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장애아동 지원 프로그램, 예산 절반도 못 쓴 채 종료

스위스 제네바의 유니세프 본부.

유엔 기구가 기획한 북한 장애아동 지원 프로그램이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뒤 예산을 절반도 쓰지 못한 채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비정상적인 국경봉쇄 조치 때문에 취약 계층의 인도적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가 지난 3일 국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의 권리 보호를 촉구한 가운데 유엔의 북한 장애아동 지원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촉진파트너십(UNPRPD)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기구의 북한 내 장애 아동 지원 프로젝트는 예산을 절반도 집행하지 못한 채 지난 9월 종료됐습니다.

이 기구는 지난 2018년 9월에 20만 2달러의 예산을 바탕으로 북한 관련 ‘장애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 및 시스템 역량 강화를 위한 조기 파악 및 개입 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했었습니다.

앞서 이 기구는 오는 2022년 9월 30일까지 4년 동안 건강관리체계 강화를 통해 북한 내 장애아동 건강과 재활 돌봄 서비스 개선, 장애아동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 등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라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2019년 12월 말까지 7만 5천 789달러를 지출한 채 중단된 뒤 지난 9월 말 종료됐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촉진파트너십(UNPRPD)은 이 프로젝트가 유니세프(UNICEF) 주도로 장애아동의 가장 시급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보건성을 통해 국제구호단체인 ‘핸디캡 인터내셔널’, 조선장애인보호연맹(KFPD)과 협력해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중단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VOA는 유엔장애인권리촉진파트너십(UNPRPD)에 이메일을 통해 중단 이유와 성과 등을 질문했지만, 5일 오후 현재 답변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이유로 국경을 전면 봉쇄한 후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의 지원과 입국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팬데믹 발생 이후 지금까지 거의 3년 가까이 국경을 봉쇄한 채 국제사회의 지원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지도부의 이런 비정상적인 조치로 민생이 악화하면서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북한에 국경 개방과 지원 수용을 촉구해 왔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제77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보건 위기와 완전한 고립 속에서 북한 주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희생과 고난에 대해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에 대한 최우선 권고로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유엔 기구들, 다른 국제기구와 외교 관계자들의 복귀, 경제 활동과 주민들의 이동을 긴급히 허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Gradually open its borders and urgently allow for the return of United Nations agencies, other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nd the diplomatic community, and for economic activity and the movement of people,”

한편 유니세프는 이날 북한 당국의 과도한 조치가 인권과 인도주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VOA의 질의에 즉답하지 않은 채 기존의 대북 지원 의지만 재확인했습니다.

[유니세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대변인] “UNICEF is committed to working with the Government of DPR Korea to support the rights of children to critical services including health, nutrition, water and sanitation, and continues to provide humanitarian assistance to DPR Korea in these areas.

유니세프 동이사이태평양 지역 대변인은 “유니세프는 북한 정부와 협력해 보건, 영양, 물, 위생 등 중요한 서비스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지원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야에서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