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또 피격 "가까스로 핵 사고 피해"...카멀라 미국 부통령 필리핀 방문, 굳건한 동맹 강조

우크라이나 니코폴 쪽에서 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단지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주말 새 잇따라 포격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불장난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해 굳건한 양국 관계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중국에서 지난 5월 이래 처음으로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남부 대도시 광저우가 도시를 부분 봉쇄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다시 공격받았다고요?

기자) 네.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이 20일 아침 다시 집중 포격을 받았습니다. IAEA는 이날(20일) 성명을 내고, 19일에 이어 이날 40분간, 원전 일대에서 적어도 12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도 공격 주체를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방을 벌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원전을 포격했다면서 러시아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핵 협박’을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발전소와 연결된 전력선 등지에 포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피해 규모는 파악됐습니까?

기자) 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원전에 상주하는 IAEA 소속 전문가들 보고를 토대로 피해 상황을 전했는데요. 방사성 폐기물 저장 건물과 냉각수 저수지 집수시스템, 응축수 저장탱크, 그리고 전력선 등이 파손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 정도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가까스로 핵 사고를 피한 수준이라면서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음번에는 운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원전 주변 방사능 수준이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자포리자 원전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 아닌가요?

기자) 네. 원전 주변에 잇따라 포탄이 떨어지면서 방사능 누출 우려가 고조되자 지난 9월 중순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인데요. 그래도 냉각장치 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거나 폐연료봉 보관 건물 등에 포탄이 떨어질 경우 자칫 핵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잇따른 포격으로 전력선이 자주 끊겼죠?

기자) 그렇습니다. 포격으로 원전과 전력망을 연결하는 마지막 송전선까지 끊어지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에네르고아톰 측이 비상 디젤발전기를 작동하고 복구 작업에 나섰는데요. 최근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가 전력선을 자국 전력망에 연결하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 내 전력난이 매우 심각한데요. 자포리자 원전이 정상가동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겠죠?

기자) 네. 전쟁 전에 자포리자 원전이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약 5분의 1을 담당했었습니다. 현재 에네르고아톰이 원자로 5호기와 6호기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에네르고아톰은 이번에 손상된 시설과 장비가 5호기, 6호기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력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IAEA는 이번 포격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그로시 총장은 원전에 상주하는 전문가들이 21일 직접 포격 현장과 시설을 점검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원전 운영사인 ‘로스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 ‘타스’ 통신에 “만일 IAEA가 원자력 안전과 무관한 시설 사찰을 원한다면 접근이 거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요?

기자) 네.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화상 연설에서 “동부 지역에서 하루에 거의 400번에 가까운 포격이 발생한다”면서 “도네츠크에서는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 속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고, 루한시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느리지만 전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9개월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월 24일 새벽을 기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개시했으니까, 사흘 뒤면 이제 열 달째로 접어듭니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20일 종전을 위한 10개 조건을 다시 제시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계속 종전 조건을 언급하고 있군요?

기자) 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조심스레 종전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 이어 20일 국제기구회의(OIF)에서도 종전 조건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조건이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포로 석방, 유엔헌장 이행, 긴장 고조 예방, 종전의 공고화, 정의 회복, 핵 안전, 식량안보, 에너지안보 등입니다. 이밖에 러시아가 지난 2014년에 강제병합한 크름반도와 지난 8월 말에 추가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도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상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영토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이미 못박은 바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일단 회담장에 앉는 것부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크름반도는 물론 도네츠크, 루한시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도 현지 주민 투표를 통해서 합법적으로 병합했다고 주장하는데요.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1일 마닐라궁에서 대화하고 있다.(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했군요?

기자) 네. 해리스 부통령이 20일 밤 필리핀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지난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필리핀으로 이동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필리핀은 지난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맺었고 70년 넘게 동맹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친중국 행보를 걷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남부 민다나오 디바오 시장 출신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뒤 실리외교를 표방하고 중국 편향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강력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싸고 인권 탄압 논란이 불거지자, 필리핀은 ‘방문군협정(VFA)’ 파기 등으로 동맹국인 미국을 위협하며 날을 세운 바 있습니다. 한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에 대선을 통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집권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과거 독재자로 악명 높았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외아들입니다. 그는 필리핀 인권단체들과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에서 현역 부통령을 누르고 압승을 거뒀습니다.

진행자) 해리스 부통령이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났습니까?

기자) 네. 두 사람은 21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환담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취임한 이래 필리핀을 찾은 미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진행자)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기자) 네. 해리스 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이나 선박, 항공기가 공격받으면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있어 국제사회 결정에 따라 필리핀을 지지하며, 국제 규칙과 규범을 옹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필리핀 간에 첨예한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가운데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등도 여기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오랜 기간 갈등이 계속됐습니다. 특히 필리핀은 이 문제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는데요. 지난 2016년 PCA는 중국 주장이 근거가 없다면서 필리핀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역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이 포함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화답했습니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때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동맹관계를 재확인했고 필리핀의 대미정책 변화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 남부 대도시인 광둥성 광저우시가 도시를 부분 봉쇄했군요?

기자) 네. 광저우시는 관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바이윤 지구를 봉쇄한다고 21일 발표했습니다. 이 조처는 25일까지 적용됩니다. 광저우시 인구가 거의 1천 900만 명에 달하는데요. 바이윤 지구에 370만 명이 삽니다.

진행자) 봉쇄된 바이윤 지구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가 적용됩니까?

기자) 네. 식당 안 서비스가 중단됐고, 무도회장이나 극장도 문을 닫았습니다. 또 대중교통이 멈추어 섰고요. 주민들은 집을 나서려면 코로나 검사 음성 결과를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들은 대면 수업을 중단했고, 대학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진행자) 광저우에서 최근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 당국은 20일 코로나 신규 감염 건수를 약 8천 건으로 보고했는데요. 지난 10월 22일 이래 이 지역 코로나 발생 누적 건수가 8만 건이 넘었습니다. 한편 21일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코로나 신규 감염 건수가 약 2만 7천 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광저우시가 속한 광둥성에서 약 9천 건이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광저우시 외에 몇몇 다른 도시도 강력한 방역 조처를 다시 적용하고 있죠?

기자) 네. 수도 베이징시는 코로나 감염자가 많이 나온 하이단 지역에서 상점과 식당 등 사업체와 학교 문을 닫도록 했고요. 주민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베이징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3일 안에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있는 곳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이밖에 북부 허베이성 스자좡시도 관내 6개 구역 전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다고 20일 발표하는 등 방역 조처를 강화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코로나 감염자가 속출하자 베이징 방역당국이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베이징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류샤오펑 부센터장은 최근 언론에 “시가 코로나가 발병한 이래 가장 복잡하고 엄혹한 예방과 통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6개월 만에 코로나 사망자가 나왔군요?

기자) 네. 지난 19일 이래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코로나로 3명이 숨졌는데요. 지난 5월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