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과 협상 불가' 공식화...OPEC+,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 감산 합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어떤 협상도 불가능하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이 3년 만에 평화 협상을 재개한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에 관한 입장을 공식화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어떠한 협상도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확히 명시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 합병 조약을 체결한 데 이어,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대통령령으로 이를 공식화한 것입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가리켜, “그는 품위와 정직이 뭔지 모른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다른 러시아 대통령과만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 법안에 서명했습니까?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4일,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하기 위한 관련 법안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의회의 합병 비준안에도 서명했습니다. 앞서 러시아 하원과 상원은 각각 점령지 합병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로써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에 대한 공식 절차는 다 끝난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고 국가 간의 법치에 정면 배치되는 행동이라며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민투표에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적 영토를 불법으로 빼앗기 위해 ‘가짜 투표’를 하려 한다면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쪽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처와 관련해, 어떤 발표나 입장을 표명한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4일)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거나, 아니면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관리들은 최근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우크라이나 때문에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얼마 전에도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문제를 언급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30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 수반들과 가진 합병 조약 체결식에서, 우크라이나는 즉각 군사행동을 멈추고 협상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점령지 4개 지역은 이제 러시아의 영토가 됐다면서, 합병한 영토에 대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협상’에 대한 해석에 있어 상당한 간극을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다짐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에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굳건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은 결코 러시아의 합병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합병을 지지하는 개인이나 단체, 정부에 대해서도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도 추가 제공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4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6억2천500만 달러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 규모는 175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러시아가 앞으로는 자포리자 원전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군요?

기자) 네. 러시아 외무부가 5일, 자포리자 원전은 이제 러시아 당국의 감독하에 운영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3월부터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고 병력을 배치했는데요. 하지만 원전의 운영과 관리는 소수의 우크라이나 전문 인력이 맡아왔습니다.

진행자) 최근 자포리자 원전 소장이 구금된 일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지난달 30일, 원전을 나와 인근 마을로 가던 이호르 무라쇼우 원전 소장의 차를 세운 후 눈을 가리고 모처로 데리고 갔습니다. 무라쇼우 소장은 지난 3일 석방됐는데요.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무라쇼우 소장에게 원전 운영권을 넘길 것을 강요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IAEA는 지난 3일 성명을 발표하고, 무라쇼우 소장이 석방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무라쇼우 소장이 다시 원전에 복귀할지, 또 복귀한다면 시점은 언제일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4일 또다시 성명을 발표하고, 무라쇼우 소장은 우크라이나 관할 지역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자포리자 원전 임무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러시아 ‘타스’ 통신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조만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원전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 원유 저장소 전경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다음 소식입니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합의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OPEC+는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축하기로 했다고 5일 발표했습니다. OPEC+는 지난 2020년 5월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자 원유 생산을 대폭 줄인 바 있습니다.

진행자) 200만 배럴이라면 어느 정도 양이 되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군요?

기자) 네. 전 세계 일일 원유 소비량이 1억 배럴 정도 되니까 일일 소비량의 2% 정도 됩니다.

진행자) OPEC+는 기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다른 산유국들을 포함한 조직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기존 13개 OPEC 회원국에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11개 비OPEC 회원국이 참여하는 협의체인데요. 이들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OPEC+가 일일 산유량을 대폭 줄이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이들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 경제와 원유 시장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많은 언론은 이번 조처가 최근 급락한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 유가가 떨어진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앞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져서 그렇습니다. 지난 6월에 배럴당 120달러에 달하던 유가는 최근 80달러 선까지 하락했습니다.

진행자)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서 산유량을 줄이겠다는 건데, 이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요구와는 어긋나는 조치죠?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는데요. 이에 대응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에 원유 증산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또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막기 위해 유가를 낮추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유가 안정을 위해 지난여름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 방문했는데요. 당시 걸프 지역 산유국들에 원유 증산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날(5일) 발표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미국 ‘CNN’ 방송에 이번 결정이 불필요하며 이를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충족해야 함을 지금까지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많은 전문가는 이번 조처에 미국이 전략 비축유를 추가 방출하거나 산유국의 석유 생산 담합을 제재하는 NOPEC 법안 추진 등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조처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반 다닐로 루에다(가운데) 콜롬비아 정부 협상 대표와 파블로 벨트란(오른쪽) '국민해방군(ELN)' 협상 대표가 4일 협상 재개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남미 콜롬비아로 가봅니다.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간의 협상 소식이 들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인 ‘국민해방군(ELN)’이 3년 만에 평화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콜롬비아 정부 대표단과 국민해방군 대표들은 4일 수도 보고타에서 회담한 후 협상 재개를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언제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겁니까?

기자) 양측은 이날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평화 협상의 시작 날짜는 11월 첫째 주 이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노르웨이와 베네수엘라, 쿠바가 회담에서 보증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회담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ELN 사령관은 노르웨이, 쿠바, 베네수엘라에서 각각 단계별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시사했는데요. 아직 회담 장소 발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국민해방군, ELN은 어떤 조직입니까?

기자) 현재 콜롬비아 최대 게릴라 조직입니다. 1960년대 쿠바 공산혁명에 영감을 받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반군 조직인데요. 콜롬비아에 약 4천 명의 조직원을 두고 있고, 이웃 나라인 베네수엘라에서도 활동하면서 불법 금광 운영과 마약 밀매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몇 년 전에도 콜롬비아 정부가 반군 단체와 평화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6년 10월, 후안 미겔 산토스 대통령 정부가 당시 콜롬비아 최대 반군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반세기 넘는 정부와 반군 간 유혈 대립을 종식하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공로로 산토스 당시 대통령은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콜롬비아에는 여러 게릴라 반군 조직들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FARC와 협정을 체결한 후, 또 다른 영향력 있는 조직인 ELN과도 협상을 벌였는데요. 하지만 강경 우파인 이반 두케 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ELN 조직원들이 경찰 학교를 공격해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직후 협상이 중단됐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3년 만에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협상 재개 움직임은 지난 8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진행자)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게릴라 출신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페트로 대통령은 젊은 시절, 좌익 민족주의 게릴라 조직인 ‘M-19’에 가입해 무장 투쟁을 벌인 인물인데요. 지난 6월 콜롬비아 대선에서 50% 넘는 득표율로, 친정부 기업인 출신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로써 최근 중남미에 부는 좌파 정부 흐름에 콜롬비아도 합류했습니다.

진행자) 콜롬비아에 좌파 지도자가 나온 건 처음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지도자입니다. 페트로 대통령은 줄곧 ELN을 포함해 다른 여러 반군 단체들과 협상하겠다고 약속해왔는데요. 하지만 앞서 정부와 평화 협정을 체결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내에서도 협정에 반기를 드는 잔당들이 있어, 콜롬비아 평화 정착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