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북한 여성 인권 유린 더 논의해야”…유엔 북한인권보고관에 공개서한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

국제 인권기구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북한 여성의 인권 문제를 유엔에서 더 깊이 있게 다뤄 달라고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북한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과 왜곡된 성의식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100여개 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HRW)가 21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하고 북한의 여성 인권 탄압 현실을 유엔에서 다뤄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North Korean women and girls are subject to intense and pervasive human rights abuses including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widespread discrimination, and enforcement of rigid gender stereotypes.”

북한의 여성과 소녀들은 성폭력, 성별 기반 폭력, 광범위한 차별, 그리고 엄격한 성 고정관념의 강제 등 극심하고 만연한 인권 유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살몬 보고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내년 3월 제52회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제출하는 보고서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서한에서 북한이 여전히 사회적 위계와 조화를 강조하는 전통 유교를 바탕으로 하며, 이런 사회일수록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대우를 받고 결혼 전에는 순결을, 결혼 후에는 남성에 대한 복종을 강요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가정폭력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며, 심지어 공공장소에서의 성추행이나 성폭력도 대개 신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Domestic violence in North Korea is considered a “private matter” and cases of sexual harassment and violence, even in public, go virtually unreported.”

또 탈북 여성들의 진술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두려워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북한 여성들에 대한 성적 가해가 북한을 넘어 중국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탈북 여성이나 중국에서 취업하는 북한 여성들은 인신매매와 성폭력의 위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수의 북한 여성과 소녀들이 인신매매로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거나, 아니면 중국 성매매 산업에 들어간다는 지적입니다.

[휴먼라이츠워치] “Many North Korean women and girls are trafficked and sold to Chinese men or enter the sex industry in China. The Chinese trafficking markets are well connected with local Chinese authorities, who facilitate these practices.”

중국 인신매매 시장은 중국 지역 당국과 연계돼 있으며 당국은 심지어 이런 행위를 촉진하고 있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부연했습니다.

또 탈북 여성의 경우 북한 공안에 적발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북송 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인용해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은 조직적인 고문과 임의적 구금, 과도한 몸수색과 강제 낙태 등의 성폭력에 노출되며 이는 반인륜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North Korean escapees who are forcibly repatriated face systematic torture, arbitrary detention, and sexual violence, including invasive body searches and forced abortions, that amount to crimes against humanity.”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박지현 씨는 22일 VOA와의 통화에서 중국 남성의 아이를 임신한 탈북 여성들은 종종 낙태를 강요당한다면서, 여성 폭력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북한 뿐 아니라 중국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재영 탈북민 박지현 씨] “중국이 만약 북한 여성들을 북송하지 않는다면 혼혈아에 대한 사산은 없을 거잖아요. 또 북한 여성들이 감옥에 갈 이유도 없고.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중국에 대해선 언급을 많이 안 하고 있어요.”

박 씨는 북한에서 여성 인권탄압의 최종 책임은 북한의 독재 권력에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재영 탈북민 박지현 씨] “가해자라고 하면 결국 정권과 그 밑에 사람들이죠. 독재자와, 명령을 내리면 임무를 완수하는 사람들. 이런 가해자들을 처벌할 방법을 국제사회가 대범하게 나서서 보여준다면, 다른 가해자들에게도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에 공개한 서한을 통해 살몬 보고관에게 “성범죄의 강력한 처벌, 성폭력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 성차별에 관한 교육 등을 북한에 촉구하라”는 등의 요청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