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해온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연합군을 편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0일 수도 민스크에서 주재한 군사·안보 고위당국자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역(벨라루스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 연합군'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조치는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미 해당 병력을 이틀 전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벨라루스 영토에 대한 공격 문제가 논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획되고 있다"면서 "그들은 벨라루스를 상대로 전쟁을 개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수십년 동안 대비해왔으며 필요하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군과 함께 연합군에 참가하는 러시아군 병력이 "1천명 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히고, "이들을 받아 필요한 곳에 배치할 준비를 하라"고 이날 군 지휘부에 지시했습니다.
벨라루스 정부는 11일에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 병력과의 연합군 편성은 순전한 방어 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정보 소식통들은 11일 현재 대규모 러시아군 병력이 열차 편으로 벨라루스 영토에 도착하고 있다고 전하는 중입니다.
■ 러시아군에 침공 경로 제공
벨라루스의 이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공격하려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군대를 파견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 합동 훈련 명목으로 자국 영토에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 진입을 허용했습니다.
해당 병력과 장비는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을 통해 침공했고,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함락을 노렸으나 실패하고 퇴각한 바 있습니다.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공격으로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와 서부도시 르비우 등지에 떨어진 미사일 일부도 벨라루스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같이 보기: 푸틴 "테러행위 대응" 보복 확대 공언...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서부 르비우·중부 드니프로 등 미사일 공습러시아는 11일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S-300미사일 12발이 공공시설에 떨어져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사상자가 나왔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날 밝혔습니다.
■ 미·독,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시스템 제공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름대교 폭발 등을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보복 확대를 공언한 뒤, 포격전 중심으로 진행돼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사일전으로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이우 등 주요 도시) 공습은 이번 전쟁의 본질에 엄청난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을 계속하면서, 첨단 방공 시스템 지원을 예고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첨단 방공 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앞서 지원을 약속한 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2기를 곧 우크라이나로 보낼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가 워싱턴포스트에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추가 지원하기로 했던 나삼스 6기도 예정보다 빨리 전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 의회에서도 이같은 지원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10일 "러시아의 (크이우 등지) 공격에 경악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 정부는 4개월 전에 지원을 약속했지만 집행을 미뤄온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IRIS-T SLM'을 며칠 내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 젤렌스키 "적들에 큰 고통 안길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뒤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우리의 군사 협력에서 최우선 순위는 방공"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날 밤 영상 연설을 통해 "우리의 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며 전장에서 적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들(러시아)은 공포와 혼란을 원하고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을 파괴하려고 한다"면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완전히 파괴해 지구에서 쓸어내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1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군수·재정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정상들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엄중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한 방공능력 증진과 벨라루스 국경에서의 국제 관찰 임무를 위한 계획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유엔은 1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병합 조치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연합(EU) 주도로 마련된 이번 결의안은 오는 12일 표결할 전망입니다.
■ 러시아 "서방 개입 확대에 대응"
이같은 서방 측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에, 러시아는 비대칭 수단을 포함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1일 "미국·나토와의 직접 충돌은 러시아의 관심 사안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서방이 우크라이나 분쟁 개입을 확대해 나가는데 대응하겠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밝혔습니다.
이어서 "그들이 미 정부와 서방 정부들의 통제할 수 없는 갈등 확대의 위험을 깨닫기를 바라고 또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랴브코프 차관은 특히 우크라이나 병력을 훈련하는 행위, 그리고 우크라이나 군의 포격 목표를 지정할 수 있는 실시간 위성 자료 제공 등은 사실상 서방국가들이 참전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런 상황들이 "서방국가들을 전쟁에 점점 더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대응 조치를 할 수밖에 없고, 비대칭 수단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