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서 이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과 한국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원칙적으로 타이완 유사시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진단하면서도 대북 억지력 유지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타이완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의 참여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06년 미한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South Korea has already agreed in 2006 on the strategic flexibility of US forces on the Korean peninsula being used in contingencies other than related to North Korea, so it's already agreed to. Also, South Korea has no veto over the deployment of or redeployment of US forces. I think the expectation would be that the US would carry the bulk of the weight on a Taiwan contingency. Japan would be providing strong logistical and protection support and South Korea would not likely become directly involved, but we'll have more responsibility for deterring and defending against North Korea as the US diverted its forces towards Taiwan.”
당시 한국 정부가 북한 관련 이외에 유사 상황에서 주한미군 이동을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미군 병력의 배치와 재배치는 한국의 ‘승인’ 사안이 아니라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2006년 1월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반기문 한국 외교장관은 미한간 첫 장관급 전략대화를 가진 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력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타이완 유사시 미국이 가장 많은 부분을 감당하고 일본은 군수 보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은 직접적인 관여 대신 미국이 타이완으로 병력을 전환함에 따라 대북 억지와 방어에 더욱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 방문에서 한국 관리들과 대화하면서 한국이 잠재적인 유사시 계획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타이완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타이완 유사시 주한미군이나 한국의 역할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4월, 미국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선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경우 군사계획과 한국의 역할에 대해 한국 새 정부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녹취: 마이클 월츠 공화당 하원의원] “I do think that we do need to take a public posture with the new South Korean government, on what we're prepared to do and what they're prepared to do. An Associated question there is, is China going to lean on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ramp up tensions and to tie those forces down in the Taiwan strait scenario.”
마이클 월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이 “한국의 새 정부와 함께 (중국의 타이완 침략 시) 우리가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고, 한국이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타이완해협에 인접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미국과 타이완 유사시에 관한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핵심 관심사인 주한미군의 참여 여부와 관련해 미군 재배치 권한이 미국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So we have done this before. In 2004, Rumsfeld ordered an entire Brigade Combat Team deployed from Second Infantry Division to Iraq…”
또 실제로 과거 2004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일부 주한미군 병력이 재배치됐던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다만 미한상호방위조약은 북한 등 특정 위협에 대한 명시 없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위협으로부터 상대국을 방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에 대한 위협이 여기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면서 "모든 상호방위조약은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Mutual Defense treaty calls on both countries to defend each other against threats in the Asia Pacific region. Mutual defense treaty, there is no mention of North Korea or the DPRK. It only talks about threats against both countries in the Asia Pacific region. Now what is not clear is a threat to Taiwan is covered under that. The mutual defense treaty and any treaty is not automatic. Everything takes consultation.”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주한미군의 우선순위는 북한 공격을 막기 위한 준비태세와 억지력 유지”라며, 타이완 유사시 상황에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타이완 유사시 지원을 위해 주한미군과 한국군 등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면, 최고위급 수준에서 정치 군사적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 등 역내에 배치된 미국 지상군이 어떤 역할을 할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관리 출신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연구원도 "타이완에서 주요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지상군은 대체로 제자리에 머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I think Washington would want support from South Korea, as set out in the Mutual Defense Treaty. But my expectations for South Korea’s contributions in a Taiwan scenario are relatively limited at the moment. It might simply be diplomatic and political support. It could be basing access. Or it could include some degree of military assistance, if authorities in Seoul determined this was necessary. “
분쟁의 한가운데에 지상군을 이동시키는 것은 어렵고, 북한의 침략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공군과 해군 병력은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런 결정은 일정 부분 한국과 미국 정부의 협의에 달렸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쿠퍼 선임연구원은 또 "미국 정부는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의 지원을 바랄 것”이지만 "현재로선 '타이완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기여는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적 정치적 지원에 그치거나 기지 접근 허용 정도일 수 있고, 한국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군사적 지원도 어느 정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쿠퍼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이 한국 측에도 합리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I think it makes sense for South Korea to give the United States the flexibility it needs to deal with any contingency. After all, if other countries limit U.S. deployability as well then the United States will also have a harder time coming to Korea’s aid in a crisis. So strategic flexibility is important not just to the United States but to South Korea as well. In addition, if U.S. forces in South Korea are not flexible, then I suspect some in the Pentagon will want to reconsider force levels if the United States comes under more severe resource pressures.”
한국이 미군의 배치 가능성을 제한한다면 미국 역시 위기 상황에서 한국을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쿠퍼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미국이 더 심각한 재원 압박에 놓이게 되면 미 국방부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병력 수준을 재고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