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중국에 ‘세컨더리 제재’ 초당적 기류…“중국, 북한 정권과 공모”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미국 의회에서 북한의 도발을 방조하는 중국에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북 압박 의지가 없으며 오히려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한 위협을 활용하거나 북한 정권과 공모한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이런 중국에 3자 제재, 즉 세컨더리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이 현실적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데 대해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는 마이클 맥카울 의원은 지난달 초 VOA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중국을 북한 정권의 ‘공모자’로 부르며 대중 압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맥카울 의원] “I strongly urge the Biden administration to recommit to maximum pressure and impose meaningful consequences on the Kim regime and their co-conspirators in China, Russia, and around the world. The U.S. remains committed to our allies and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마이클 맥카울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맥카울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 압박에 다시 전념하고 김정은 정권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전 세계 공모자들에 의미심장한 대가를 부과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북한의 도발 행위를 오히려 ‘지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그레고리 믹스 위원장과 아미 베라 아태 소위원장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이 국제적 규칙과 규범을 계속 무시한다”며 ‘불안정을 야기하는 러시아와 북한의 행동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한 예로 꼽았습니다.

[공동 성명] “As long as Beijing continues to ignore international rules and norms—whether it’s China’s aggression in the Taiwan Strait, its genocide in Xinjiang, its oppression in Hong Kong and Tibet, or its support for Russia’s and North Korea’s destabilizing actions—our engagement with the PRC will continue to be based on the principal of strategic competition.”

의회 내에서는 중국은 대북 압박 의지가 없으며 오히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북한의 위협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에 대한 3자 제재, 즉 세컨더리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초당적으로 나옵니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 중국에도 일부 책임을 물리며 대중 압박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스 밴 홀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대북 제재법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최근 세출위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국 기반 업체들에 대한 재무부의 추가 대북 제재를 촉구했습니다.

홀런 의원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북 제재 체제에 구멍을 내는 여러 종류의 기관, 단체들을 적시했다”며 “특히 중국에 기반을 둔 선박업체와 해운업체들이 지적된 만큼 재무부가 이를 지침으로 삼길 독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홀런 의원] “That documented a number of other entities and categories of entities that contribute to leakage in the North Korea sanctions regime. They pointed specifically to China based entities and shipbuilding and shipping. And so I would encourage you to use that as a guide.”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특히 미국이 올해 초부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여러 제재를 발동했지만 중국 개인과 기관을 겨냥한 조치는 빠졌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제재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의회 내 공화당연구위원회 소속인 캣 카먹 하원의원은 지난 4월 위원회 소속 의원 27명과 함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에 책임을 묻는 것을 거부한다면 대북 제재는 쓸모없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 조치를 중국에 적용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에 연루된 중국 기관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 등을 추궁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광범위한 권한을 활용해 중국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스티브 샤봇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샤봇 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분명히 중국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세컨더리 제재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꺼려온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샤봇 의원] “That would most assuredly get their attention, but it’s something that both Republican and Democratic administrations have been reluctant to do.”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하기 위해선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우리가 중국의 개별 은행을 제재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않는 작은 은행들”이라며 “중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의회 내 기류는 입법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상원과 하원 심의를 거치고 있는 대중국 패키지 법안이 대표적인데, 여기에는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하도록 하는 별도의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법안은 중국에 ‘북한 해외 노동자 수용 관행 중단’과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 활동 차단’,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업 등과의 사업 활동 중단’, 그리고 ‘북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물자 획득을 돕는 개인의 추방’을 압박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중국 등 모든 국가에 대한 이런 압박을 포함해 북한 정부에 최대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법안은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 고위 관리들은 잇따라 중국에 북한 문제에 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에 (더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하려고 시도할 의무를 중국이 가졌다는 점을 시진핑 주석에게 명확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도 “중국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