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선언"...미 "핵무기 쓰면 러시아 파국 맞을 것" 경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주민들이 24일 야외투표소에서 러시아 병합 찬반 주민투표에 참가하고 있다. 투명 재질의 투표함에서 '찬성'에 기표한 투표 용지를 볼 수 있다. 

오는 30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4개 지역을 러시아에 편입하는 최종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러시아 매체들이 24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타스 통신은 이날 이름을 밝히지 않은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 의원의 발언을 인용, 이르면 오는 29일 국가 두마에서 점령지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영토 병합 승인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했습니다.

같은 날(29일) 러시아 상원에서도 관련 법규를 처리할 것이라고 타스는 전망했습니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24일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오는 29일 국가 두마와 상원에서 동시에 영토 편입 안건 승인이 마무리 될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국가 두마와 상원에서 관련 안건을 처리하면, 다음날인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통해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편입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이날(24일) 해설했습니다.

■ 주민투표 사흘째 진행 중

25일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네 곳에서 러시아 병합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사흘째 진행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남부의 자포리자는 자포리자 주의 주도, 헤르손은 헤르손 주의 주도이다. 동부의 돈바스에는 도네츠크 주와 루한시크 주가 있다. 마리우폴은 도네츠크 주 최남단이다.

투표 대상은 남부 헤르손 주와 자포리자 주의 러시아군 점령지, 그리고 동부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이 자리잡은 도네츠크 주와 루한시크 주 일부 등지입니다.

이번 투표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되고, 결과를 바탕으로 러시아 당국은 해당 지역들을 자국 영토에 편입할 계획입니다.

투표 결과 90% 넘는 찬성표를 얻을 것으로 러시아 매체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를 병합하게 됩니다.

25일 러시아 언론은 '해방된 지역(러시아군 점령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사와 주권 회복에 대한 열망이 이번 주민 투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나, 강제 투표와 부정 투표 논란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점령지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 '부정 논란' 속출...바이든 "영토 편입 강행하면 새 제재 부과"

■ 러시아, '병합지 방어에 핵무기 사용 가능' 시사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들이 러시아에 편입되면 러시아의 완전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 밝혔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연설 직후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러시아는 네오나치 정권(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의 학대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사람들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점령지 주민투표 결과를 러시아가 신속하게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어서, 병합되는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의 체제에 추가될 영토를 포함해 러시아 영토는 완전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라브로프 장관은 답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 연방의 모든 법규와 원칙, 전략은 러시아 영토 전체에 적용된다"면서, "이는 핵무기 사용 원칙에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우크라이나, 핵 위협에 "굴복 않는다"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병합 후 해당 영토에 관해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라브로프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24일)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라브로프(외무장관)의 무책임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트위터에 적으면서 "우크라이나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아울러 "이런 언사들이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묵과될 수 없다는 점을 핵 보유국들이 러시아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부분적 군 동원령을 발동하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군 동원령 전격 발표, 2차대전 후 처음...젤렌스키 "피바다 속 익사 시키려는 것"

■ 미, "파국 맞을 것" 러시아에 경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는 파국적인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25일 A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This Week)'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런 점을 러시아 측에 분명하게 통보했다면서, "매우 고위급에서 비공개리에 러시아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직접 전투하는 것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설리번 보좌관은 "그 후과가 무엇이 될지는 러시아 측과 소통했다"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울러 "지난 2월 러시아 탱크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위협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그런 위협이 150억달러 넘는 규모의 무기를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 정부의 부분 동원령에도 징집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전쟁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서둘러 진행 중인 '사기 주민투표'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 젤렌스키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 불가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내 점령지에서 러시아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진행 중인데 대해 "러시아 대통령과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25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CBS 주간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화상 출연해 "러시아는 주민투표가 종료됐다고 공식 발표할 것이고 결과도 나올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위험한 신호"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개월 러시아 점령 기간에 수천명이 살해되고, 강간당하고, 고문당했다"면서 "우리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영토를 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위해 탱크와 방공시스템을 포함한 무기 지원이 긴요하다고 호소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중장거리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나삼스(NASAMS)'를 수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관해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에 감사하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 "핵 위협, 허풍일수 있었지만 이제 현실"

이날(25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관해, 러시아군이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한 사례들을 먼저 거론했습니다.

이어서 "이것은 핵 협박의 첫 단계"라면서 "이전에는 어쩌면 허풍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고 "미국은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