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가지리정보국 “북한 검덕광산, 자원 풍부하지만 ‘개발’ 제대로 안돼”

미 국방부 산하 국가지리정보국(NGA)에 실린 북한 검덕 광산 인근 위성 사진.

광물이 풍부한 북한 검덕지구 개발 계획이 ‘공허한 약속’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국가지리정보국이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필수 인프라에 대한 투자 대신 ‘보여주기’식 건설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가지리정보국(NGA)는 15일 발행한 ‘북한 검덕 광산: 공허한 약속?’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함경남도 검덕의 광산지구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함경남도 북부에 위치한 이 광산지구는 검덕, 룡양, 대흥 등 50여개 광산이 밀집해 있는 북한 최대의 광산 지역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일대는 납, 은, 마그네사이트 등이 풍부하며 특히 아연의 경우 매장량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인 2억6천600만t으로 추정됩니다.

[미 국가지리정보국 보고서] “North Korea has the capacity to be one of the leading producers of zinc in the world. Zinc has a wide range of uses… making it a valuable commodity.”

보고서는 아연은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수 있어 가치 있는 원자재이며, 북한은 세계 최대 아연 생산국 중 하나가 될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태풍 마이삭으로 수해를 입은 검덕지구를 시찰하면서 이곳을 “삼지연시 다음가는 국가적인 본보기 산간도시로 훌륭히 전변시키겠다”며 복구 사업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년에 걸친 검덕지구 복구사업이 주택 건설 등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검덕지구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광산과 도로, 철길 같은 광산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지적입니다.

[미 국가지리정보국 보고서] “But actual investment in the mines themselves and their supporting infrastructure such as new roads or rail lines—efforts to truly improve Komdok—were not evident.”

보고서는 해당 지역의 위성사진을 토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한 ‘산간도시’를 완성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아파트 등 주택 시설을 빠른 속도로 지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난개발로 홍수에 취약한 이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수해 대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가지리정보국 보고서] “However, less than a year later, following the spring rainy season, standing water was observed in the streets, portending the risk of future flooding in the face of severe storms. Despite this, further housing units continue to be added to this area with no visible mitigation efforts being put in place.”

태풍 마이삭이 휩쓸고 지나간 지 불과 1년도 안 된 이듬해인 2021년 봄에 벌써 도로에 물이 넘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는 강한 태풍이 올 경우 수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진단입니다.

또 가시적인 수해 대비책 없이 신규 주택 단지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북한이 정말 검덕지구의 부흥에 진지한 것인지 반문하면서, 이 일대 광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가지리정보국 보고서] “While the Komdok region holds enormous resources and earning potential for the country, the terrain and way the region has been developed make flood prevention and storm damage an unavoidable reality without serious investment in engineering, infrastructure, and equipment.”

검덕지구의 지형과 과거 개발 형태를 고려하면 개발과 인프라, 장비 등에 진지한 투자 없이는 수해 대비책과 태풍 피해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현재 북한이 대규모 국가 개발 사업을 꼼꼼히 추진할 상황이 안 될 뿐더러, 고질적인 전력 부족으로 제대로 공사를 하기조차 어려워 결국 검덕지구 개발은 ‘공허한 약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미 국가지리정보국 보고서] “While changes to the energy infrastructure would be a key indicator of a commitment to increase operational capacity and improve the quality of life of the miners and their families, imagery taken over the last decade reveals few developments in this area.”

보고서는 그러면서 해당 지역에 에너지 공급 인프라의 변화가 생긴다면 검덕의 운영 역량 증가와 함께 광부 가족들 삶의 질 개선 등에 북한이 정말 전념한다는 지표로 볼 수 있지만, 지난 10년 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봤을 때 이 분야에선 거의 발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