)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한 후에 협상을 제안하면 누가 대화에 나서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2월24일 러시아군의 침공 이전에 어떻게든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 했었다"고 강조하고 "하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내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영토는 협상 대상 아니다' 못 박아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모든 영토(러시아군 점령지)를 먼저 수복한 뒤에야 협상을 해야한다고 믿고 있다"며 "우리가 그것들을 빨리할수록 인명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 21일,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핵 전쟁의 심연'에 빠져들기 전에 무력 분쟁을 중단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영토 상실을 우크라이나 측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의 특성은 우크라이나가 더 잘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벨라루스 "핵전쟁 피하려면 우크라이나 영토 상실 받아들여야"...'푸틴 건강 이상설' 공식 부인이같은 영토 포기 요구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에 다시 거부한 것입니다.
◼︎ "미국산 무기 큰 도움"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제공한 M142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서방 국가들이 지원한 155mm견인 곡사포가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둔화시키고,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 때 러시아 군은 매일 1만천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동안, 우리(우크라이나)군은 1천~2천발을 쐈었다"면서 "지금은 러시아가 탄약 부족을 느끼기 시작한 가운데, 우리는 하루 6천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