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실종 국군포로 2명 질의서 북한에 보내”

지난해 7월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탈북 국군포로의 안장식이 거행됐다. (자료사진)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이 실종된 한국전쟁 국군포로 2명의 정보를 북한에 요청했습니다. 관련 단체들은 유엔이 국군포로에 대한 질의서를 북한에 보낸 것은 처음이라며 반겼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이 국군포로 2명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질의서를 북한 정부에 보냈습니다.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6·25 국군포로가족회 등은 17일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의 아우아 발데 의장이 북한에 질의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단체들에 서한을 통해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단체들은 앞서 북한에서 실종된 국군포로 황금만 씨와 한만택 씨의 생사 확인 등 강제실종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이 그룹에 제출했었습니다.

단체들이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강제실종실무그룹은 지난 9월 열린 제128차 정례회의에서 “이들 개인의 생사와 행방을 명확히 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표명하면서 이 사건을 북한 정부에 발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발데 의장은 확인했습니다.

[발데 의장 서한] “At the session, the Working Group decided to transmit the cases to the Government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expressing the hope that appropriate investigations will be carried out in order to clarify the fate and whereabouts of the aforementioned individuals and to protect their rights.”

유엔에 제출된 진정서와 단체들에 따르면 1926년생인 황금만 씨는 한국전쟁 때 포로로 북한에 끌려가 귀환하지 못한 채 함경북도 온성에서 살았습니다.

이후 1976년 보위부에 간첩 혐의로 체포된 뒤 혐의를 부인하다 수성교화소로도 알려진 청진 25호 관리소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32년생인 한만택 씨는 함경북도 무산 광산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2004년 한국으로 가기 위해 탈북한 뒤 중국 공안에 체포돼 이듬해 북송됐습니다.

한 씨는 이후 다시 탈북을 시도하다 북한 당국에 체포돼 18호 북창 관리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씨의 한국 내 가족은 특히 한 씨가 중국에서 체포될 당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 끝에 패소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17일 VOA에 “한 씨는 2012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를 확인하거나 유해를 인도하지 않기 때문에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은 강제실종 상태가 계속 중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특히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이 국군포로와 관련한 질의서를 북한 당국에 보낸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며 이번 질의서를 계기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국군포로 문제에 더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 유엔 강제실종그룹이 다룰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넒어진 것 같습니다. 이것을 기회로 삼아서 우리 정부가 더 열심히 국제사회에서 국군포로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법이 규정한 국가적 책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WGEID서한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적극적으로 노력해야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한국전쟁 정전 당시 8만 2천 명의 국군포로가 실종됐으며, 이 가운데 5~7만 명 정도가 포로로 억류된 채 한국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복귀하지 못한 국군포로들은 북한에서 적대 계층으로 분류돼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며 심한 인권 침해에 시달렸다고 보고서는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에 참석해 국군포로 문제는 국제법 위반으로 국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었습니다.

[녹취: 박선영 이사장] “70년이 넘도록 억류하고 있는 것은 제네바 협약과 로마협약 위반입니다.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해서 이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 번이라도 인권이란 이름으로 국제법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이분들을 모셔 오도록 함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유엔총회는 특히 지난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서 “송환되지 않은 전쟁포로들과 그 후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혐의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국군포로에 대한 우려를 처음으로 명시했었습니다.

이 표현은 제7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6일 채택한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에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탈북 국군포로 3명을 최초로 초청하는 등 이 사안에 과거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올해 94살의 유영복 씨는 VOA에 “늦게나마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북한 정권의 비인도적인 만행에 대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해 사과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인 미국도 책임을 갖고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유영복 씨] “휴전된 지 70여 년이 됐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솔직히 말해서 정전협정에 우리 한국 정부는 주도적으로 역할을 못 하지 않았습니까? 연합국을 대표해 미국이 했기 때문에 미국이 끝까지 관심을 갖고 국제사회에 여론을 환시하면서 해결 방도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