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미국과 핵무기 관련 간헐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크렘린궁이 26일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을 둘러싼 핵무기 문제에 관한 질문에, 미국과 "간간이" 접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적절한 수준의 대화를 위한 채널이 있지만 아주 가끔"이라고 설명한 뒤 "최소한 서로의 입장에 대한 비상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미국 핵심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비공개 고위급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3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선언"...미 "핵무기 쓰면 러시아 파국 맞을 것" 경고이같은 사실을 내용 언급 없이, 이날(26일) 페스코프 대변인이 확인한 것입니다.
■ "계엄령·국경폐쇄 미정"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한, 동원령 발동 이후 계엄령이나 국경 폐쇄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이날(26일) 밝혔습니다.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예비군 30만명을 소집하는 부분 동원령이 발표된 뒤 징집을 피해 도주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계엄령을 발동하거나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는 지적이 러시아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체코프 상원의원은 "현 상황에서 징집 연령이 된 모든 사람은 해외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현지 매체에 밝혔습니다.
이밖에 러시아 각 지역 당국과 국방부가 동원령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고연령자와 환자, 장애인까지 무분별하게 징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아울러, 고학력자는 동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소수민족 자치공화국 거주자들에 소집 인원이 몰리는 사례도 보도됐습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에 관해, 일부 소집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지역 당국과 국방부가 실수를 바로잡고 있다고 이날 브리핑에서 설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군 동원령 전격 발표, 2차대전 후 처음...젤렌스키 "피바다 속 익사 시키려는 것"하지만 이날(26일) 페스토프 대변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이나 국경 폐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러시아 독립 언론과 동유럽 주요 매체들은, 러시아 당국이 동원령 발동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지만 결국 실시한 사례 등을 들어, 페스코프 대변인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이날 지적했습니다.
■ 미 국무 "핵 사용시 결과 끔찍할 것" 경고
앞서 미국의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동맹국들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일제히 경고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5일 방송된 CBS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시 "발생할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핵 전쟁 위협에 대해 미국이 크렘린궁과 비공개리에 의사소통을 해왔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그 (핵 전쟁의) 결과가 끔찍할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가 우리로부터 전해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그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핵 위협 중단 노력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일반 대중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무책임한 수많은 언사(핵 위협)에 대해 익히 들어 온" 상황임을 상기시키고, "우리 모두는 특히 이런 종류의 부정확한 말들에 관한 한 (러시아가) 책임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러시아를 향해 핵 무기에 대한 부정확한 얘기를 중단하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 "러시아가 멈춰야 전쟁 끝나"
블링컨 장관은 이런 상태에서, 러시아 정부 조직 내에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관해 직언하는 인물이 없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 정부에는 지휘계통이 있다"면서 "이는 독재정권의 아킬레스건인데, 일반적으로 권력에 진실을 말할 능력이나 의지를 가진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곤경에 빠진 이유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그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이 시작한 전쟁에서 벗어날 확실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싸우기를 멈추면 전쟁이 끝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그만두면 우크라이나가 끝장난다"고 설명했습니다.
■ 백악관 "파국적인 후과 맞게 된다"
같은날(25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A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This Week)'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는 파국적인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런 점을 러시아 측에 분명하게 통보했다면서, "매우 고위급에서 비공개리에 러시아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와 직접 전투' 여부 즉답 피해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직접 전투하는 것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설리번 보좌관은 "그 후과가 무엇이 될지는 러시아 측과 소통했다"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울러 "지난 2월 러시아 탱크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위협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그런 위협이 150억달러 넘는 규모의 무기를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 정부의 부분 동원령에도 징집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전쟁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서둘러 진행 중인 '사기 주민투표'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 당국자 핵 위협 계속
최근 러시아 주요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잇따라 언급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연설 직후 기자회견에서, 병합되는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추가될 영토를 포함해 러시아 영토는 완전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 연방의 모든 법규와 원칙, 전략은 러시아 영토 전체에 적용된다"면서, "이는 핵무기 사용 원칙에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6일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네 곳에서 '부정 투표'와 '강제 투표' 논란 속에 러시아 병합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나흘째 진행 중입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점령지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 '부정 논란' 속출...바이든 "영토 편입 강행하면 새 제재 부과"투표 대상은 남부 헤르손 주와 자포리자 주의 러시아군 점령지, 그리고 동부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이 자리잡은 도네츠크 주와 루한시크 주 일부 등지입니다.
■ 27일까지 주민투표...30일 '병합 선언' 전망
이번 투표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되고, 결과를 바탕으로 러시아 당국은 해당 지역들을 자국 영토에 편입할 계획입니다.
투표 결과 90% 넘는 찬성표를 얻을 것으로 러시아 매체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오는 29일 국가 두마(하원)와 상원에서 점령지 영토 편입 승인안을 처리한 뒤, 다음날인 30일 푸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병합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러시아 매체들이 앞서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를 병합하게 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