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 해킹조직이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돕는 믹서 업체를 제재 대상에 올린 가운데 북한이 또 다른 암호화폐 간 거래 창구를 통해 돈세탁을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암호화폐 자금 세탁 수법을 다양화하면서 적극적으로 현금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국제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엘립틱은 10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암호화폐 거래와 자산 이동을 돕는 크로스 체인 브릿지 업체 ‘렌 브릿지’를 통해 암호화폐를 자금세탁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범죄조직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빼돌린 2억 6천 72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이 지난 2년간 렌 브릿지를 통해 세탁됐다며, 여기에는 지난해 8월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리퀴드에서 북한이 탈취한 3천 380만 달러가 포함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리퀴드에서 도난당한 암호화폐 탈취 금액 중 총 9천 700만 달러가 북한과 연계된 공격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크로스 체인 브릿지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각기 다른 암호화폐 간 거래와 자산 이동, 교환을 쉽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수백 여개의 업체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고서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범죄 수익금 이동은 대부분 관할 국가들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크로스 체인 브릿지 업체들은 규제를 받지 않아 범죄 수익금 자금 세탁에 핵심 촉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크로스 체인 브릿지 업체들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해킹이나 돈세탁 같은 범죄에 악용되기 매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안보 분야 민간연구소 발렌스 글로벌의 매튜 하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는 북한이 해킹을 통해 탈취한 암호화폐 자금세탁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매튜 하 / 발렌스 글로벌 연구원
“북한은 더 광범위한 전략적 목표들에서 이득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우선순위 전환을 원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탈취와 자금 획득은 체제 전반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광범위한 목표 중 한 수단이기 때문이죠.”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신미국안보센터의 제이슨 바틀렛 연구원도 북한이 제재 회피 수단의 다변화를 위해 새로운 창구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이슨 바틀렛 /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
“북한처럼 재원이 매우 제한된 국가가 특정한 제재 회피 기술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북한 정권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제사회가 이 같은 활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틀렛 연구원은 렛 브릿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성업 중인 다른 크로스 체인 브릿지 업체들에서도 북한을 비롯한 사이버 범죄 자금의 불법 세탁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러한 추세를 집중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