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과학연구소 “유엔 대북제재 이후 북한 과학자와 교류 ‘유감’…순수한 연구 목적”

북한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교.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과학연구기관이 소속 과학자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다만 순수한 연구 목적이었다며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과의 연관성은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 연방 교육부의 지원을 받는 과학연구기관 ‘막스 보른 연구소(Max Born Institute· MBI)’가 북한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사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막스 보른 연구소 공보실은 1일 이 연구소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북한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VOA의 질문에 “MBI는 지난달 28일 ‘도이체 벨레’가 보도한 것과 같이 지난 2016년 11월 유엔의 금지 조치 이후 소속 과학자 중 한 명이 북한 과학자들과 과학적 협력을 지속해온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MBI 공보실] “The MBI regrets that, as reported by Deutsche Welle on November 28th 2022, one of its scientists has continued a scientific cooperation with north-Korean scientists after the UN-Embargo of November 2016. The MBI takes responsibility for this incorrect behaviour.”

그러면서 “MBI는 이러한 잘못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6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과 정보의 이전을 막기 위해 북한과의 과학 기술 분야 협력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 2321호를 채택했는데, MBI 측은 자신들이 관련 제재를 위반했음을 시인한 것입니다.

MBI 공보실은 다만 북한 과학자와의 교류는 순수한 연구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MBI 공보실] “The MBI conducts basic research for civilian purposes only on the interaction of light with matter, and uses lasers in combination with methods of ultrafast nonlinear spectroscopy and structure research. The subject of this cooperation were theoretical calculations and modelling of the physical properties of a special form of optically excited matter, so-called plasmons.”

MBI는 빛과 물질 간 상호작용에 대해 민간 목적의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으로, 북한과의 협력 주제는 ‘플라즈몬’이라고 불리는 광학 물질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이론적 계산과 모델링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순수한 이론적 연구 결과는 실험적으로 테스트되거나 기술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보기에는 인지할 수 있는 이중 용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MBI 공보실] These purely theoretical results have not been experimentally tested, nor technologically applied. In our view, there is no recognizable dual-use potential. The MBI points out that this cooperation was not a cooperation at an institutional level, but a personal cooperation of a single MBI scientist. In September 2019 the MBI has ordered the discontinuation of the research collaboration with the north-Korean researchers. Further cooperations with North-Korean scientists did not and do not exist since this time.”

이어 이번 협력은 기관 차원의 협력이 아니라 MBI 소속 과학자의 개인적인 협력이었다면서, 2019년 9월 MBI는 북한 연구원들과의 연구 협력 중단을 명령했으며 그 이후로 추가적인 협력은 없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연구 협력 중단은 독일 정부의 권고에 따른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MBI 공보실] “MBI received advice in 2019 from the Federal Office for Economic and Export Controls (BAFA), which is responsible for technology transfer and the export of scientific results. The MBI has since adapted its internal processes.”

MBI 공보실은 “MBI는 지난 2019년에 기술 이전과 과학적 결과의 수출을 담당하는 ‘연방 경제 수출 통제국(BAFA)’의 권고를 받았다”며 “이후 MBI는 내부 프로세스를 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MBI는 군사 관련 연구에 참여하지 않으며 군사 목표를 추구하는 연구기관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MBI 공보실] “The MBI emphasizes that it does not engage in any research with military relevance and does not collaborate with research organizations that pursue military goals. We vehemently reject any suggestion of a possible connection between MBI’s research activities and the nuclear weapons program in North-Korea.”

아울러 MBI의 연구 활동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사이의 연관 가능성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독일 국영방송인 ‘도이체 벨레(DW)’는 지난달 28일 MBI가 북한과 과학 분야 협력을 금지한 2016년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채택 이후에도 김일성종합대학 소속 레이저 광학 분야 전문가인 임성진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MBI가 임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수차례 교류하는 등 공동 연구를 통해 총 11건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임 교수가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직접 MBI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어떠한 과학적 연구 교류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레이저 광학 연구가 향후 군사적 분야에 적용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MBI 소속 과학자와 북한 임성진 교수의 공동연구 사실은 MBI와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확인됩니다.

VOA가 1일 확인한 결과 막스 보른 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임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11건의 논문이 여전히 게재돼 있었으며, 이 중 5건은 유엔 결의 2321호 채택 이후인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도 홈페이지 학술교류 공동연구 부문을 통해 ‘도이칠란트 막스-보른연구소와 나노플라즈몬 공명에서 비선형광학적현상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