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탈북민들 분노 “김정은 핵무력 법령, 주민 생명권 유린 공식화”

미국 뉴욕에 사는 탈북민 정태양 씨는 제77차 유엔총회가 개막한 지난 13일부터 날마다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력 법령 공포는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을 무시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미국 내 탈북민들이 비판했습니다. 지도자의 신변이 위험해지면 주민들을 핵 위협에 즉각 노출시키겠다는 비양심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동부 뉴욕에 사는 탈북민 정태양 씨는 제77차 유엔총회가 개막한 지난 13일부터 날마다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정 씨는 이달 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법제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권리와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시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태양 씨]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계속 핵 공갈을 하고 있는데, 저희가 볼 때는 마지막 발악입니다. 하루빨리 북한 주민들의 상황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북한은 이달 초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핵무력정책 법령에서 핵무력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체계에 복종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휘부가 공격받거나 위협에 처하면 즉시 자동으로 핵 타격을 가한다는 조항을 넣어 주민들의 생명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들은 이런 김 위원장의 핵무력 법제화 움직임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인민이 총포탄이 되어 수령을 결사옹위하자는 북한의 전형적인 선전 구호처럼 “김정은이 죽으면 주민들도 다 죽어야 하냐?”고 반문했습니다.

2019년 말 탈북해 지난해 11월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한 야엘(가명) 씨는 지도자가 초보적 양심조차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야엘 씨] “인간이 초보적으로 지녀야 할 양심이라는 것 자체를 상실한 사람입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이다’라고 했다더니만 저 사람도 그거 베꼈는지 그게 그거 아니면 뭐입니까? 자기 한 사람하고 국가 국민 2천 300만 명하고 바꾸라고 해도 바꿀 사람입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기 직전 탈북한 야엘 씨는 적어도 국경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집권 초기 젊은 지도자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계속 불필요한 전시성 사업만 하고 민생을 철저히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아졌다는 겁니다.

[녹취: 야엘 씨] “부글부글합니다. 저 올 때까지만 해도 마음 맞는 아낙네들끼리 앉아서 야 저게 무슨 필요한가? 이렇게 대담하게 말하는 여자들도 있었어요. 그전에는 ‘짧은 혀 놀려서 긴 목이 날아간다’고 말을 조심했는데, 이제는 의견들이 부글부글 끓으니까 무슨 화장품 공장 현지 시찰하는 게 뭔 필요하냐?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잡아가면 조선 국민 다 잡아넣어야 하니까 이제는 그 정도를 말반동으로 취급하지도 못한단 말입니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던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은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민심 이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코로나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김정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은 것을 얻었어요. 지금까지 김정은이 북한 사회 전반에 관한 장악과 통제를 하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썼지만 잘 안됐거든요. 그런데 코로나란 전염병이 들어오면서 김정은이 철저한 통제와 봉쇄로 전염병 물리쳤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봐라! 외부로부터의 개방, 외부로부터의 교류가 얼마나 위험하냐.”

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으로 미국 중서부에 사는 허강일 씨는 “공산 독재국가는 인민의 생명과 복지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각인시켜 줬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의 핵무력 법제화는 “주민들과 나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그가 공식화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허강일 씨] “핵을 법제화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자체가 나는 국민들은 상관 안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공식화한 겁니다. 내가 얼마나 폭군이고 나밖에 모르는 독재자란 것을 또 한 번 과시한 계기가 된 거죠. 북한의 독재자는 협상할 여지가 없다는 사람이란 것을 이번에 전 세계가 절실히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렇게 공개적인 큰 회의에서 자신의 목숨을 국민들과 상관없이 핵으로 법제화했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죠.”

허 씨는 핵무기가 북한을 지켜줄 것처럼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선전하지만 이게 얼마나 큰 위선인지 세뇌된 주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씨] “핵무기가 마치 나라를 지켜줄 것처럼 말하지만 속내는 자기가 독재를 더 오래 하려고 하는 거죠. 핵무기에 들어간 비용만 해도 주민들 몇 년을 먹을 식량값이 들어갔는데 그거 쏠 때부터 그거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미사일을 쐈겠습니까? 진짜 북한 주민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독재하기 위한 위선이란 것을 느껴서 앞으로 한반도가 위험해지면 김정은과 측근들이 핵무기를 장난감처럼 만지지 못하게 싸우는 활동을 해야죠.”

19일 삼엄해진 경비로 유엔본부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정태양 씨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이 핵무력 법령을 계기로 인권의 중요성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태양 씨] “윤석열 대통령님, 바이든 대통령님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강력히 관심을 갖고 적극 목소리를 높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 씨가 이날 VOA에 보낸 사진에는 하얀색 손팻말에 ‘북한 독재정권 타도하자’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이란 한글과 영어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