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몬 보고관 첫 방한 “방북 추진보다 책임 추궁…현장 목소리 청취해야”

유엔 인권이사회는 8일 페루 교황청립가톨릭대학 민주주의∙인권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살몬 소장을 신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공식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 UN Human Rights Council / Twitter.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오는 29일부터 한국을 첫 공식 방문해 정부 관리들과 탈북민, 납북자 가족 등을 면담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살몬 보고관이 북한 인권 탄압의 책임을 추궁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자베스 살몬 새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한국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정부 관리들과 시민사회단체들, (납북) 피해자와 가족들, 탈북민들을 만나고 다음 달 2일 오후 서울의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임명을 통해 지난 1일부터 임무를 시작한 살몬 보고관이 방한 뒤 오는 10월 유엔총회에 첫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살몬 보고관의 경력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가 페루 교황청립 가톨릭대 법대의 국제법 교수이자 이 대학의 민주주의인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 페루 법무부와 국방부, 페루 진실화해위원회,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자문 등으로 활동하며 국제공법과 국제 인권법, 국제 형사법, 국제인도주의법, 전환기 정의에 관한 저서를 집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살몬 보고관의 방한 계획을 전하며 첫 방한인 만큼 박진 장관이 직접 보고관을 접견하고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과 한국 외교부는 기자회견 외에 자세한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통일부와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살몬 보고관의 면담 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다음 달 1일 개최하는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 중 ‘책임 규명과 협력의 양면 접근을 통한 북한 내 인권 개선’이란 주제로 서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진행하는 토론에 살몬 보고관이 패널 중 한 명으로 참석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군포로 관련 단체와 전시·전후 납북자 단체 관계자들을 별도로 만나며 오는 3일에는 지난 2020년 서해에서 북한 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등 가족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살몬 보고관을 만나 북한의 인권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고 국제 공론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해 책임규명(Accountability) 등을 포함하여 민감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북한과의 소통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북한 실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고, 필요하다면 저 역시 그 과정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유엔과 한국 정부의 이런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24일 VOA에, “살몬 특별보고관이 (이번 방한을 통해) 이신화 대사와 강력한 관계를 발전시켜 (유엔 무대에서) 협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would hope that she will develop a strong relationship with the South Korean envoy. And I would hope that they could work together. Their next venue will be the United Nations because it's coming up in the fall and that would mean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n trying to mobilize more countries, get a Security Council meeting on North Korea, get more countries to sponsor the resolution, put their names on co-sponsorship.”

이들이 협력해 다음 달부터 개최될 제77차 유엔총회와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더 많은 나라가 관여하도록 노력하고 더 많은 나라가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한국 내 탈북민, 시민사회단체들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쌓아 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여와 북한 정보 파악의 기회로 삼고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한국 정부가 국가 정보기관들이 촬영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위성사진 등 인권 관련 자료들을 살몬 보고관에게 보여주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살몬 보고관이 이번 방한을 통해 “현장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She needs to understand the state of the field. She needs to understand South Korean civil society organizations where they stand the issues they stand up for.”

특히 한국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옹호하는지 이해하면서 현장 상황을 배우고 경험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정훈 전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살몬 보고관이 한국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기본적 지식을 쌓는 한편 강철환 북한인권전략센터 대표 등 오랫동안 북한 인권 운동을 해온 탈북민 리더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사는 또 살몬 보고관이 방북 추진보다 본연의 임무인 ‘책임규명’에 집중하고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서울에서 밝히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정훈 전 대사] “핵심적인 임무는 책임규명입니다. 이에 대한 보고관의 책임감, 의지를 분명히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이분도 혹시라도 북한 한 번 방문하겠다 이런 헛된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절대 북한 정권은 허용 안 합니다. 크게 뭔가 양보를 얻기 전에는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서 북한인권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킬지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본인의 가장 큰 역할은 책임추궁에 있다는, 유엔 차원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