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다수는 북한 등 적대국과 미국의 관계가 내년에 더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날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도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미국과 적대국들(adversaries)과의 관계가 내년에 더 악화할 것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어슨연구소와 ‘AP’통신, 시카고대 NORC 여론연구센터가 지난달 미국 성인 1천 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내년에 적대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습니다.
AP통신은 11일 이런 결과를 전하면서 미국인 다수는 러시아와 북한 등 외국 적대국과의 관계가 더 적대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4년 전 트럼프 행정부 때 기록한 26%에서 상당히 증가한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최근 주요 적대국들의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강화, 타이완 문제 등으로 인한 중국과의 긴장 고조,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대치 상황 등을 배경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대국과의 관계가 내년에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은 공화당과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앞선 미국 내 여러 설문조사에서 대표적인 적대국 중 하나로 꼽혔었습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재단이 지난해 말 12개 나라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불호를 조사해 12월 발표한 결과를 보면 북한을 적국(Enemy)으로 본다는 응답은 가장 많은 78%를 기록해, 65%를 각각 받은 중국과 러시아보다 많았습니다.
아울러 지난달 비영리 학술단체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AP통신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미국과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은 21%로 4년 전의 46%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미국의 국제 위상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도 4년 전 트럼프 행정부 때 기록한 48%에서 9% 하락한 39%를 보였습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기관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첨예하게 분열된 미국 내 정치 기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가령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4년 전 조사에선 민주당원의 4분의 3이 미국의 국제위상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거의 같은 비율이 긍정적 전망을 했다는 겁니다.
반면 공화당원 10명 중 6명은 4년 전 미국의 국제 위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같은 비율의 응답자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의 국제 위상이 흔들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피어슨연구소의 쉴라 코헨텝 글로벌 포럼 대표는 이런 결과에 대해 미국의 “지나친 당파성(hyperpartisanship)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