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기 집권 체제가 출범하면서 향후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과 더욱 밀착하면서 북한 핵실험에 눈감고 대북 제재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24일 VOA에 북한이 새롭게 출범한 중국 시진핑 체제와 더욱 밀착하면서 미국에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NSC 국장] “I'm certain that Pyongyang is seeking to take advantage of the tensions in US-China relations and trying to get off on a strong footing in the beginning of President Xi's third term. I think having the United States more distracted by North Korean behavior is not a bad thing from China's perspective.”
북한이 미-중 관계의 긴장을 이용하려 시도하고 시 주석의 3기 체제에서 강력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한다는 것입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북한의 행동 때문에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발표된 다음 날인 24일,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보낸 축전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또 사설을 통해 “시진핑 총서기 동지의 영도를 받는 중국공산당과 인민의 앞날을 축원한다”며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특수한 친선관계로 발전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이처럼 북한과 중국이 밀착하고, 여기에 최근 부쩍 가까워진 러시아까지 가세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 셈법을 복잡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장 며칠 안에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해도 국제사회가 유엔에서 추가 대북제재를 부과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장] “Given what we have seen of China and Russia collaborating to push back against diplomatic initiatives at the UN related to North Korea, I would suspect that there will be resistance from those two in the event of a nuclear test.”
존스턴 전 국장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서 북한과 관련한 외교적 시도를 막기 위해 협력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해도 두 나라의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역시 새 지도부 하의 중국이 북한의 핵 실험을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As long as North Korea's actions do not undermine stability on China's border, Beijing seems likely to continue to look the other way. Indeed, the PRC probably sees a benefit from any North Korean actions that complicate U.S. and ROK security calculations.”
북한의 행동이 북중 국경의 안정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중국은 계속해서 북한의 행동을 묵인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과 한국의 안보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북한의 행동들에서 이익을 본다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부연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시진핑 3기 체제 하에서 중국-러시아-북한을 중심으로 한 전제주의 국가들의 블록(bloc)과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 블록 간의 대립이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The interesting things is how much the North Korean press recently has supported China and supported Russia. They have stood shoulder to shoulder. And so it's clear that that block is consolidating a bit at this point, which is worrisome. And at the same time, in reaction to China's aggressive military posture, you are seeing the block with the United States, whether it's the Quad, or AUKUS, these things are getting stronger at the same time. So geo-strategically, it is getting more fraught, not less.”
와일더 전 보좌관은 최근 북한 매체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내용을 많이 전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3국이 마치 어깨를 맞댄 듯 함께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이들 나라들의 통합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 태세에 맞서 쿼드(Quad)나 오커스(AUKUS) 등 미국과의 연합체도 강력해지고 있다면서, 지정학적으로 점점 더 위험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을 향한 도발에 더 자주 나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I think that because of his good relationships with Putin, and with Xi, Kim probably sees opportunity. In the current situation, he probably sees the opportunity to press the South Koreans a bit, and you know, stick a finger in the American eye a little bit.”
김정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관계가 좋은 현 상황을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을 좀 더 자극할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다만 시진핑 3기 지도부가 한국을 의식해야 할 이유도 있다며, 북한을 아무런 통제 없이 놓아두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I think Beijing in that regard has to maintain a little bit of a nuanced policy, because they want to keep the South Koreans out of the Taiwan issue. I would expect them while they might sort of acquiesce to North Korean nuclear tests. I would guess that privately they will be indicating North Koreans, that it would be a bad idea to deploy tactical nuclear weapons.”
중국은 한국이 타이완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반도에 대해 조금 더 미묘한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는 설명입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예컨대 중국이 북한의 7차 핵 실험은 어느 정도 묵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전술핵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사적인 자리에서 북한에 시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이미 타이완 문제에 강력한 연합전선을 형성한 상황에서 아직 타이완에 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힌 적 없는 한국을 중국이 굳이 자극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와일더 전 보좌관은 말했습니다.
한편 새로 출범한 3기 시진핑 지도부가 한동안은 신중하게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스웨인 퀸시연구소 동아시아국장은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미-중 신냉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스웨인 퀸시연구소 국장] “If the Republicans regain control of the Congress, and you have a Republican president in 2024, you'll get a much worse situation than we have even now between China and the US. We will be much closer to a Cold War with the Chinese if these political changes in the United States move in the direction of greater hostility towards China.”
만약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통제권을 되찾고 2024년에 공화당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중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스웨인 국장은 미국의 정치 지형이 중국에 대한 더 큰 적대감을 갖는 쪽으로 변화한다면 중국과의 신냉전에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